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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두번째 조우(遭遇) ..2
"미안하지만 자넨 좀 참아주게나! 솔직히 내 저놈에게 한 가지 알아볼 것이 있
으니!"
그것은 바로 영호충이 이 한 마디를 남기고 왕우진 보다 한 발 앞 서 마후돈에
게로 폭갈과 함께 신형을 날렸던 것!
"네놈이 바로 신주삼패의 둘 째 마후돈이렸다!?"
패애액ㅡㅡ!
그와함께 그의 손에 든 박도는 세찬 바람을 동반하고 그대로 마후돈의 정수리
로 파고 들었다.
하지만 또한 그 찰나,
"오냐! 어서 오너라! 가소로운 애송이 놈! 어디 네가 그 나이에 금의위의 대한
장군이라니 어디 몇 푼 어치나 실력을 지녔는지를 좀 보자꾸나!"
쩌엉ㅡㅡ!
장내에는 고막이 터지는 듯한 금속성과 함께 또 한 번 실로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바로 영호충의 급습에 대한 마후돈의 상상을 초월한 반격이었었는데,
그는 영호충이 몸을 날려오자 그 즉시 신형을 호랑이가 잔뜩 몸을 움추리듯 한
모습으로 어깨를 숙이더니 그대로 허리를 튀겨올리며 착골혈갑을 낀 두 손으로
날아오는 박도를 쳐버린 것이었다.
곧 호권(虎拳)의 연기(硏技)에서 웅형(熊形)의 박수(拍手)로 전환시킨 대나이금
나수(大那以擒羅手)의 한 기세!
그러자 영호충의 박도는 그의 착골혈갑에 걸려 그 즉시 서너 토막으로 부숴져
날아가 버리기에 이르렀는데.....!
"쳔.....! 아니.....?"
"걸려 들었다! 놈ㅡㅡ!"
하지만 놀라운 것은 비단 그뿐이 아니었다.
일단 영호충의 박도가 부러지고 그가 쳐가던 공세를 주춤하자 그 즉시 마후돈
은 인간이 어떻게 이런 빠른 변화를 보일 수 있나 싶게 즉시 패액 허리를 비
틀어 영호충의 배후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그대로 두 손을 갈쿠리 처럼 구부려 그
의 등 뒤 십대요혈을 연거푸 찍어온 것이었다.
이른바 용형연비(龍形硏備)!
"천축(天竺)..... 나라지각(那羅之角).....!"
찰나지간 영호충의 안색이 그야말로 보기 드물정도로 흉칙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미 마후돈의 살수가 한두 치 앞까지 덮쳐온 상태이라 그는 감히 더
머뭇거리지 못하고 급급히 그대로 몸을 모로 눕혀 방바닥에 뒹굴며 소리쳤다.
"네 이놈! 역시 소림(少林)의 속가로구나! 그것은 분명 기파(耆婆)의 경맥비공
(經脈秘功)을 갈파한 보리달마의 것임에 확실한즉.....! 철사자(鐵獅子) 사공척
(士公尺)! 역시 그 더러운 도적놈이 아직도 살아있었어......!"
ㅡ철사자(鐵獅子) 사공척(士公尺)!
ㅡ소림사(少林寺)의 속가(俗家)!
"쳔..... 무엇이라고.....?"
그러자 찰나, 여기에는 필시 어떤 상상밖의 비밀이 있는 듯 이번에는 마후돈의
인상이 흡사 날벼락을 맞은 양 일그러졌다.
"이럴수가..... 애송이 놈 네가..... 네가 어떻게 감히 사부님의 존함을.....?"
하지만 이때였다.
"놈ㅡㅡ!"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질 틈조차 없이 또 하나의 시커먼 인영이 흡사 섬전처
럼 시퍼런 검기를 뿌리며 곧장 마후돈의 면전으로 덮쳐들었다.
왕우진이었다. 영호충이 칼이 부숴져 나간채 뒹구는 모습을 본 그가 순간 촌
각의 지체함도 없이 마후돈을 향해 들이닥친 것!
"쳔! 이 썩어질 놈이.....?"
찰나 마후돈은 간담이 철렁해 한 번 더 표정에 급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반사동작은 더더욱 빨랐다.
