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33]孤山遺稿7,又次[우차]8수
원문=고산유고 제1권 / 시(詩) 孤山遺稿卷之一 / 詩
次鄭子羽韻詠黃閣老松棚八景
[又次] 또 차운하다
1.何物靑山南斗邊。能生爽氣祝融天。
要非薈蔚朝隮者。不必尋思浪百千。右金剛爽氣
어떤 물건이 푸른 산 남쪽 변두리에서 / 何物靑山南斗邊
축융천에 삽상한 기운을 낸단 말인고 / 能生爽氣祝融天
회울조제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리니 / 要非薈蔚朝隮者
괜히 머리 굴려 찾아낼 필요 없으리라 / 不必尋思浪百千
이는 금강상기(金剛爽氣)를 읊은 것이다.
2.曾見煙江疊嶂圖。恨煙無捲却長鋪。
爭如此岫嵐光好。時以施行時以無。右大屯嵐光
일찍이 〈연강첩장도〉를 보았나니 / 曾見煙江疊嶂圖
연무가 깔려 걷히지 않음이 아쉬웠어라 / 恨煙無捲却長鋪
그보다는 이 산의 남기(嵐氣)가 훨씬 좋나니 / 爭如此岫嵐光好
때로 펼쳤다가 때로 걷곤 해 주니까 / 時以施行時以無
이는 대둔남광(大屯嵐光)을 읊은 것이다.
3.天街已滅雨師蹤。桂殿初分玉兔胸。
飛轍每愁危不穩。却欣扶上有靑峯。右東峯霽月
하늘 길에 우사의 발자취 사라지니 / 天街已滅雨師蹤
계수 궁전의 옥토끼 가슴 분간이 되네 / 桂殿初分玉兔胸
비철이 떨어질까 늘 걱정이었는데 / 飛轍每愁危不穩
청산 위에 받혀 놓으니 안심이 되네그려 / 却欣扶上有靑峯
이는 동봉제월(東峯霽月)을 읊은 것이다.
4.遙見紅光透絳紗。始知西日照餘霞。
憑君尙閱芸緗帙。破暗猶賢廣漢婆。右西嶺落照
멀리 붉은빛이 휘장을 뚫고 들어오니 / 遙見紅光透絳紗
서쪽 해 남은 노을 비치는 줄 알겠도다 / 始知西日照餘霞
덕분에 노랗게 물든 책을 볼 수 있으니 / 憑君尙閱芸緗帙
어둠을 몰아냄이 광한파보다 낫군그래 / 破暗猶賢廣寒婆
이는 서령낙조(西嶺落照)를 읊은 것이다.
5.村墟煙起曉溪潯。看此令人發省深。
如火始燃今更驗。初生一縷竟千林。右海村朝煙
새벽 냇가에 이는 마을의 밥 짓는 연기 / 村墟煙起曉溪潯
이를 보니 사람을 깊이 성찰하게 하네 / 看此令人發省深
불붙기 시작하는 것과 같음을 징험하겠노니 / 如火始燃今更驗
처음에는 한 올이더니 일천 숲을 뒤덮는구나 / 初生一縷竟千林
이는 해촌조연(海村朝煙)을 읊은 것이다.
6.城頭畫角震山雲。鳳叫龍吟日向曛。
安不忘危垂古訓。重門此曲莫嫌聞。右城門暮角
산 구름 진동하는 성 위의 뿔피리 소리 / 城頭畫角震山雲
봉과 용의 울음에 오늘 해도 저무누나 / 鳳叫龍吟日向曛
안불망위의 옛 교훈이 전해지나니 / 安不忘危垂古訓
문 닫고 이 곡조 듣기 싫어하지 마오 / 重門此曲莫嫌聞
이는 성문모각(城門暮角)을 읊은 것이다.
7.野外田歌凡幾儔。東疇聞罷又西疇。
同聲自古元相應。豈必調音互唱酬。右前郊農歌
야외의 농부들 노래 모두 몇 쌍인고 / 野外田歌凡幾儔
동쪽 밭두둑 끝나면 다시 서쪽 두둑 / 東疇聞罷又西疇
동성은 예로부터 본디 서로 응하나니 / 同聲自古元相應
하필 조율(調律)하여 주고받아야 하리오 / 豈必調音互唱酬
이는 전교농가(前郊農歌)를 읊은 것이다.
