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가고 싶다 ㅡ무의도
'실미도’를 품고 있는 섬
무의도는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에 속하는 섬으로, 용유도와 인천국제공항의 남쪽에 있다. 이 섬에 가려면 잠진도 선착장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면 된다.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서 춤을 추었다 하여 무의도(舞衣島)라 하였는데, 그 가운데 큰 섬은 대무의도, 작은 섬은 소무의도라고 부른다.
이 섬은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유명하다. 등산 코스가 개발되어 트레킹을 하는데 인기가 좋아 호룡곡산, 하나개 해수욕장과 큰무리 해수욕장 등을 돌아보면서 등산까지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대무의도 여행길이 편안해진 것은 영종도 국제공항 건설과 때를 같이 한다. 공항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용유도와 이어지는 연륙교가 건설되면서 이제는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아주 가까운 섬이 된 것이다. 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영화와 드라마가 흥행을 하면서 이 섬은 개발의 열풍이 거세게 불어서 펜션과 조립식 주택들이 많이 생겨났다. 더구나 인천의 잠진도와 대의무도 사이의 연륙교가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이 교량이 완공되면 무의도는 육지로 변해서 차량이 들어 갈 수 있어 주민 편의가 크게 증대될 것이다.
도착한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는 마을이 없다. 가게와 매표소 등만 있으나 생각보다 따스한 기분이 들었다. 한쪽에는 데크로 휴식시설을 해두었다. 매점 옆에는 ‘어촌체험마을’이라는 간판이 붙은 2층 규모의 조립식 건물이 있고 이 뒤로 등산로가 있다.
국사봉으로 가는 산행로 시작점이다. 큰무리 선착장에서 국사봉 등산로로 들어서면 오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수목이 울창하지만 바닷바람이 혹독했던지 나무들의 키가 고만고만한 게 도토리 키 재기다. 꾸준한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급하지는 않아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다. 바닷물이 빠져 하얀 모랫길이 드러난 실미도와 일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의도 본섬은 여의도 3배 크기의 규모다. 이곳 주민들은, 대무의도를 주변에 섬이 무리져 있다 해서 ‘큰무리’, 소무의도는 본섬 일부가 떨어져 나가 생긴 섬이라 해 ‘떼무리’라고 부른다. 무의도 주변에는 소무의도, 실미도, 해리도, 상엽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무리지어 몰려 있다. 서남해의 많은 섬들처럼 무의도 또한 여말선초의 공도(空島)정책으로 오랫동안 비어 있다가 다시 주민들의 입도가 허락됐다.
실미도 해수욕장
서해안의 이름 없는 낙도 중 하나로 조용했던 이 섬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영화 ‘실미도’(2003년) 때문이다. 실미도는 무의도에 딸린 부속섬으로 이 섬을 배경으로 한 소설 ‘실미도’가 영화로 만들어져 모섬인 무의도도 덩달아 알려지기 시작했다. 큰무리 선착장에서 가까운 실미도해수욕장 앞에 실미도가 있다.
큰무리 선착장에서 동쪽 해안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첫 마을이 나오고 이 중간 지점에 이정표가 있다. ‘실미유원지’ 표시는 오른쪽 즉 서쪽이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골목길이 있는데 약간 걸어가면 언덕이 나오고 이어서 앞으로 유원지가 펼쳐진다.
실미 해수욕장은 한낮에도 햇살 한 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송림이 빼곡히 우거져 있다. 그래서 숲 속에는 텐트가 많이 깔려 있다. 송림 숲을 나오자 넓은 모래해변이 드러난다. 그 앞으로 이어진 섬 하나, 바로 실미도다. 해수욕장은 한 쪽이 뾰족한 형태로 된 굴곡진 지형이다. 그리고 그 뾰족한 곳에서 길이 열려 실미도와 해변이 한 몸이 된 상황.
실미 해수욕장은 하나개 해수욕장에 비해 모래사장의 경사가 급한 편이다. 하지만 나무 아래 그늘막을 설치해 놓고 쉬기 좋으며, 물이 빠지면 갯벌체험을 하기에도 좋다. 특히, 이곳에는 일정한 시간동안 바다가 갈라지면서 길이 드러나는 신비의 모랫길이 있다. 때가 맞아 바닷길이 열리면 모랫길을 건너 실미도에 다녀올 수 있다.