"놈! 어디서 감히!"
왕우진의 검광이 눈앞에서 시퍼렇게 번뜩인다 싶은 순간 그는 어느새 착골혈
갑의 강철손을 갈쿠리처럼 구부려 또 다시 날아오는 우진의 칼을 똑바로 쳐올
려간 것이었다.
닿기만 하면 박도가 단숨에 가루가 나 날아간 이상 왕우진의 장검 역시 같은
꼴이 될것은 자명한 이치,
하지만 바로 그렇게 번뜩이며 장검이 내리쳐지고 착골혈갑이 맞쳐 올라가는
촌각의 틈새!
장내에는 그 짧은 전광석화의 찰나에 극히 미묘한 털끝만한 변화가 생겼다.
"놈ㅡㅡ!"
그것은 바로 몸을 날리면서 부터 칼을 내리치기까지 줄곳 수직의 종(縱)을 그
었던 왕우진의 장검이 착골혈갑이 튀어 오름과 함께 느닷없이 흡사 살아있는
생물체 같은 반응을 한것이었는데.....
파아앗.....!
분명 내리칠 때는 아무런 하등의 속임수도 없었던 종 일격! 한데 그랬던 장검
이 혈갑의 움직임을 알자 똑바로 내려쳐지던 기세에서 휘익 변화를 일으켜 느닷
없이 마주 쳐올라오던 마후돈의 손목쪽으로 머리를 틀어버린 것이었다.
그 시간은 그야말로 도저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짧디짧은 촌각이었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나중의 변화를 고려한 허초가 아니라, 분명 상대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 들었었던 확실한 직 일격의 섬전지세(閃電之勢)였었다.
한데 그것이 설마 이토록 짧은 시각에 멋대로 상대의 움직임에 마춰 반응하다
니.....!
촤악ㅡㅡ!
"헉.....!"
그리고 바로 그 일순간, 마후돈의 두 눈이 또한 찢어질 듯 어떤 고통과 경악에
의해 휩뜨여졌다.
그럴수 밖에도 없었던게 내리쳐오는 장검의 각을 잡아 마주쳤기로, 당연히 순
간적으로 자신의 착골혈갑에 쩡하고 걸려 산산조각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왕우진의 장검이 제멋대로 이에 반응을 해 방향을 틀어버린 덕에 오히려 올려쳐
갔던 그의 왼 손이 손목어림 위로 부터 흡사 두부처럼 썽둥 잘리워져 날아가 버
린 것!
"크으으으으.....!"
그리고 잘리워진 그의 손목으로 부터 소낙비같은 검붉은 선혈이 사방으로
뿌려지며 그로 부터 고통에 겨운 답답한 콧소리가 터져나온 것은 그 다음 찰나
의 일!
하지만 왕우진의 지독히 거친 공격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꺼져라! 놈!"
쾅ㅡㅡ!
우드드.....!
"키야아아악.....!"
그는 상대의 몸 한 부분을 끊어냈다 하는 감촉이 칼끝을 타고 전해지는 순간
다시 덮쳐가던 여세를 몰아 그대로 발축을 틀어 옆차기의 세(勢)로 마후돈의 앙
가슴을 걷어차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마후돈은 손목이 끊어진 고통에 이어 이번에는 가슴팍의 갈비뼈가 통째
로 주저앉는 끔찍무비한 충격속에 처절의 단말마를 토하며 줄끊어진 연처럼 삼,
사 장 밖, 실내 저만치 반대쪽의 거실로 튕겨져가 나뒹굴고 말았는데.....!
"괜찮은가!"
하지만 왕우진은 끝까지 뒤쫓아 그의 목을 마저베기에 앞 서 먼저 몸을 굴렸던
영호충을 염려했다.
그러자 찰골혈갑에 칼을 잃고 몸을 굴렸던 영호충은 그제서야 튕기듯 벌떡 다
시 방바닥에서 일어서고 있었는데.....
결국 이 모두는 그가 뒹굴고 왕우진이 뛰어들어 마후돈의 손목을 베고 그를
걷어차내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얼마나 눈깜할 사이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와아악ㅡㅡ!"
