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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운영 요양병원 100%, 정부정책의 산물
2004년 114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2008년 692개로 급증하고, 2013년에는 1161개로 증가하였다. 특히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정부는 중소병원의 경영난과 노인인구의 급증을 이유로 민간요양병원에 많은 지원을 하였다. 그 내용은 10억에서 20억 원가량의 요양병원 신축, 급성병상을 요양병상으로 기능 전환하는 데 따른 시설 개·보수비 및 요양병상의 운영에 필요한 의료 장비비 등에 대한 융자지원이었다. 이 때문에 2008년이 되어서는 정부 목표치 이상의 요양병상이 확보되었다.
이렇게 난립한 요양병원에 대한 공적규제는 거의 없었고, 초기에는 환자들에 대한 입원료 보장 차원에서 장기입원환자의 입원료 체감제를 기존의 건강보험기준과 다르게 적용하도록 변경하였다. 그러나 이조차 노인의료비의 급증과 요양병원의 급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때문에 뒤늦게 2008년부터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제(어떠한 질환이라도 중증도에 따라 정해진 하루 진료비가 지급된다)를 실시하여 의료비 통제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보면, 정부가 요양병원에 해온 방식은 민간에 인센티브를 주어 공급의 대부분을 책임지게 하고,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통제책을 조금씩 마련하는 방식으로 이는 그 간 한국 의료의 행태와 동일했다.
민간주도 요양병원의 경우도 여타 민간병원과 마찬가지로 수익창출이 우선되면서 돈이 되는 방식으로 구조가 계속 재편되었다. 우선 요양병원이라는 장기요양환자를 위한 의료시설을 공적으로 공급하려는 시도가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전국에 약 70여 곳의 공공요양병원조차도 사실상 민간요양병원과 다르지 않다. 현재 공공요양병원은 전부 민간위탁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는 ‘노인전문병원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여 시도립 또는 시군구립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의료법인이 해당 부동산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자체는 이들에게 노인전문병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이러한 위·수탁이 수십 년의 계약유지를 전제로 하면서도 지자체는 포괄적인 감독권만 행사하고 사실 대부분은 병원이 자체운영규정을 마련하여 지자체의 승인을 받게 하며, 사업내용에 있어서도 공공성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여타 공공병원의 위탁과 마찬가지로 시설공사와 의료장비 대여 외에는 재정지원 없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공공요양병원이라 할지라도 수탁자의 경영방침에 따라 운영이 좌우되고, ‘돈벌이’를 우선하게 되는 상황은 민간요양병원과 다를 바가 없다. 공공요양병원이라서 더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하고 병원경영에 도움이 될 뿐이다. 최근 알려진 청주시노인전문병원 파업은 병원 측이 인력충원 없이 간병인 3교대 전환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촉발되었고, 병원장에 대한 배임혐의도 제기되었으며, 청주시가 ‘청주시노인전문병원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맞지 않게 수탁자격이 없는 자에게 병원운영을 위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청주시장은 소극적 중재에 나서는 것 외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수익성이 최우선이 된 요양병원
따라서 현재의 요양병원은 민간요양병원과 무늬만 공공요양병원으로 나뉘고, 사실상 민간요양병원만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민간요양병원이 가지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첫째는 수익성을 병원경영의 제1 목표로 두게 된다는 점이다.
수익성을 위해서는 필요에 의한 진료보다는 돈이 되는 진료, 돈을 아끼는 진료를 하게 된다. 요양병원은 현재 일당정액제이므로 몇몇 요양병원이 비보험진료 등을 하는 시도를 할 뿐 수익성 증가는 입원환자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일례로 최근 인천의 한 요양병원이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인들을 꾀어 입원시킨 뒤 건강보험공단과 정부에서 돈을 받아낸 일이 드러났다. 이 병원은 무려 입원환자의 42%가 노숙인이었고, 노숙인들이 의식주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해 '숙식제공' 등을 빌미로 입원을 시키고는 실상 전체 병원 진료비의 66.8%를 이들로 채웠다. 반대로 돈이 되지 않는다고 환자를 배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대상이 에이즈환자이다. 전국에 1300개에 달하는 요양병원 중에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허용’하는 요양병원이 한 군데도 없다. 민간이건 공공이건 요양병원들은 에이즈환자가 입원하면 다른 환자들이 입원을 꺼리게 되어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아예 에이즈환자의 입원을 거부한다.
