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7.27 18:25 | 수정 2020.07.27 18:30
22건 아닌 최소 25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최측근이 설립한 신생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가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정부 용역을 최소 25건 수주해 11억원 이상의 예산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노바운더리는 과거 ‘탁현민 프로덕션’의 조연출이었던 이모(35), 장모(34)씨가 2016년 설립한 회사다.
◇탁현민 산문집, 노바운더리 대표에 “참으로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바운더리와 탁현민 비서관의 인연은 탁 비서관의 2013년 산문집 ‘흔들리며 흔들거리며’에 자세히 소개돼있다.
탁 비서관은 이 책에서 조연출과 함께 ‘문재인의 북콘서트’ ‘노무현 대통령 추모공연’을 비롯해 ‘김제동 콘서트’ ‘MBC 파업지원 공연’ 등 “수도 없이 많은 문제작들을 함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탁 비서관은 저서에서 조연출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 들어와 맞지만 않았지 온갖 욕을 처들으면서 꿋꿋하게 버텨준 이들” “바쁠때는 일주일에 두 세개씩의 각기 다른 콘셉트의 공연들을 사고없이 몇 해 동안 만들어내며 즐겁게 일했던 친구들” “이제껏 공연을 만들어오면서 가장 뜨겁고 열정적으로 함께 일해주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낙선한 이후 탁 비서관은 사업을 정리했다. 탁 비서관은 “이제와 생각하면 참 야무진 꿈이었으나, 원래의 계획은 멋지게 (선거에서) 이겨 취임식과 축하공연을 연출하고 그동안 못해왔던 음악공연, 문화공연의 새로운 기획들을 해볼 생각이었다”면서 “일이 이렇게 되니 준비한 만큼 부담이 되고 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고 썼다.
탁현민은 회사를 정리하면서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과, 참 능력도 없어서 저 셋(조연출)을 데리고도 아무 것도 못하는 구나 싶은 마음에 속이 참 쓰렸다”며 “대충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제일 찜찜한 것은 지난 3년 동안 함께 공연을 만들어온 조연출들이었다” “늘 험한 공연,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일에 밀어 넣고 닦달했던 그들에게 참으로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도 했다.
◇탁현민 최측근 공연기획사 현 정부 행사 최소 25건 따내
탁 비서관이 과거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던 이들은 2016년 공연기획사 ‘노바운더리’를 세워 현 정권의 다수 청와대·정부 행사를 수주했다.
최근 한겨레신문은 36개 정부부처, 지자체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 노바운더리가 2017~2020년 청와대·정부 사업을 다수 따낸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노바운더리는 법인 등기(2018년 3월)를 하기도 전인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행사를 맡은 것으로 시작해 2020년 6월까지 총 22건의 정부·청와대 행사를 맡았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과 고용노동부도 노바운더리에 행사 용역을 맡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미래통합당 김승수 의원실이 콘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바운더리는 콘진원으로부터 2017년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와 2018년 '콘텐츠임팩트 통합 데모데이' 행사를 수주받았다. 미래통합당 박대출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도 2018년 ‘일자리 으뜸기업 행사’를 노바운더리에 맡겼다.
노바운더리는 2018년 고용노동부와 계약서를 쓰면서 “입찰(계약)의 자유경쟁을 부당하게 저해하는 일체의 불공정한 행위를 하지 않겠습니다”는 ‘청렴계약이행서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로써 노바운더리가 청와대·정부로부터 따낸 것으로 확인된 행사는 최소 25건, 예산 규모는 11억5562만원이다. 일부 부처와 지자체가 집행 예산 규모를 밝히지 않아 8건의 사업 예산은 제외된 금액이다.
◇청와대 "능력 있는 모두에 기회 준 것"
업계 관계자들은 신생 업체 노바운더리가 다수의 정부 행사를 따낸 것에 대해 “특혜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익명의 한 공연 업계 관계자는 “공연 업계가 좁다보니 친분있는 사람끼리 알음알음 행사를 따오는게 관행이긴 하지만, 신생 업체가 다수의 정부 행사를 따낸 사례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면서 “신생 업체가 포트폴리오에 수십건의 청와대·정부 행사 진행 경험을 넣고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한겨레신문 보도 이후 "청와대와 의전비서관실은 해당 기획사가 정부 부처 행사를 수주하는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면서 “해당 기획사가 청와대로부터 수주(수의계약)한 행사는 3건이 전부이고, 금액은 89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탁 비서관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재직한 2017년부터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의전비서관실은 수백여건 이상의 청와대 일정을 진행했다”면서 "수백여건 중 3건을 해당 기획사와 계약한 것인데 (한겨레신문이) 일감 몰아주기라고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법인 등기도 안 된 신생업체가 청와대 행사를 수주했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형기획사의 하청구조를 고집하지 않고 능력 있는 모두에게 기회를 준 것이 문재인 정부의 행사였다”고 해명했다.
첫댓글 탁현민과 그 아이들,... 그것 밖에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