그러나 미처 영호충이 대꾸할 틈도없이, 이번에는 흑유를 비롯한 비롯한 주
위 마후돈의 일당 등이 미친 듯한 괴성을 지르며 장검을 번뜩이며 두 사람을 향
해 덮쳐들었다.
"이놈들ㅡㅡ!"
그 순간 한 호흡 영호충을 염려했던 왕우진은 다시 섬뜩한 쇳소리를 내며 덮쳐
오는 자들의 중앙으로 파고 들었다.
"크아아.....!"
"아아아악....."
찰나 주위에는 쭉 또 다시 소름끼치는 섬광이 뻗치고 처절의 비명과 함께 세
개의 목이 핏기둥과 함께 튀어올랐다.
"가라ㅡㅡ!"
"아흐.....!"
동시에 튕기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영호충의 몸놀림 역시 재개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 그의 손에는 어느틈엔가 사자(死者)가 떨어트린 것인 듯한 칼이 쥐어
져 있었고, 비록 왕우진의 칼부림만큼 끔찍하다 싶을 만큼 정확하고 독날한 것
은 아닐지라도 종횡의 검기가 번뜩일 때 마다 마후돈의 일당들은 이 또 하나의
강적을 맞아 여지없이 피를 쏟으며 거꾸러져 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즈음 한 가지 뜻밖의 것은..... 인혈월 마후돈!
왕우진의 드센 습격에 한 손목을 잃고 건너 거실쪽으로 날아갔던 그가 어느틈
인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는 점이었는데.....!
하지만 막상 한 자루의 칼과 일신의 기예에 목숨을 맡기고 사투를 벌이는 왕우
진이나 영호충은 물론, 그의 수하들까지도 아직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처절의 비명과 선혈은 이후로도 계속 산지사방으로 튀기고 울리며 사투는 두
사람이 상대를 밀어붙임에 따라 이제 점차 전각의 바깥으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
었다.
* * *
휘이이..... 소스라치게 차갑게 불어오는 설풍(雪風) 속에 탁탁 불꽃을 튀기며
타오르는 모닥불.
".........."
그리고 신주이세가, 마후돈 일당의 천라지망과 같았던 압박공격과 포위망을
꿰 고 나온 왕우진과 영호충, 두 사람이 그로부터 십여 리 밖의 한 숲속에서
마주앉은 것은 그로부터 약 두어 시진 후였다.
두 번째의 대좌(對坐).....!
한 명은 금세 최악의 살인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며 또 한 사람은 법복
을 입은 관포의 신분.....!
그래서인지 신주세가를 빠져나온 후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주앉은지 한참인데
도 두 사람의 사이에는 질식할 듯 미묘한 침묵이 흐를 뿐 선뜻 누구도 먼저 말
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무렵 그들은 둘 다 몹시도 불쾌하게 끈적거리는 검붉은 선혈을 흠뻑 뒤집어
써고 있었고 허리춤의 칼은 톱날이 되어 있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또 얼마의 사람을 베어냈는지 조차도 분간하지 못했다.
지극히 침통하고도 음울한 분위기.....
그러나 이윽고, 이런 갑갑함을 떨쳐내듯 왕우진이 먼저 피식 쓴웃음을 지으
며 탄식하듯 말문을 열었다.
"후훗..... 참으로 어이가 없군.....! 옛 말에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라더니
설마 마후돈 그 놈이 도망질을 칠줄이야..... 정말 상상치도 못했었군.....!"
그러자 툭, 영호충도 기다렸다는 듯 한 줄기 메마른 웃음이 떠올렸다.
"후후..... 뭐, 녀석이 뜻밖의 강적에 겁을 먹었었던 게지. 그래도 딴에는 제법
고수라 치부하고 있었을 터인데 눈 깜박할 사이에 한 손을 잃고 가슴이 으스러
져 내팽개쳐지고 말았으니....."
다소 침중한 듯도 했지만 음성은 흡사 친구를 대하듯 부드러웠다.
"하지만 염려말게나. 까짓 놈이 도망질을 쳐봐야 어디까지 가겠나? 분명 당
대최고의 대(大) 살인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자네의 노림을 받고 있는 처지인데
.....!"
당대최고의 대 살인자.....!
"하하하..... 하긴.....!"
