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름다운 날입니다.
서울역에서 대선스님을 만나서 도봉구 연수암까지 동행했어요.
그러는 중간에 성파스님 선예전도 보고요.
조계사 앞에서 공양도 같이 하고요.
큰스님 생신 때는 선문화관 강의가 바로 오늘 있는 줄 알았거든요.
대선스님이 경주로 가시면서
"그날이 내 도반스님의 은사스님 49재 마지막 날이라서 도봉구 연수암에 가요.
그날 집에 갈 때 나랑 같이 ktx타고 갑시다."
라고 하셔서 즉흥으로 이루어진 약속이었어요.
연수암과 저희집은 가까운 거리거든요.
그리고 딱 한 번 연수암에 저도 가본 적이 있고요.
큰스님 대면법회는 9일로 당겨졌고,
제가 무심코 이번에 오시면 호암미술관에 동행해 드린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다고 재무스님이 말씀하셨고
대신에 메모해 두셨던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성파스님 선예전'에
같이 갈 수 있느냐고 하셨어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어디든 안내만 받아봤지, 안내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서울역에서 사당역까지는 전철로 가고
거기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요즘엔 다 앱을 사용하잖아요.
카카오택시앱을 잘 확인했는데
하필이면 제가 거기 저장해두었던 카드를 바꿔버리는 바람에 난감했어요.
(재빨리 카드등록을 새로 하면 되는데, 화면이 느릿느릿 안 떴거든요.
십 몇 년을 제일 비싼 요금 쓸 때는 결코 밖에서 인터넷 쓸 일이 없다가
요즘 핸드폰 제일 싼 요금으로 바꾸자 자주 난감한 상황을 만나요.)
덕분에 당당히 조카찬스.
(기사님께 들었는데 가까운 거리를 카카오 앱이나 우버택시에서
예약잡기는 어렵대요. 장거리를 선호하니까요. 그런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타다'라는 앱은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확실하게 예약할 수 있다네요.
왜냐하면 이 분들은 회사에서 월급제로 일하시기 때문에 거리나 비용과
상관없이 콜하면 오신다고요^^ 하하 유용하실까요?
저는 23일 부산갈 때 한 번 써보려고요. 버스 없는 새벽에 집에서 나가야 해서요.)
한가람 미술관에 와보니 스님들이 많이 오가시는데
대선스님이 반갑게 인사하신 스님이 계셨어요.
청암사 승가대학장이시고, 율원장이신 지형스님이라고 나중에 알려주셨어요.
얼마전 "나는 마승비구가 워너비예요."하신 보살님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지형스님이 너무 궁금해서 돌아와 유튜브로 검색해 보니
"거룩한 사람은 없다. 거룩한 삶이 있다."라고 하신 어록이 보였어요.
오늘 하루 완벽하게 청정한 하루였어요.
(거룩하고 선하다 라고 썼다고 청정이라고 바꿔봤어요^^ 하하)
이모로서 항상 그리운 큰조카에게 기꺼이 이모를 도울 기회를 준 것도 좋고요.
(엄마들은 날마다 그런 마음이시겠어요.)
그래서인지 성파스님의 전시 중에 옻칠한 종이에 금니로 부모은중경을
쓰고 그리신 그림을 한참 보았어요.
저는 성파스님을 모르지만 염색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함께 미싱을 배울 때의 젊은 친구였는데 이 친구는 쪽 염색을 해서
이제 대한민국 공식 '명인'이 되었어요.한국예술문화명인^^)
이 친구의 염색밴드에서 성파스님과 함께 작품전을 구경하는
사진들을 10월에 본 적이 있어요.
오늘 다녀와서 다시 보니
사진과 설명이 확 다가왔어요.
옻칠의 방수성을 설명해주신다고 직접 손을 넣어서 첨벙첨벙 하셨다고
"웃으시는 모습이 어른이시지만 귀엽습니다." 하고 써놨네요?
이 친구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장인'이라고 칭하는 분들이
얼마나 성파스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지를 익히 알고 있었어요.
누군가의 커다란 그늘 아래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외부인이지만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항상 좋았어요.
요즘은 천 개의 손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오늘 적어도 저는 열 개의 관세음보살님의 손을 맞잡아 봤어요.
전시관에 비디오를 상영해서
많은 분들이 옻칠을 하는 성파스님 비디오를 감상하고 있었어요.
검은 기둥이 검은 전시관 안에서 빛나던 <태초>,
한지에 옻칠을 하는 <유동>,
옻판에 옻칠을 한 <꿈>,
도자에 옻칠을 한 <조물>,
선지에 수묵채색을 한 <궤적>,
그리고 물에 담근 옻판의 옻칠 <물속의 달> 이렇게 섹션이 나눠있었어요.
