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쨋날(8/30) - 차강 소브라가(하얀 탑)
새벽녘에 게르를 무섭게 뒤흔들던 바람 소리에 잠이 깬 우리는 오늘의 첫 행선지인 남부 고비의 수도 달란자가드로 향했다. 달란자가드에 도착해서는 어제 갔었던 바얀작에서 발굴된 거대한 공룡 화석이나 몽골의 역사와 생활 풍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연·역사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시내 한 식당에서 드무로 스님을 만나 최고로 맛난 점심 식사를 대접받았다. 이어서 드무로 스님이 주지로 계신 마니사를 다시 방문했는데 이곳에는 바트 보양 스님의 멋쟁이 어머니도 와 계셨다.
오늘 두 번째로 방문하게 된 마니사 법당을 자세히 둘러보니 특이하게도 석가모니 부처님 좌우에 아난 존자와 목련 존자가 앉아 있고 그 주위에는 많은 작은 비로자나 불상들이 놓여 있다. 또 석가모니 불상 앞으로 아주 크고 화려한 법상이 놓여 있었는데 달라이라마 존자나 몽골의 종정 등 큰 스님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귀빈석이라고 한다. 드무로 스님은 사찰 도서관 유리장 안에 보관 중인 매우 귀중한 티벳 경전들을 꺼내어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마니사를 나온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차강 소브라가(하얀 탑)로 향했다. 차강 소브라가는 어제 갔었던 바얀작과 비슷한 풍경으로 보다 흰빛을 띤 모래흙으로 다져진 절벽들이 역시 절경이었다.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절벽에 새겨진 고대의 암각화가 발견되었다니 이곳도 옛날엔 필시 바다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절벽 꼭대기까지 오르는 용기를 내는 대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명상을 시도하다가 이리저리 거닐면서 주변에 들을 사람 없으니 안심하고 발성 연습도 좀 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다. 광활한 초원과 높은 산 위에서 심호흡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 이렇게 좋을 줄을 왜 진작 몰랐을까?
저녁에는 어둡게 저물어가는 광야의 일몰을 감상하며 산에서 내려와 근처 여행자 캠프 게르촌에서 숙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