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투인점 미리 양해드립니다.)
하도 들어서 이제는 지겹겠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 감독 트라파토니는 안정환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팀을 상대했을때, 페루자에서 뛴다는 안(Ahn)을 봤었다.
우리팀의 누구와 무척 닮았더라. 무척 좋은 선수다. 하지만 저 선수를 다룰만한 감독이 있을지 모르겠다."
부산대우를 거쳐 페루자로 입성해, 남들은 실패라 말하는 세리에 A시절을 뒤로한채,
히딩크의 조련으로,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원톱 자리에 섰던 안정환.
당시 그는 그 한번도 뛰어본적 없던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 200%를 발산하면서, 대한민국 4강위업에 미력이나마 디딤돌을 놓게 된다.
비록 가우치의 폭언으로 세리에 A 무대를 뒤로한채 J리그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던 안정환. 2002년 브라질 전, 3달이 넘는 경기공백을 불식시키려는듯, 스리톱 꼭지점에 다시 서 설기현, 박지성과 호흡을 맞추었다.
결과는 1골 1도움... 그날 대표팀이 기록한 포인트에 모두 관여했고, 더 웃긴건 보스니아전과는 달리 설기현의 슛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힌후, 흘러나온것을 안정환이 밀어넣었던것이었다.
코엘류 전 한국감독은 안정환이 뛴 성남과 요코하마의 경기를 보고 그를 이렇게 평한다.
"공간을 만들줄 아는 뛰어난 선수다."
코엘류 부임이후 거의 4개월간 4-2-3-1을 주전술로 써왔던 대한민국. 안정환은 1이 아닌 3의 중간자리 즉, 플레이메이커역할이자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겸임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1에 놓인 스트라이커 자리에 거쳐간 이는 최용수, 이동국이었다. 당시 이들은 내로라 하는 국내 A급 스트라이커들이었지만, 코엘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표팀의 승하차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코엘류는 눈물을 머금고, 안정환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공미자리를 박지성에게 넘겨주고, 안정환을 원톱으로 올려버린다. 코엘류 체제 당시 '킬러의 부재'와 더불어 톱에 섰던 안정환은 그 당시 지독히도 터지지 않았던 골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지고, 코엘류는 골가뭄부족, 몰디브 원정 무승부, 해외파선수 중심의 선수기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선다. (지금도 확신하지만, 코엘류가 중도하차 하지만 않았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대표팀을 만들었을 겄이다. 뭐 그래봤자, 죽은 자식 xx만지는 것과 다름없지만)
왠 쌩뚱맞게 과거 얘기냐고 궁금해 할 것이다.
아주대를 거쳐 부산대우, 허정무 시절 대표팀, 페루자에 이르기까지, 안정환은 줄곧 2선에서 뛰어왔다. 그의 본업이 미드필더였음은 하늘이, 땅이 알았던 그리고 지금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본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허정무 감독도 그를 2선에 포진시킨다. 뭐 가끔은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윙포워드로 뛰어본적은 있지만) 하지만 히딩크는 당당하게 그를 원톱에 포진시킨다. 히딩크가 원래부터 안정환을 원톱에 놓은 건 아니다. 히딩크도 여러경기에 안정환을 중앙공미에 놓았다. 결국 그의 최종선택은 원톱의 안정환이었지만, 그가 수행한 원톱은 황선홍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안정환이 전형적인 원톱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가 당연히 황선홍이나 이동국, 조재진 등이 보여주는 뛰어난 포스트 플레이를 할 선수도 아니고, 한국축구사에서는 보기힘든 테크니션이라는 얘기다.
그럼 도대체 왜 안정환이 대한민국 원톱으로 뛰어야 되느냐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표팀 킬러의 부재다. 이동국이 지금 부상을 당한상태지만, 최근 대표팀 해외전지훈련과 K리그 경기를 거쳐오면서, 다시 옛날의 무서움을 되찾아 오는 중이었다. 물론 이동국이 부상에서 회복된다고 해도, 안정환이 원톱에 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 원투펀치로 뛰었을 것이다.) 그 얘기는 다른 스트라이커들이, 미드필더 출신의 안정환에 비해 밀린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지금 조재진이 보스니아전에서 잠깐동안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고 해서 안정환을 앞선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아직 제대로 된 원톱위치에서 경기를 펼치지 못한 박주영이 안정환을 앞설거라는 보장도 없다. 2002년에도, 이동국이, 최용수가, 김도훈이, 스트라이커도 아닌 안정환에게 밀려 경기를 뛰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 이후에도, 소속팀에서는 줄곧 2선에서 뛰어왔다. 요코하마에서도(비록 투톱을 쓰는 요코하마였지만, 부상내성이 약한 쿠보보다는 사카타와 호흡을 맞추며, 거의 프리롤로 뛰었다. 또한 중앙 공미 시미즈와도 자리를 자주 바꾸어 뛰었다.), 시미즈에서도 투톱의 한 위치였지만 그는 전통적인 스트라이커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지금의 뒤스부르크에서도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뛰며, 메츠에서도 적어도 오른쪽 윙을 맡았다. 오직 대표팀에서만 그를 스트라이커라는 작은 존에 묶어놓을 뿐이다. 대한민국이 강한 스트라이커들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슬픈 현실이자, 윙어들은 넘쳐난다는 사실들은 그를 스트라이커에 묶어놓고, 골을 요구하고 있다.