일순 왕우진의 입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크다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어쩌면 이제 곧 적이 되어 또 한 번 칼부림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이 조그마
한 추적자의 서슴없는 말이 그의 웃음을 불러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벌써 두 번이나 사선(死線) 속에서 만난 이 미묘한 벗을 따스한 눈빛으
로 주시했다.
"아무튼 오늘은 자네가 아니었다면 큰일날뻔 했군.....! 그 좁은 속에서 놈들이
궁수들을 매복시킨 것을 보았을 때는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었네."
영호충은 모닥불을 바라다보며 다시 피식 웃었다.
"후훗..... 그럼 이번에는 확실히 도움이 좀 되었던 것인가.....?"
"맞아..... 자네가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쯤 나는 시체로 뒹굴고 있었을 것일세."
왕우진은 똑바로 영호충을 영호충을 응시하며 무겁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자넬 진정 알수없는 친구라 생각하네. 이게 벌
써 두 번째인데 대체 번번히 이렇게 나를 도와주려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목을
잘라가도 시원치 않을 입장에서....."
"후후..... 거기에는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지.....!"
"이유?"
"후후..... 그렇다네. 말하자면 자넨 지난 번, 스스로를 악인이 아니면 사람을
베지않는 별종의 살인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하다면 이 나 역시 일반과는 조
금 성질이 다른 별종의 법관이라서 이런다고나 보게나."
왕우진의 입가에 다시 드물게 한줄기 밝은 웃음이 떠올랐다.
"하하..... 별종의 법관?"
영호충 역시 쿡, 웃음을 터뜨렸다.
"후훗..... 옳아. 즉, 다시 말하자면 현 조정의 법관들은 거의가 죄형법주의
(罪刑法主義)를 지향하고 있지. 오직 정해진 법률에 의해서만 어떤 행위가 범죄
인가를 판단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벌칙을 행사하는 방식말일세."
웃음이 다시 다소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죄형법주의는 대개가 사건의 원인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게
원칙일세. 즉 사건의 원인을 생각하기 앞서 당장 벌어진 피해 당사자들의 결과
만 보고 판결을 내리는 원칙이 바로 그것인데, 나는 여기에 크다란 모순이 있
다고 보는 것이지."
탁탁..... 모닥불은 계속 시름없이 불똥을 퉁겼다.
"후후..... 가령 예를 들자면 여기에 갑(甲)이라는 한 성질 더러운 녀석이 술
에 취해서 을(乙)이라는 사람에게 괜히 시비를 걸었다가, 오히려 맞아 사소한 상
처를 입었다고 가정해 보세. 이건 분명 갑(甲)이 맞을 짓을 한것이지."
갑(甲)과 을(乙).
"하지만 이것이 죄형법주의에서의 판결에서는 절대적으로 을(乙)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네. 비록 갑(甲)이 분명히 맞을 짓을 했지만 상처를 입음으로 해서 죄의
경중이 을쪽으로 무거워지고 결국 을은 포승을 받게 되는 것이지. 이것이 결과
로 끝나는 것일세."
왕우진은 가볍게 턱을 주억였다.
"딴은 옳군..... 물론 을(乙)에게도 조금은 참작이 되겠지만..... 그래서 더러는
이 법을 악용하는 자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 같더군.....!"
영호충 역시 미소지었다.
"후훗..... 옳아. 따라서 난 분명히 이것이 어딘가 좀 잘못되었다고 보는 편일
세.....! 맞을 짓을 한 놈은 코가 깨어지더라도 당연히 맞아야 하는 법인데, 오히
려 정당한 쪽이 당한다면 이것은 분명 법의 맹점(盲點)이라고 해야하지 않겠나?"
왕우진의 입가에 한 줄기 피식 쓴웃음이 스쳐갔다.
"딴은.....! 하지만 그렇다고 갑(甲)처럼 술취한 상대가 시비를 걸었기로 마구
때릴 수 있는 법이 있다면 세상은 폭력천지가 되지않겠나?"
영호충은 계속 미소를 머금은 채 작대기로 모닥불을 뒤적였다.
