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7일 오전 8시. 공항가는 버스 안에서 셋 다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다. 늦게까지 술마시고 집에 겨우 찾아갔다는 전소연은 지도도 챙겨오지 않았다. 창 밖에 날씨 또한 좋지 않다. 구름이 잔뜩 끼여 툭 건드리기만 해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다. 미리 알아본 일기예보에서 제주의 날씨는 7월 7일 흐리고 한 때 비. 7월 8일 흐림. 7월 9일 흐리고 비. 7월 10일 흐림. 7월 11일 흐리고 비.... 일주일 내내 비가 오려나 보다. 일기예보가 적중하지 않기를 빌며 출발해서 비행기가 뜬다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륙............
처음 탄 비행기라 잔뜩 설레며 시골영감 서울 구경하듯 두리번 두리번, 희희낙낙....그러나 그것도 잠시, 비행기로의 이동도 순탄치 않았다. 부산에서 제주까지 달랑 35분 비행동안 죽는 줄 알았다. 그 커다란 비행기가 어찌나 흔들리던지... 전소연과 손 꼭잡고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 되내이며 스튜어디스를 기다렸다. 애타게... 왜?? 배가 고파서 주스라도 한 잔 마시려고...ㅋ 주스 한 잔도 마시기 힘들 정도로 계속 흔들리는 비행기안에서 웬만한 놀이기구 못지 않은 목숨건 스릴을 즐기며 주스 한 컵을 다 마시고 나니까 제주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이런, 창밖에는 비가 심하게 내린다. 주섬주섬 신문지를 챙겨 내린다.
제주공항.... 지도를 한 장 구해서 세 여자 게릴라는 목적지를 정하려고 지도를 폈다. 목적지도 없이 여행이란 걸 왔으니....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했다. 렌트카 아저씨가 남쪽은 비가 안온단다.
결정! 남쪽으로 가자! 그리서 도깨비도로를 타고 1100도로로 제주를 가로질러 중문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 전에 배가 너무 고픈 관계로 일단 이마트부터 들러가기로 했다.
2. 이마트
물어물어 제주시의 이마트로 갔다. 기다려라 시식....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시식할 음식들이 별로 없다. 실망한 가슴을 안고 필요한 몇가지들과(우비, 물) 우리의 점심 컵라면을 샀다. 주차장 가는 비상구에 쪼그리고 앉아서 먹는 컵라면... 얼굴엔 회심의 미소로 가득찼다.
3. 도깨비 도로
제주도의 100번 버스 아저씨는 너무 친절하다. 낙폭운전을 일삼는 부산의 100번 버스와는 하늘과 땅차이다. 아저씨는 우리를 걱정까지 해주시며 도깨비 도로로 들어가는 99번 도로 입구에 우리를 내려놓으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심호흡하고...후아~~ 걷고 또 걸었다. 새도 울고 나무는 푸르고 한적한 도로를 걷는 것은 기분이 좋았다. 우비를 꺼내입고 걸었다. 그 길을 걷는 사람은 우리 우비 세자매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지나가던 차들은 힐끔힐끔,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한다. 물론 개의치 않는다. 아니 즐긴다.... 원래가 걸으라고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지라 인도가 영 시원찮다. 그래서 히치를 포기하고 오는 차와 마주보며 걸었다. 차가 오는 걸 볼 수 있으니까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신비의 도로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1시간 남짓 걸어 도깨비 도로에 도착했는데 그냥 길이다... 허무하다. 뭘 어쩌라구... 노점상 아줌마가 물 가득 찬 pet병을 주며 굴려 보란다. 연풍연가가 생각났다. 버뜨,,몇 번 굴려보면서도 뭐가 뭔지, 왜 굴리는지, 어디로 어떻게 굴려야 되는건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엿봐도 도무지 알 수 없다. 더워 죽겠는데...
앗싸~ 우연히 발견! 멀리서 보니까 물이 가득 든 pet병이 오르막을 따라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헉!!! 신기신기~~ 굴려보고 또 굴려보고 사이다병과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4. 한라산 기슭을 지나 중문으로
도깨비 도로에서 내려와 히치를 했다. 연인으로 보이는 서울 사람들의 차를 얻어탔다. 중문까지 간단다... 오키!! 이 차를 얻어타고 1100도로를 질주했다. 안개를 해치고 달리자 어느 순간, 맑은 하늘, 푸른 목장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말이 풀뜯는 평화로운 목장... 이런 곳에 집 지으면 멋지겠다. 푸른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남기고 싶었지만 그 운전하는 아저씨가 너무 무뚝뚝하고 무서워서 말도 못꺼내고 조용히 윤종신의 두 시의 데이트에 귀를 집중, 창밖으로 눈을 고정, 입으로는 "좋다" 만 되내일 뿐이었다.