8.那及簫韶奏舜廊。人間箏笛固難方。
水聲自有眞聲在。莫道區區徵與商。右後溪水聲
순 임금 회랑에 연주한 소소에야 미칠 수 없겠지만 / 那及簫韶奏舜廊
인간 세상의 풍악으로는 진정 견주기 어렵도다 / 人間箏笛固難方
물소리 그 속에 진짜 악성(樂聲)이 들었나니 / 水聲自有眞聲在
구구하게 치니 상이니 거론하지 말지어다 / 莫道區區徵與商
이는 후계수성(後溪水聲)을 읊은 것이다.
[주-D001] 축융천(祝融天) : 염천(炎天)과 같은 말이다.
축융은 화신(火神)이며 남방의 귀신 이름이다.
여름은 오행(五行)으로는 화(火), 방위로는 남방에 속한다.
[주-D002] 회울조제(薈蔚朝隮)하는 것 :
소인들이 위세를 부리며 기염을 토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 〈후인(候人)〉에
“울창하고 무성한 남산에 아침에 구름 기운이 피어오르도다.
어리고 예쁜 소녀가 이에 굶주리도다.
〔薈兮蔚兮 南山朝隮 婉兮孌兮 季女斯飢〕”라는 말이 나오는데,
아침에 운무(雲霧)와 같은 구름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은
소인들이 득세하여 부귀를 누리는 것을 비유하고,
소녀가 굶주리는 것은 현자(賢者)가 버려져서
작록(爵祿)을 받지 못함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3] 연강첩장도(煙江疊嶂圖) :
소식(蘇軾)과 동시대의 왕진경(王晉卿) 즉 왕선(王詵)이 그린 그림인데,
《소동파시집(蘇東坡詩集)》 권30 〈서왕정국소장연강첩장도
(書王定國所藏煙江疊嶂圖)〉에 그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주-D004] 우사(雨師) :
고대 신화 속의 비를 맡은 천신(天神)이다.
[주-D005] 비철(飛轍) :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수레바퀴로,
달을 형용한 시어(詩語)이다
[주-D006] 광한파(廣寒婆) :
광한궁(廣寒宮) 속의 노파라는 말로
달을 가리킨다. 광한궁은 항아(姮娥)가 산다는 달나라 속의
궁전 이름이다. 대본에는 ‘廣漢婆’로 되어 있으나,
‘漢’은 ‘寒’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7] 불붙기 …… 같음 :
맹자(孟子)가 사단(四端)을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있는 사단을 모두 확충할 줄 알면,
마치 불붙기 시작하고 샘솟기 시작하는 것과 같을 것이니,
제대로 확충한다면 사해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이요,
'확충하지 못한다면 부모도 섬길 수 없을 것이다.
〔凡有四端於我者 知皆擴而充之矣 若火之始然
泉之始達 苟能充之 足以保四海 苟不充之 不足以事父母〕”라고
말한 내용이 《맹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나온다.
[주-D008] 안불망위(安不忘危) :
편안할 때에도 위태함을 잊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이 때문에 군자는 편안할 때에도 위태함을 잊지 않고,
보존될 때에도 망하는 일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에도 어지러워지는 일을 잊지 않으니,
이런 까닭에 몸이 안전해지고 국가가 보존될 수 있는 것이다.
〔是故君子安而不忘危 存而不忘亡 治而不忘亂
是以身安而國家可保也〕”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9] 동성(同聲)은 …… 응하나니 :
동류(同類)끼리 서로 기맥이 통하여 자연히 의기투합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같은 소리끼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끼리는 서로 찾게 마련이니,……이는 각자 자기와 비슷한 것끼리 어울리기 때문이다.
〔同聲相應 同氣相求……則各從其類也〕”라는 말이 나온다.
[주-D010] 소소(簫韶) : 순(舜) 임금이 창작했다는 악곡(樂曲) 이름이다.
《서경》 〈익직(益稷)〉에 “소소를 끝까지 다 연주하자,
듣고 찾아와서 춤을 추었다.〔簫韶九成 鳳凰來儀〕”라는 말이 나온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