"후훗..... 물론, 따라서 내 생각에는 법도 진정한 공정성을 기하려면 여러면으
로 사건을 엄격히 구분지어야 한다고 보네. 고의와 실수, 그리고 정도와 상황과
동기 등..... 그리되면 세상은 아마 좀 더 좋아질거라 믿고 있네. 우선 정의(正義)
에 동조하는 법의 무서움을 알게되면 사람들은 자연히 더욱 스스로를 사리게 될
터이고, 최소한 갑(甲)과 같이 취중에 실수를 하거나 법의 맹점을 이용하는 악당
들은 없어질게 아닌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후훗..... 해서 나는 결과보다 우선 동기부터 들추는 습관이 있는데, 결국 집
행자치고는 엄청난 별종인 관습법론주의자(慣習法論主義者)라 할 수 있는 셈이지
. 아마 지금 자네를 눈앞에 두고서도 이렇게 태연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 영향력일 것이라고 보고 있네."
법의 맹점(盲點)!
죄형법(罪刑法)과 관습법(慣習法).....!
"세상의 관리들이 다 자네 같았으면 좋겠군.....!"
왕우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게 자네뿐만은 아닐걸세.....! 자네 이외의
집행자들도 분명 그런 모순점을 느끼고는 있을거야.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모
든 사건들의 절차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해질테니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있
을 뿐.....!"
영호충 역시 동의했다.
"옳아. 결국 게으름으로 인해 버젓이 모순점을 알면서도 적당히 악법(惡法)과
타협을 하고 있는 셈이지. 나는 그저 법대로 할뿐이니 모른다는 식으로.....! 그러
다보니 어떤 사건이건 당장 눈앞의 것만을 적당히 얼버무릴 뿐 끝까지 뒤쫓을
생각을 않게되고, 그러다 보니 온갖 사악들은 문어발 식으로 자꾸만 그 기세를
확장해 가는 것이야."
"딴은 옳네만.....!"
왕우진은 침통히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어쨌건 그건 자네의 주관을 피력했을 뿐..... 나같은 경우와는 분명히
다르네. 실제로 나는 어떤 법으로도 도저히 용납받을 수 없는 엄청난 살인자인
것이지.....!"
그토록 표독히 번쩍이던 눈에 한그득 깊숙한 우수(憂愁)가 깔렸다.
"후훗..... 아무리 악당이었다 할지라도 죽인 사람이 부지기수, 특히 그 중에는
별로 악당도 못되면서 괜히 휩쓸려 죽음을 당한 자들도 상당수에 이를걸세.....!"
흡사 텅 빈 벌판이 보이듯 한 음성.....! 타오르는 모닥불이 투영되는 눈동자
속에는 죽음보다 더한 고뇌가 깔려있었다.
"후훗.....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네는 오히려 나를 돕고 있어.....! 먼저
는 마지못한 상황에서 한 번 타협을 했었다 치더라도 오늘의 일은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할텐가? 더우기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자넨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설마 다 우연이라 할텐가?"
"후훗..... 결국 이상한 점을 눈치챘던 모양이군.....! 하기사 바보가 아닌 다
음에야.....!"
영호충 역시 일순 만면에 어떤 깊숙한 오뇌의 빛을 드리우며 툴툴 허전히 웃
기 시작했다.
"후후..... 하다면 솔직히 실토를 하도록 하지. 난 먼저, 지난 동관에서 자넬
처음 만났을 때 백루와 진강의 살인사건으로 말미암아 자네를 추적을 하기 시작
했었다고 일렀었는데 실제의 내막은 그게 아니었어.....!"
"그게 아니었다고?"
"후훗..... 그랬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어제까지만 해도 난 솔직
히 금의위에 몸담은 내가 누구의 발고로, 또한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자넬 뒤쫓고
있었는지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네. 한데 지난 낮과 조금 전의 일을 통
해서야 모든 진상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네.....!"
영호충은 침통히 고개를 떨구며 계속 말을 이었다.
"우선 사건의 발단은..... 아마 그 부분에 대해서만은 자네가 더 자세히 알고
있으리라 믿네만 금릉부호 신궁파오라는 자의 딸 신궁희연이라는 소저의 죽음
때문이었어. 즉, 그로인해 신궁파오라는 자가 금의위에 비공식으로 사인(死因)을
밝혀달라고 부탁을 했었던 모양인데, 이에 나는 지금껏살인자인 자네를 뒤쫓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결국 신궁파오의 딸을 누가 무엇때문에 죽게 했었던지 그 사
유를 캐내고 있었던것에 지나지 않았었던거야.....!"