어찌되었든 걸었으면 걷다가 도로변에 뼈를 붇어야 했을... 험한 길을 차로 우아하게 지나 중문이란 곳에 도착했으니 우리를 태워주신 그 분들께 감사할 뿐이다. 중문 도착... 이 곳 날씨....비는 안오는데 안개가득!!
안개 가득한 그 길을 따라 잠시 동안은 안개를 즐기며 걸었다....정말 잠시 동안만이다...
5. 안개의 섬
길을 걷다 민박집 오토바이 할아버지에게 픽업되어 민박집을 잡았다. 25000원에 흥정을 마치고 무서운 오토바이를 타고 민박집에 도착, 집을 풀었다.
안개를 헤치며 오토바이로 달려 주상절리에 도착했다. 오~~ 대자연의 신비로소이다. 거북이 등껍질을 바닷가에 이렇게 오묘하게 만들어 놓다니... 육각기둥들이 바닷가에 솟아 있는데 흰파도는 검은색 육각기둥에 부딫혀 하얀 방울방울 터지는데 속이 시원했다. 다만 안개때문에 시야가 가려 전망대 바로 앞까지 밖에 볼 수가 없었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슬며시 안개가 짜증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안개속을 헤매다가 귤 파는 할며니의 동정심을 이용한 상술에 휘말려 감같은 귤을 씹어야 했다. 나뻐...
너무 배고파서 중문 해수욕장 찾기를 포기하고 그렇게 고대하던 트럭뒤에 타고 중문시내로 달렸다. 제주도에서 과감히 바다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해운대서 20년을 살다보니까 바다라는 것에 별다를 감흥이 없기 때문이었으리라... 결코 밥에 제주바다가 밀린 것은 아니다....ㅋ
풀잎식당... 계란 후라이 세 개에 아주머니의 인심에 감동하며 김치찌개와 밥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만족~~
저녁을 먹고 나오니까 7시가 좀 넘었다. 매표소 직원이 퇴근한 천제연 폭포를 노렸다. 가는 길에 과잉친절 민박집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아까부터 뭔 다리를 건너라신다. 그 다리는 어디에 있는지...제1폭포.천제연. 수심 21m란다. 그래도 수영하고 싶다. 안개가 자욱한 폭포와 연못...영화속 한 장면보다 더 멋있다. 산신령 할아버지가 나올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제2폭포....우와~~~ 여기에 비하면 제1폭포는 찔끔거리는거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데 제주도에서 젤 맘에 드는 곳 중 하나였다. 여기서 발을 물에 담그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겠다.
언젠가 다짐했었다. 폭포처럼 강인하게 살겠다고. 꼭 한 번 폭포를 보며 다시 다짐하고 싶었는데 천제연을 보니까 강인해지고 싶은 의지가 불쓴 솟는다.
안개때문에 주변 경치와 조화로운 광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운치있는 제주탐방이었다.
6. 제주 특산물은 안개?
마침내 민박집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그 다리를 발견했다. 다리 이름을 까먹어버렸다. 안개속에서 무슨 원혼이 깃든 공사물인양 거대한 자태를 드러냈다. 구름다리... 아래는 안개 사이로 계곡이 희미하게 보이고 앞은 안개 때문에 다리건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생사를 가르는 다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을 것 같은...
다리 건너에는 여미지가 있었다. 소연이가 가 보고 싶어 한 곳이었는데 입장료도 비싸고 문을 닫은 시간이었기에 그냥 지나쳐 롯데호텔을 찾아 또 안개속을 헤맸다. 길가에는 이국적인 풍치를 풍기는 잘빠지고 건장한 나무들이 삐죽 머리를 세우고 가지런히 서 있고 사방은 안개로 자욱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그 상황을 좀비가 나올것 같다로 일축할 수 밖에 없었지만...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롯데호텔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채 걸었다. 화산쇼가 시작하기 직전에 겨우 롯데호텔에 도착했다. 해운대에도 호텔을 이렇게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해운대에서 봐왔던 나름대로 고급이라던 호텔들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올인에서 봤던 화산쇼.... 기대이상이었다.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물을 촘촘하게 뿜어 그 위에 레이저를 쏘아 괴물을 만들어내는... 그 기술에 감탄할 뿐이었다. 한꺼번에 불꽃이 일어날 때의 열기,용가리라고 비웃었던 나름대로 귀여운 용... 블록버스터 화산쇼였다. 멋있었다.
호텔 로비에서 사진도 찍고 기념으로 화장실에 들러 내 몸 속에 있던 물을 흔적으로 남기고 왔다...ㅋ 멋있는 롯데호텔...언제 이런 곳에 와서 하룻밤 묵어볼까나~~~
옆에 신라호텔도 있다던데 안개때문에 찾을 길이 없었다. 지쳐서 힘도 없었다.
첫댓글 wow~ 좋앗겠다 ㅡㅜ 나도 여행~ 여행~ 여행가고 시푸다~~ 얘들아~ 우리두 같이 여행갔다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