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되는 마지막 날,
눈은 멈췄고 날은 우중충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선지 저에게도 게으름이 작동을 했고, 아무 것도 하기 싫고 해서...
정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점심을 먹으러 이곳 식당에 내려간 것 외에는 문밖에도 나가지 않았답니다.
사실은, 여기 '외씨버선 길'의 옹달샘에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지나지 않는 그 설원의 길을 뚫고 가기는 겁이 나서...
'이것도 운명인가 보다.' 하면서 포기를 해버렸고,
이 따뜻한 숙소에서,
최근에 제가 하던 자화상 연작에 대한(아직 미완성인 채 내려왔는데, 서울로 돌아가면 물감이 어느 정도 말라있을 터라(여기 내려온 이유 중의 하나에 포함됨)...)) 동영상 작업을 미리 해두기도 했고, 그림을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가 등을 연구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역시...
마음은 바빠지드라구요.
그런데 저녁이 돼가면서는,
'어떡한다지?' 하는 약간의 걱정이 되더라구요.
제가 봉화로 내려오면서, 새벽에 '청량리'역에 도착했더니 시간이 좀 남아...
막걸리 두 병을 사왔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분천'에 도착하자마자 본부 사무장 팀을 만나, 끌려가다시피 가서 점심을 먹는데,
'해물파전'을 시키기에...
그냥 부침개를 먹을 수는 없어서(?) 막걸리 한 병을 마셨거든요?
(그들은 놀라드라구요. 서울에서 오면서 막걸리까지 사온 저를 보고요.)
그리고 '영주' 대형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사면서, 만약을 위해 돼지고기 조금을 사왔었는데,
손도 안 댄 채 냉장고에 남아 있어서...
게다가 여기서 얻은 김치도 깨끗하게 치워주고 가야 할 것이라,
여기 본부에서 날마다 점심을 먹다 보니 제 스스로 밥을 한 것도 첫날 한 번 뿐이었는데, 그 때 먹고 남은 밥 한 그릇도 반절이 남아 있기에...
그런 먹거리를 한꺼번에 다 정리하는 방법을 강구했는데,
김치에 돼지고기를 넣고 째갠지 볶음인지를 만들고, 남아있던 밥 반 사발을 안주 삼아(?) 그 막걸리도 해치우고 돌아가기로 했던 겁니다.
거기다 아껴벅고 있던 딸기도 남아 있어서...
그렇게 뒤처리를 하기로 하고...... (아래)
혼자서 막걸리 한 병을 마셨지요.(아래)
정말, 있는 그대로요......
그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뭔가 약간 부족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소박함도 있었고 호젓함도 좋아...
'혼자만의 축제'를 즐겼지요.
그리고 다음 날,
숙소를 깨끗하게 정히해 준 뒤, 가던 역방향으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근데요,
사실 저는,
'어쩌면 이빨(틀니)이 서울에 있을 수도 있어......' 하는, 희망의 끈이 있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가 이를 빼서 놓았던 게 떠오르지가 않다 보니,
'어쩌면 서울 아파트에서 나올 때부터 이가 없이 나왔을 수도, 없지 않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미련이 있어,
'그런 것도 모른 채, 전국을 '이빨빠진 도장구'로 돌아다녔던 거야......' 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기대감(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입니다.)으로 서울에 돌아왔는데)
여기 '내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또 한 번 여기저기를 훑어 보았는데도,
'사라진 이'는, 그 어디에도 있질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완전히 포기를 해야만 했답니다.
근데, '수수께끼'는요...
아직까지도, 제가 어디서(또, 언제) 그 이빨을 빼놓았지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