이쯤되면, 미드필드로서도 이동국에 밀리지 않는 골결정력을 갖고 있는 그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혹자들은 안정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는 대단한 오해이다. 박성화 전 청대감독은 안정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믿겨지지 않겠지만 내가 대표팀 코치 및 감독대행으로 있을 때 가장 많이 뛰는 공격수가 안정환이었다. 가끔 무리하게 개인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굉장히 열심히 많이 뛴다. 내가 달리 봤을 정도였다. 안정환이 많이 뛰지 않는다는 것은 옛날 고정관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안정환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플레이가 있다. 그건 무리한 개인기가 아니고, 볼이 자기에게 오지 않으면 중앙선까지 넘어 내려가 자기가 미들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건 안정환이 원톱이 되면서부터 나오는 하나의 부작용(?)이다. 2004년 11월 18일 대 불가리아전. 경기초반 '슬로스타터'인 박지성(난 박지성이 슬로스타터라고 확신한다.. ㅡㅡ 오해는 마시길, 다만 발동이 늦게걸린다는 것일 뿐이니...)이 발동이 안걸려, 안정환이 미들로 내려가 박지성에게 킬패스 두개를 연달아 찔러주고, 다시 투톱자리에 복귀한 적이 있다. 안정환은 이같은 모습을 대표팀에 들어와 꾸준히 보여준다. 하지만, 세네갈전(보스니아전은 그나마 낫지만 평소 그의 움직임에 비추어본다면 미미했다.)은 정말 움직이지 않고, 페널티에어리어에 집중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왜?' 라는 의문이 들었다. 혼자 고립될 플레이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립되어 있던 모습이었다. 그 다음날, 나는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폭발하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건 아드보캇 감독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혼잣말을 되풀이했다.
"왜 안정환을 스트라이커에 묶어두려는 거야... 왜..."
히딩크도 안정환을 원톱으로 기용했지만, 다른 역할 수행을 주문했던 것 처럼 그렇게는 안되는 것일까?
현재 한국 월드컵 대표팀 스트라이커는 안정환이다. 그의 A매치 골은 현재 대표팀 내 최고이며, 정통 스트라이커인 이동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정환은 미드필더 출신이다.
ps: 이동국 선수외에도 대표팀에 강한 킬러가 있었다면, 안정환은 제자리를 찾았을런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코엘류 이후 아무도 안정환을 공미로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써보려는 노력조차 안했다는 거죠.(박성화 대행감독 시절 투톱에서 본프레레 시절 윙포워드로 잠깐 뛰었던 적 있음) 그리고 그 이후 우리나라 대표팀 공격전술은 언제나 3톱입니다.
ps1: 예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은 팀에 녹아야 한다는 것. 안정환 선수 대표팀에서 뛰고 싶으면 감독의 요구의 부응해야죠...
ps2: 예 하지만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선수를 다룰만한 감독이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트라파토니의 말이..
ps3: 이글을 쓰면서 라울선수가 생각났습니다. 미드필더 출신으로 공격수자리에까지 올라가 세계적인 선수의 자리에 오른 그. 심지어는 그조차도 원톱으로 뛰지 않는다는 사실도요...
ps4: 안정환 선수 공미로 뛰면 수비력이 딸려서 미들진이 붕괴될거라고 얘기하시는 분들. 요코하마 시절 오카다 감독은 공격수로 뛰는 안정환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정환이 우리 팀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가담에서도 해주는 역할이 많아 공격의 다양성을 이끌고 있다. -(가시와 레이솔과의 경기이후, 당시 최성국이 가시와에 있었음)" 히딩크도, 코엘류도, 페루자도, 요코하마도 안정환을 공미로 기용한적은 있지만 그의 기용으로 미들이 붕괴되었다는 얘기는 들은적이 없습니다.
ps5: 논란이 일고 있는 박지성의 포지션에 대해서는 윙포워드가 어울린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박지성의 장기가 정확성 높은 패스나 람파드처럼 골넣는 미들이 아닌 돌파형인 만큼 중앙보다는 윙이 더 파괴력있다고 생각합니다.
ps6: 긴글, 어쩌면 말도 안되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 상당히 끌리는 내용인대요??ㅎ 4-2-3-1 포메이션이었다면 한번 시도해볼만한...?? 사실 지금 우리나라 국대의 4-3-3과 4-2-3-1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죠...?
