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속에 많은 계획이 들어 있어도 미루어지는 것은 주님의 뜻뿐이다.
(잠언 19,21)
11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교구청 소임을 하였습니다. 예전에 해 본 적이 없는 사목 분야를 새롭게 접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노인 사목을 임시로 겸임하라는 말씀을 듣고 막상 담당해 보니까 임시로 할 일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교구장님께 좀 더 길게 하도록 허락해 주시기를 겁 없이 청했습니다. 교구장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오로지 노인 사목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렇게 긴 시간을 교구청이라는 데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생각나는 문구가 모사재인(謨事在人) 성사 재천(成事在天)입니다. 풀이하자면 '일을 계획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고, 그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입니다. 중국 뤼순 감옥을 방문했을 때 안중근 토마스 의사가 쓴 글귀
입니다. 이 글귀 앞에서는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계획은 사람이 하지만 하느님께서 열매를 맺어 주시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어떤 일이라도 계획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일도 없기
때문에 결과를 내기 직전까지 할 수 있는 수고는 다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교구장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또 하느님께서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
으셨다면 어떻게 그 긴 시간을 지낼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무엇을 얼마나 잘 했느냐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제가 한번 해 보겠다고 했을 때 교구장님께서 또 하느님께서 그 시간을 허락하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사람이 계획하는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계획하고 수고하는 했지만 바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우쭐댈 이유 또한 없습니다? 수고는 했지만 열매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수로를 다 하지만 겸손히 열매를 기다리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감사하는 것도.
박상용 사도요한 신부
본지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