이미 정해진 스케쥴이 있어서 빨리 돌아봤지만
이 전시회는
안 봤던 것보다 보았던 것이 훨씬 좋았어요.
내일이 마지막이네요?
마을 버스를 타고 남부터미널 역으로 와서 3호선을 타고 한강을 건너서 안국역까지
그리고 경주사시는 대선스님께서
'서울 사람들 좋겠다'며 감탄하신 조계사 앞의 단풍까지.
(경주 천년의 숲 단풍은 지금 절정이라고요.)
예약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이야기 나누고,다시 버스를 타고
강북으로 올라오는 길이 너무나 짧고 즐거웠습니다.
(예술의 전당 갔다가 이토록 짧게 느껴진 여정은 처음이예요.)
버스를 탈 때 즈음부터 비가 왔는데
도봉산역에서 비닐 우산 두 개를 사서 나눠 썼고
차 한잔씩을 마셨고
"자 그럼 23일 부산에서 봅시다."하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어요.
도봉산역 전철역 앞 횡단보도에서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비를 맞고 오시는 걸 봤어요.
"혹시 연수암에 가셔요?"하고 여쭤보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렇다고 하시길래 얼른 제가 쓰고 있던 비닐 우산을 드렸어요.
거절하시려는데"저는 집에 다 왔거든요."하고서요.
웃으시는 스님께 우산을 드리고
제가 바쁘게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 나도 스님 비오는데 어떻게 하나 했어요."하고
처음 보는 저에게 일부러 말을 걸고 웃어주신 분이 계셨어요.
제 또래의 중년의 아주머니였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인생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무엇이 가치있는 일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늘 아침, 큰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셨던 건
화엄경을 많이 읽으라는 격려의 말씀이었지만.
하루치씩 쏙쏙 눈앞에서 실사판으로 펼쳐지는
화엄경 같은 일들이
너무나 재밌어요.
그래서 오늘 저는 비를 맞았느냐고요?
아니요. 집앞 경전철에서 내리니 비가 그쳐 있었어요.
('부처님께서' 그래 주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집 정리를 하고 밖에 나가보니 다시 쏟아지는 폭우...
낭만적인 가을 밤입니다.
모처럼 비도 오고 가을도 깊어지고
즐거운 주말 되셔요.
첫댓글 _()()()_
세세히 보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 금니로 부모은중경을 쓰고 그리신..."---무슨 말인가요?
금니는 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예요. 성파스님은 한지를 먹물로 검게 물들이고 금니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셨다고요. 보통 금니사경은 감지를 만들 때 쪽을 사용한다네요. 그래서 제 친구가 "저 흑색은 무엇을 사용하셨어요? " 하고 여쭸더니 먹을 사용하셨다고 하면서 "나도 천연염색하잖아." 하셔서 천연(쪽)염색하는 제 친구를 엄청 행복하게 해주시는 말씀을 하셨다고요. 같이 있던 모두가 웃었다지요.
저는 화엄경에 나오는 시방세계에서 오신 보살들....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요. 우주는 모르겠고, 여기 지구에도 각각의 권속들이 있으니^^ 그런 세계를 만나는 경험을 할 때마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우주는, 우주는 어떨까요? 큰스님은 우주인이 당연히 있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ㅎ 23일은 우리들 화엄 권속들이 범어사에 집합하는 날, 대원성님은 미리 책을 받으셨겠죠?
녜!!!!!! 어제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박스를 풀 수가 없습니다.
꿈만 같아서...
박스를 푸는 순간 꿈에서 깨버리면 어떻해요?...
와 감사합니다. 저도 첫번째 박스만 뜯고 나머지는 안뜯고 있어요. 준비되면 뜯으려고요! 동지가 있었다니~~
대선스님 만났는데 대선스님 이야기를 하나도 안썼네요? 너무나 편안하고 즐거운 동행자셨어요. 앞으로 자주 만날지도 몰라요.
언젠가 들려주세요.
주인공은 나중에 나오듯. 기대됩니다.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나무대방광불화엄경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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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정스님께서는 재주도 많으시고,,,,
禪을 일상으로 하셔서 그런가요?
통도사에 계실 때 처음 뵈었었는데, 후덕하신 모습에서 말씀도 하시기 전에 이미 감화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쉬지않고 무언가를 연구하고 노력하셔서 작품을 꼭 내시는 종정스님.
사람의 일생이 어떠해야하는가를 손수 보여주십니다.
혜명화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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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_()()()_.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