예전 맥시코전때(이번 전지훈력 말고 몇년전에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름) 안정환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날라다니던 동영상이 있었는데... 그때만큼만 해준다고 하면 정말 좋겠네요^^^
좋내요..지성이형 맨뉴에서 윙포드로 뛰었으니 뭐 상관없고..,아 망할노므 스트라이커가 안나오는 이땅...ㅠㅠ
제 생각으로서는 박주영이 원톱으로는 적격이라 생각합니다 박주영이 경험 부족에 몸싸움이 약하다는 평도 있지만 저로서는 박주영이 우리나라의 최고 원톱으로 골 결정력과 체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몸싸움에 너무 밀려서 안될듯.... ㅠㅠ
미안하지만 이동국 최용수 김도훈은 안정환한테 밀린게 아니고 황선홍한테 밀린겁니다
단정하진 못하지만 안정환 황선홍한테 같이 밀린게 맞습니다. 엔트리 발표전까지 히딩크는 줄곧 안정환을 미드필더싸움을 시켰지 톱경쟁을 시킨적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황선홍 안정환이 스타일이 다른 톱이기 때문에 안정환은 미리 역할을 정해놓고 황선홍하고 나머지 세명과 경쟁을 했다? 이건 솔직히 억지죠. 안정환을 톱으로 올린 것도 히딩크 본인에게는 엄청난 결단이었을 겁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지만.
좋은글이네여 공감합니다.
02년 월드컵 당시 주전 원톱은 황선홍 선수 였고 안정환은 성향이 다른 두번째 공격수 역활 이었습니다.(이동국,최용수,김도훈등은 안정환,황선홍 두명의 플레이어 에게 밀렸다고 봅니다) 그런것이 미국전 골등 안정환선수가 상승세를 타면서 주전 안정환 에 세컨 황선홍으로 바뀐거죠(황선홍 선수가 폴란드전 골을 기록 하기는 했지만 교체 투입된 안정환 이 골은 못넣었어도 경기를 완전 지배 하다 싶이 했죠...) 뭐 퍼스트 세컨 이라기보다 원투펀치라고 보는쪽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02년때 황선홍이 세컨이라뇨 황선홍 엉덩이 부상이라서 부상임에도 경기에 뛴겁니다 엉덩이부상만 아니었으면 그가 계속선발출장했겠지요
폴란드전때 이미 황선홍은 부상을 안고 뛴겁니다 진통제맞고 하여간그래서 후반에 안정환으로 교체 폴란드전에 골을 넣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를 벤치에 앉혀둔 이유가 부상때문이었던 겁니다 밀린게 아니고
박주영의 킬러본능이 한국의 희망이다 -_-
굿~ 잘 읽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포메이션이 ... 박지성-이동국-이천수 ....이을용- 공미 안정환-김남일 이 라인이었는데 이동국은 부상으로 빠졌으니 그 자리를 조재진이 메워줬으면함;
황선홍선수 팬이신가 본데, 그때 당시에 히딩크감독은 황선홍선수의 체력을 45분용정도라고 체크했다고 합니다. 그때 여러모로 좋은 선수였던 황선홍선수의 유일한 약점이 체력이었죠. 그리고 윗분이 분명히 퍼스트 세컨이라기 보다는 원투펀치로 설명하셨는데 흥분하시는군요. 45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황선홍선수를 선발로 놔두고 단지 조커로 다른 스타일이란 장점때문에 축구인생 대부분을 미드필더와 쉐도우로 뛰어온 선수를 톱으로 두었을까요?
설기현 안정환 박지성 쓰리톱은 지금과 달리 서로 엄청나게 많은 위치이동을 했습니다. 안정환이 미드필더로 빠져서 공배급을 해주면 설기현과 박지성은 안정환이 빈 공간에 침투하거나 설기현 선수는 안정환선수가 가지지못한 포스트플레이를 해주었죠. 지금 3톱은 그것이 보이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포워드들이 서로의 역할만 분담하는 형식으로 보이는데,, 나쁜 전술은 아니지만 지금 국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볼 수가 있겠죠.
안정환을 바라보는 제 관점과도 같네요... 저도 예전부터 지금까지 너무 답답했던 원톱에 안정환... 이제야 조금 답답함이 풀리네요... 저도 안정환선수가 원톱에서 고립되는걸 보면서 항상 햇던말 왜 안정환이 스트라이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