행락객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뒷전으로 하고 해변을 따라 실미도로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 물이 들어오고 있고, 좁은 바닷길에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두었다. 가장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구간이다. 그 외는 연결이 된다 해도 모래이기 때문에 다소 부담스럽다. 그러나 실미도에서 영화 ‘실미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안내판 정도다. 처음에는 이것마저도 없었다고 한다. 엉성한 플래카드 수준이던 것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폼 나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실제 촬영지는 섬의 반대편으로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하나개 해수욕장
포내마을 뒤로 하나개 해수욕장 가는 길이 있다. 국사봉과 호룡곡산 사이의 안부지점을 넘어가야 한다. 도로를 낸 탓에 호룡곡산과 국사봉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호룡곡산에서 북쪽 국사봉 쪽으로 가지 않고 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하나개 유원지다. 하나개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관광단지가 조성돼 있다.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에는 호룡곡산과 이어지는 등산로와 삼림욕장이 있어 천천히 산책을 하거나 삼림욕을 하기에 좋다. 무의도의 최고봉인 호룡곡산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마당바위․부처바위․수직절벽 등 많은 기암괴석이 절경이고, 소나무․소사나무․떡갈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삼림욕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정상에 오르면 하나개 해수욕장과 큰무리 해수욕장을 비롯해 승봉도, 자월도 등 주변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등산로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무의도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의 하나개 해수욕장은 1km 길이의 해변에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의 모래가 깔려 있다. 갯벌 규모가 엄청나다. 또한 그 갯벌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개잡이 등 체험하기에 분주한 것을 볼 수 있다. 해수욕장이 서녘을 바라보고 있어 붉은빛으로 물드는 낙조는 한 폭의 수채화를 떠올린다. 세면장이나 탈의실, 물품보관실 같은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편리하다.
또 모래사장의 경사가 완만해 일광욕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해변이 넓어 사람이 많아도 비교적 덜 붐비는 편이다. 해수욕장 오른쪽으로 방갈로들이 3열로 줄을 지어 있다. 방갈로와 숙박시설 외에 캠핑을 즐길 예정이라면, 해변 혹은 울창한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곳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해수욕장에서 왼쪽으로는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권상우와 최지우가 출연했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엄정화와 오지호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칼잡이 오수정’ 등 두 작품의 세트장이 있다. 덕분에 일본 관광객이나 한국의 2, 3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다. 헬기장 옆으로 오르막길이 있다. 계단길과 경사길을 나란히 배치한 이 길로 해서 올라가면 세트장이 나온다. 숲 속에 몇 채의 건물들이 있고 그 옆에는 해당 작품의 화면들이 세워져 있다. 마당 역시 상당히 넓은 편이다. 곳곳마다 벤치가 있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무의도 근처에는 5개의 부속도서가 자리하고 있다. 실미도와 매랑도, 사렴도, 팔미도, 해녀도가 바로 그것인데 대무의도와 소무의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인도이다. 그러나 그중 실미도가 하나개 유원지 못지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어 무의도 관광산업의 앞날을 밝게 해 주고 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실미도’로 유명해진 이 섬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고자 북한 특수부대가 침투하자, 맞불을 놓기 위해 남한에서 창설한 북파 부대원들이 훈련받은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듯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섬이라 그런지 무의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다. 특히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릴 때마다 도보로 건널 수 있어 더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소무의도의 인도교
한때 새우잡이로 이름을 날린 적이 있었고, 6·25 전쟁 시에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군 병참기지로 사용될 정도로 전략적인 섬이다. 소무의도 근해에서 명령을 기다리는 전함들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한다. 비록 섬은 작지만, 김구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등 쟁쟁한 인물들이 거론되는 희한한 섬이다.
1973년도에 70가구 337명, 분교생이 65명이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수협이 있었을 정도로 어족자원이 풍요로운 섬이었다. 이 섬에서 독립자금을 몰래 지원받은 백범 김구 선생이 해방 후 다녀갔을 정도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근해에서 바다낚시를 하였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도 60년대 중반 휴양하기 위해 섬을 찾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학교 시절(1960년대 중반) 아버지를 따라 피서를 왔다가 비키니를 입고 찍은 곳도 여기였다.
활기가 넘치던 소무의도는 어족자원의 고갈과 주민들의 노령화, 젊은이들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쇠퇴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1992년 인천국제공항이 건설되면서 큰 시련이 닥쳐온다. 공항건설을 위해 영종도, 용유도, 신불도, 삼목도가 매립되면서 근해 어장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뭍으로 떠났고, 섬에 남은 주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 대신 소무의도 소속인 중구청에서 2011년까지 5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서 대·소무의도 바다 사이에 인도교를 설치해 주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약속을 지켜서 소무의 인도교(414m)가 놓이고, 어장 대신 관광객과 낚시꾼들의 방문으로 서서히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다시 한 번 연도교를 통해서 예전의 영화를 재현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아름답고 대견하기만 하다.
수도권에서 당일코스로도 다녀올 수 있는 무의도! 이 섬을 방문했다면, 바지락으로 시원한 국물을 낸 바지락 칼국수를 먹어야 한다. 들어간 재료라고는 호박, 당근, 파, 청양고추가 전부지만 신선한 조개로 우려낸 국물을 먹으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