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저는 매주 평화신문을 읽습니다. 1면부터 20면까지 꼼꼼히 읽습니다. 이유는 제가 신문사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읽어달라고 권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의무감으로 신문을 읽을 때는 귀찮기도 했고, 시간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으면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나라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농부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을 발견하면 가진 것을 팔아 밭을 산다고 하셨습니다.
평화신문은 밭에 묻혀있는 보물과 같습니다. 그 지면들에는 영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선교사들의 땀과 눈물도 있었습니다. 가톨릭 예술가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글들이 교회의 보물이라 생각하니 신문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며칠 여행을 갈 때면 꼭 신문을 챙겨서 갔습니다.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신문을 읽으니 시간도 금세 지나갔습니다.
공부도 그랬습니다. 성격상 미리 준비를 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늘 먼저 했습니다. 신학교에서도 과제가 있으면 동창 중에서 가장 먼저 하곤 했습니다. 해야 하니까, 의무감으로 하는 과제는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제게 동기부여가 한번 있었습니다. 10등 안에 들면 자전거를 사준다는 달콤한 선물이 있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했었고, 원하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때붙 제게 공부는 의무가 아니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선생님들이 인정해 준다는 것을 알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수업시간이 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20문제 중에 아는 문제들이 많다는 것은 기쁨이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나뭇잎의 운명이듯이 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유혹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했던 추억과 기억은 제게는 문신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논문을 쓸 때도 그랬습니다. 저는 논문주제를 '설교'로 정하였습니다. 나중에 사제가 되면 꼭 필요한 논문이라 생각하니 준비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는 말처럼 즐겁게 하니 논문도 동창 중에 가장 먼저 제출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저는 주변에서 신앙의 기쁨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분들은 대부, 대모를 서는 것이 귀찮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자, 대녀으 축일을 챙겨주는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그런 대부, 대모를 보고 신앙 생활하는 대자와 대녀들은 신앙의 기쁨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지난번 '신앙 강좌 기획틴'의 모임도 그랬습니다. 그분들의 비행기가 연척되었서도, 길이 막혀 12시간 넘게 운전을 하였어도 전혀 짜증내지 않았습니다.
복음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오히려 기쁨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미사가 없는 날은 미사가 있는 미국 성당으로 가서 미사참례를 하였습니다. 그분들에게 미사는 의무가 아니라, 주님의 잔치에 참여하는 축제였습니다. 그러니 멀어도, 언어가 달라도 기쁘게 미사에 참례하는 것입니다.
나쁜 것들만 중독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도, 나눔도, 봉사도, 희생도 기쁘게 하면 중독이 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신앙이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슬기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