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 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제가 은퇴하기 전에 하고 싶은 아니 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두 가지 즉 옹벽 쌓는 것하고 교회차량 교체는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좀 빨리 또는 한 번 더 이루어졌습니다. 옹벽공사는 폭우로 인해서 경사지가 무너지는 바람에, 차량교체는 일단 이루었는데 새 차량이 사고 나는 바람에 두 번 교체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것들은 순리적으로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는 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태안에 있는 성결교단 목사님이 몇 해 전에 저희 교회 스피커와 앰프를 중고와 신상품으로 기증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설치해 주셨지만 굳이 저희 예배당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냥 조용히 처분할까 한 참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에 죄송하고 미안하다며 사정을 말했습니다. 다행히 목사님 교회 예배당의 모니터 스피커가 필요하다며 가져가기로 하고 어제 약속을 한 날인데 오신다는 전화를 하신 것입니다. 전 연락을 받고 스피커와 앰프를 현관문까지 가져다 놓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비가 오면 종탑에서 로비 천정 위로 물이 떨어집니다. 제가 이런저런 장치를 해놨는데 많이 오면 로비로도 물이 떨어집니다. 사실 지난주에 장마를 대비해서 새지 않도록 하는 비닐을 다시 깔 계획이었는데 다른 일로 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전부터 비가 와서 물이 새나 했는데 새지를 않아서 비가 얌전히 와서 그러나 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더 많이 새기 때문입니다. 다행이다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데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또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는데 수박까지 사 가지고 오셔서 주셨습니다. 그저 죄송할 뿐입니다. 참 좋은 목사님이지 싶었습니다. 저보다 연배도 아래인데 제가 부끄러울 뿐입니다.
드디어 현관에 있는 스피커를 옮기려는 찰나에 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늘 하던 대로 물받이 통을 갖다 놨더니 들고 나가는데 방해가 돼서 일단 다시 치웠습니다. 같이 옮기려다 그것을 보고 목사님이 ‘비가 새나 봐요!’ 해서 종탑에서 샌다고 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몇 분 만 늦게 떨어지지 했습니다. 드디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