"신궁파오.....!"
순간 왕우진의 만면에 흠칫, 온갖 억감이 한꺼번에 다 떠올랐다.
"후훗..... 하지만 처음에는 몹시도 힘이 들었지.....! 그녀를 죽인 백루는 이
미 괴멸되어 있었을 뿐더러..... 해서 그 범인인 자네는 청부자가 누구인지를
알리라 믿고 뒤쫓기 시작했었던 걸세. 즉, 상황을 종합해본 결과 자네와 죽은 신
궁파오의 딸은 서로 아는 사이같았고, 이에 복수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었던
것일세....."
일순 왕우진의 입가에 다시 한 줄기 극도로 침울하고도 허망한 웃음이 떠올랐
다.
하지만 결코 부인(否認)하지 않았다.
"후훗..... 놀라운 추리력이로군.....! 시인함세.....!"
"역시.....!"
영호충은 안스러운 시선으로 눈을 들어 지긋이 그런 그를 향했다.
"미안하지만 한 번 물어보세나.....! 하다면 대체 어떤 사이였었나? 혹시 사랑
하던.....?"
왕우진은 깊숙히 고개를 떨군채 웃었다.
"그랬네..... 내 스스로의 목숨보다 더 사랑을 했었던 여인이었어.....!
어쩐지 자네에게만은..... 한 번쯤 털어놓고 싶군.....!"
웬지 영호충의 눈빛이 더더욱 안스러워졌다.
"과연.....! 하다면 괜한 상처를 건드리는 느낌이지만 거기에 대해서 한 가지
만 더.....! 의구심이 있네. 그녀를 해친게 아무리 자네가 몸담은 백루의 짓이라
고는 하지만 자네의 복수는 뜻밖에 너무 빨리 시작된것 같았어. 대체 어떻게 그
렇게 빨리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었었던 것인가?"
일순 왕우진은 고개를 떨군채 쿡쿡 오열보다 더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후후후..... 그것은..... 그것이야 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갈 만한 어
처구니없는 확률..... 까닭은 바로 이 내가 그녀를 죽였었기 때문이었지.....! 이
더러운 손으로 내가 내 목숨보다 더 사랑한 여인을.....!"
"맙소사! 자네가.....!"
덜컥! 순간 영호충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소리내어 주저앉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와함께 왕우진은 일순 무참하다 싶을 정도로 만면을 뒤틀며 폐장을 쥐어짜듯
한 웃음을 지었는데.....!
"힛힛힛..... 그랬었네.....! 더불어 이제야 처음으로 밝히지만..... 본시 나는
광동성의 유강현의 출생일세. 더우기 내 아버님은 포두이셨어. 그로인해 나역시
자네와 같은 집행자가 되기를 원했었고..... 어릴적부터 일찌기 검을 잡아 하나
의 큰 기술을 익히게도 되었었지.....!"
집행자가 되기를 워했었던 살인자!
"힛힛..... 그 내용은 내리치는 직일도(直一刀)인데, 다음의 변화를 결코 미리
계산치 않고 최대의 속도로 후려치더라도 상대의 미세한 반응에 따라 감각만으
로 언제 어느 순간이던 방향을 틀 수 있는 그런 검이었었네! 진정코 내 스스로만
이 해낼 수 있는..... 가히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자랑스러운 검(劍).....! 해서 이 검명을 나는 은사월검(銀蛇月劍)이라도 지었어!
아마 이 검을 받아낼 자는 천하에 아무도 없을거야....!"
은사월검!
"그리고 이 검을 완성한 직후..... 그러니까 그게 삼 년 전이었을거야.....!
나는 실로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무과(武科)에 응시하기 위해 금릉으로 갔었
네! 장원은 따논 당상이라고도 믿고 있었어. 한데 혈기에 너무 서두르다 보니
날자보다 육 개월이나 더 일찍 금릉에 도착했었고 거기에서 한 눈부시게 아름다
운 여인을 만나고 말았었네! 그게 바로 신궁파오의 딸 희연이었었어!"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고맙습니다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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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입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