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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훈 “서해 피살 남북관계 악영향” 입단속… 비서관 “실장 미쳤어”
박종민 기자입력 2022. 12. 14. 03:01수정 2022. 12. 14. 03:07 댓글3개
[‘서해 피살’ 수사]
사건 다음날 회의서 ‘보안 유지’ 지시… 일부 비서관 “덮을 일이냐” 반발
해경 간부 수사결과 발표 거절에 김홍희 前청장 “승진해야” 회유
徐측 “혼란 막으려 보안 지시 당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남북관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민들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안보실 비서관)
서 전 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생 다음 날 오전 안보실 소속 비서관회의에서 ‘입단속’을 하자 일부 비서관이 이같이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안을 빙자한 은폐 지침을 전달받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계자들이 첩보보고서 삭제 지시를 내리는 등 사건 은폐에 동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안보실 비서관 “이게 덮을 일이냐”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 전 실장은 고 이대준 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경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등 안보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비서관 일부가 회의를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와 “이거 미친 거 아니냐, 이게 덮을 일이냐” “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어”라고 하는 등 반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군의 대비태세 점검 등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이 씨가 피살돼 시신이 소각된 사실이 외부로 일절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사건 초기 대통령에게 상황 보고를 하지 않고 은폐를 결정 및 실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이 씨의 피살 및 시신 소각 사실을 제외하고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내용만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국방부가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보낼 대북통지문에 이 씨를 ‘실종자’로 표기하도록 하고 북측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홍희, 승진 거론하며 회유
김홍희 전 해경청장
서 전 실장은 또 같은 달 27일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게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경 발표에 대해 선명하게 정리된 입장으로 브리핑하라”며 “추석 민심이 악화되는 부분 등을 대비해 언론 보도나 브리핑을 생각해 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해경은 배에 남겨진 슬리퍼 등을 근거로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한 상태였다.
서 전 실장의 지침을 전달받은 김 전 청장은 당시 인천해경서장과 중부해경서장에게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은 “수사가 진행된 것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전 청장은 계급 정년을 앞두고 있던 윤성현 전 해경 수사정보국장에게 “올해 승진해야 하지 않느냐”며 브리핑을 하도록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청장은 ‘자진 월북’의 근거를 찾기 위해 해경 정보과장을 국방부로 보내 통신첩보를 확인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이 씨가 한문이 새겨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왜 왔느냐”는 북한군의 질문에 대답을 미룬 사실 등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근거들이 포함된 메모를 보고하자 김 전 청장은 “안 본 걸로 하겠다”며 메모를 파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 전 실장은 해경 2차 수사 결과 발표에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실제 발견된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이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 전 실장 측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유출돼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해 보안을 당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은폐를 위해 보안유지를 지시한 적은 없다”며 “이 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 당시 파악할 수 있었던 정보들을 토대로 정책 판단을 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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