요양병원이 수익성을 높이는 또 다른 경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인데, 이는 인력을 최소한 고용하거나, 비숙련인력을 고용하는 방법 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의 의료 인력은 고령이거나 비숙련간호사, 간호조무사, 아니면 막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많다. 이는 요양병원에서의 의료의 질을 크게 하락시킨다. 또한 노동조건 등에서도 유연성을 강조하게 된다. 최근 벌어진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의료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기인한다.
진료나 약물치료, 처치, 검사, 그리고 입원에 이르기까지 의료에서 중요한 개념은 적정수준을 찾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까지 약물을 투여할 것인지, 어느 정도 상태까지 입원을 시킬 것인지, 이러한 것의 기준이 과학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이러한 적정모델을 제시할 곳인 공공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여, 현재도 각종 의료영리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고, 환자들은 받지 않아도 될 검사나 시술을 받은 게 아닌지 또는 반대로 돈이 없다고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아닌지 찜찜하기 일쑤다.
이러한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가 가진 적정진료모델의 부재는 모조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요양병원 시스템에서는 수많은 문제점과 사건 사고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의료법에 요양병원에 대한 규정이 1994년에 처음 명시되었는데 20년이 지나는 동안 아직까지도 요양병원이 어떤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지 정립되지 못했고, ‘병원’인지 ‘수용소’인지 분간이 안 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지경이다. 어떻게 단 하나의 공공요양병원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럼에도 요양병원으로 몰리는 이유
그럼에도 한국의 낮은 사회복지수준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양병원으로 노인들을 몰아넣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거의 50%로 OECD 국가 최고이며, OECD 평균인 12.4%와 비교할 때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아프면 자식들의 허리가 휘고, 그나마 간병비나 병원비를 낼 수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급성기 병원으로는 갈 수가 없다. 또한 독거노인의 경우 밥을 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정도의 도움만 있으면 된다고 해도 어딘가 입소하거나 입원하는 것이 나은 게 된다.
이때 어떤 곳으로 가는 게 더 경제적으로 나은 선택이 되는지는 여러 가지로 고려할 수 있으나, 그나마 본인부담금 20%만 내면 되는 국민건강보험에 의존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가장 부담 대비 효율이 좋다. 모 아니면 도다. 아무런 혜택을 못 받거나 요양병원에 가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거나. 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우월성보다는 다른 복지제도(기초연금, 주거시설, 상병수당, 퇴직연금, 지역사회시설 등)의 부재로 인해 거의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환자들이 몰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여 민간의료기관은 돈벌이에 열을 올리게 된다. 거의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기관이 공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급성기 병원의 팽창과도 관련이 있지만, 요양병원은 가난한 노인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여기에 간병인력은 철저하게 공적영역에서 제외되어 있어, 간병서비스는 환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돈이 없으므로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비숙련, 저임금 간병인을 고용하고, 간병인들의 노동조건은 심각하게 열악하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요양병원의 입원한 사람들은 사실 대안이 거의 없다. 퇴원을 해서 외래로 치료받거나, 집에서 안정치료를 해도 되는 사람들조차 이곳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친 듯이 상승한 전·월세비, 식료품비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역으로 급성기 병원에서 더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높은 병원비와 추가비용 때문에 사실상 치료를 반쯤 포기하면서 요양병원으로 오게 된다. 이 때문에 환자들의 자율성도 침해되고 오로지 경제적 논리로 좌우되는 경향이 가속화되면서, 사실상 사회복귀프로그램도 없고, 환자들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전전할 뿐 사회로 복귀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환자인권은 물론, 환자 하나하나가 상품처럼 거래되는 형국까지도 가게 된다. 또한 하나의 사회와 격리된 시설처럼 운영된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격리되는 사람들은 질환의 중증도보다는 가난하다는 이유가 주된 이유가 된다.
정부는 그간 수많은 요양병원의 문제점을 알고도 제대로 된 대응은커녕, 시늉만 내는 경우가 많았다. 민간의료기관의 수익성을 침해하거나, 민간의료기관의 권한을 보장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적통제조차 전혀 없는 요양병원은 어찌 될까? 에이즈환자 배제하는 요양병원들, 장성 요양병원 화재참사, 노숙인 유인 요양병원사건, 청주시노인전문병원사건 등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속히 공공요양병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요양병원을 통해 적정프로그램을 제시하여, 민간의료기관을 통제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만 65세 노인이 2020년에 15.7% 2030년에는 24.3%가 되며 그 속도는 OECD 국가 중 최고로 빠르다. 지금 요양병원의 공공화에 실패할 경우, 향후 닥칠 문제점은 심각하다. 조속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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