박세리의 1998년 US오픈 맨발 투혼! 연장 두 번째 샷은 경제적 실의에 빠져있던 온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그 US오픈(13∼16일)이 시작된다. 눈물 젖은 햄버거로 ‘박세리 키즈 세대’ 신데렐라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승리 전법으로 ‘골프 손자병법’이 나올 만큼 다양한 전술이 있다. ● 행군 시 지형극복 손자병법 제9편 行軍(행군)은 단순히 걷고 이동하는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 지형 특징에 따라 행군과 주둔지 선정, 징후 판단과 지휘통솔에 대해 말하고 있다. ‘凡處軍相敵(범처군상적)에 絶山依谷(절산의곡)이요, 視生處高(시생처고)요, 戰隆無登(전륭무등)이니 此處山之軍也(차처산지군야)니라’가 있다. 이것은 군대가 주둔하고 적 상황을 살필 때, 산과 계곡을 통과하고 높은 지역에 주둔해 시계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적이 높은 곳에 있으면 정면으로 올라가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이 산악지형에서 주둔하는 방법이다. 絶은 건넌다, 處는 숙영지 편성, 隆은 높다는 뜻이다. 또한 絶水必遠水(절수필원수)는 강물을 건너고 나서는 반드시 멀리 떨어지고, 絶斥澤(절척택)엔 惟?去無留(유극거무류)는 염분이 많고 수렁과 늪지를 지날 때 빨리 이동해 오래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斥은 염분이 많은, ?은 빠르게, 無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다양한 지형과 기상 조건, 심리적 요인이 중요시되는 스포츠가 골프다. 지형은 잡초와 관목으로 이뤄진 러프(rough), 움푹 팬 곳에 모래가 깔려 있는 벙커(bunker), 물 웅덩이 워터해저드(water hazard)가 있다. 그리고 미세한 바람과 동료 선수 매너, 관중의 작은 숨소리에도 영향을 받는다. ● 골프와 천고마비 골프는 스코틀랜드 양치기 목동들이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돌멩이를 ‘치다’인 gouff와, 네덜란드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즐겨하던 kolf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18홀은 1764년부터 스코틀랜드 로열 & 에이션트 클럽 코스가 기준이 됐다. 골프 명승부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지형 활용 사례는 2010년 스카이 72에서 청야니의 13번 홀 티샷이 으뜸이다. 그녀는 13번 홀 페어웨이가 아닌 인접 14번 홀로 티샷을 날린 뒤 물을 건너, 투 온을 시도해 버디에 성공했다. 당연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것은 사전에 그린 즉 지형 상태를 면밀히 관찰한 후 대응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골프 클럽은 14개로 최종 목표 홀컵에 이르기까지 각 클럽을 사용한다. 무기체계로 보면 장거리 포병화력은 드라이버와 우드, 근접전투는 아이언 7개다. 그리고 정밀타격은 웨지와 퍼트 등 4개로, 요즈음은 우드와 롱아이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4개 각각의 클럽(무기)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운용해야 원하는 목표(스코어)를 이룰 수 있다. 골프의 수많은 격언 중 ‘천천히·고개를 들지 말고·마음을 비우고’의 앞 글자를 딴 천고마비가 으뜸이다. 5g의 공을 백 배가 넘는 50kg의 힘으로 칠 때 그 결과는 자명하다. 연습장과 필드의 틈새를 파고든 ‘스크린골프’도 지형 제한사항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남극에도 설치 가능한 혁신적 발상의 전환 결과다. 전쟁에서 지형적 난관을 극복한 사례는 해상 호찌민 루트가 있다. ● 해상 호찌민 루트 베트남전쟁 승리요인 중 지상 호찌민 루트는 잘 알려져 있으나 해상 호찌민 루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제1루트는 1961년부터 1965년까지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는 해로였다. 제2루트는 1956년부터 1968년까지 시사(西沙)군도 서쪽까지 가서 남쪽으로 접근했다. 제3루트는 1969년부터 1970년 사이에 하이퐁을 떠나 중국 해남도를 끼고 남중국해로 빠진 다음, 시사군도 동쪽에서 메콩델타 남단으로 갔다. 제4루트는 1970년부터 1972년까지 제3루트에서 난사(南沙)군도를 동쪽으로 돌아서 브루네이 섬 북쪽 해역을 거쳐 태국만으로 접근했다. 해상 호찌민 루트를 따라 총 1879차 임무를 수행하면서 병력 8만26명, 보급품 12만5876톤을 수송했다. 당시 남중국해는 미 제7함대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와 전투함 등 430여 척이 장악하고 있었으나 해상을 통한 그들의 침투는 막아내지 못했다. 골프에서 그저 볼이 맞지 않으면 클럽 탓을 하거나, 주변 환경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 한다. 전쟁 패배도 무기체계나 전략 부재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그러나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려는 초의지(超意志)만큼 중요한 요인이 없음을 골프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이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