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는 즉슨 이렇다.
에리를 대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했던 미래의 모 신관씨.
그러나 급하게 온 나머지 사용설명서도 읽지 않고 사용한 덕분에 부작용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던 타임미러 마저 ' 고장 ' 났다고 한다.
도끼눈으로 쳐다보는 에리에 할 말 없는 그.
사용설명서를 안 읽었다고 혼낸 것은 자신인데 그 자신마저 자기도 확인을 안했으니 여기서 더 말 하면 에리의 귀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 하하하하~~바보구나 제로스는~~~~ "
" 남말 할 처지가 아니야!! "
가우리의 말에 모두의 메아리!
이런 걸 보고 바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들 한다.
사실 제로스 쪽이 훨씬 더 낫다.
진정한 바보라 함은 바로 이 쪽 금발검사 분.
아니..진정한 바보의 극치를 넘어 선 바보다.
" 어찌되건간에 타임미러를 고친다고 해도 리나님은 우리 쪽 일에 말려들어버리신 것 같은데요 "
" 무슨 소리야? "
바보 가우리의 왈..;;
" 하긴 그렇겠지. 그 녀석이 여기 도착해선 다짜고짜 ' 넌 내 표적이다 ' 라는 발언을 했으니까 너희들이 원래세계로 돌아가도 내가 이 사건과는 이제 관계 없다라고는 할 수 없겠지 "
" 리나, 넌 어딜가든 편히 살 운명은 못되나보군 "
뜨끔.
제르의 말이 왠징 아니꼽게 들리기는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내가 지금까지 걸은 길을 되돌아본다면...
정말 내가 생각해도 이게 정말 사람이 걸은 길인가 싶을 정도였다.
남들은 죽어서 다시 태어나 겪어도 다 못 겪을 일을 난 그 짧은 몇 년 사이에 다 겪어버렸다.
앞으로도 편히 못 산다면 그건 사양이야..제발...
" 게다가 대항할 수 있는 주문을 가진 것이 리나님 뿐이라고 해도 정작 그 분은 그 검을 몇 번 휘두르면 지쳐버리니까 그다지 좋은 결과를 바랄 수는 없죠 "
뜨끔.
꼭 그렇게 핵심을 찌르는 말을 해야 겠냐?
" 이건 그냥 제의로 말씀드리는겁니다만...타임미러를 고치고 나면 저희들과 같이 가는 건 어떠십니까? "
" 뭐라고? "
제르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 ' 라는 얼굴로 노려보는 그의 눈을 애써 피하면서 계속 말을 잇는 제로스.
" 그들이 노리는 건 이 쪽 세계의 멸망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열쇠인 ' 리나 인버스 ' 한 명을 노리는 거죠. 만약 당신이 여기 계속 남는다면 이 쪽 세계에도 그리 적지 않은 피해가 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들은 실제로 단 한사람 때문에 한 국가를 멸망시킨 적도 있으니까요 "
" 다..단 한사람 때문에 국가를 멸망시켰다구요?!! "
아멜리아가 말했다.
놀란 것은 아멜리아 뿐만이 아니였다.
같이 걷고 있던 에리도 이런 얘기는 처음 듣는지 그자리에 멈춰서서 부동자세를 하고 있었다.
" 즉, 네가 하고 싶은 말은 ' 내가 자신의 세계에 피해가 가는 건 원치 않을테니 차라리 배경이 전쟁인 너희 쪽 세계로 가는게 어떻냐 ' 라는거겠지? "
" 그리로 가면 마족과 신족이 보호 해 줄테니까 여기 보다는 그래도 그 쪽이 안전하지 않을까요? 만일 싸우게 되더라도 그 쪽이 더 편할테고 "
확실히 맞는 말이다.
솔직히 여기서 이러고 다니는 것 보다 그 쪽으로 가서 보호 받으며(맘엔 안들지만)배경도 전쟁인 그 곳에선 싸우는 것도 적어도 내가 여기서 싸우는 것 보단 편할지도 모른다.
" 여기서 결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만일 당신이 여기에 계속 남겠다면 전 제 나름대로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입니다 "
" 억지로라도 대려갈 속셈이군? "
" 굳이 말하자면 "
순간 제르와 시선이 마주쳤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라고 묻는 얼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라고 물어도 앞 뒤 상황, 어제 있었던 사건을 종합 고려해 볼 때 제로스가 날 억지로 대려가려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말하는 ' 열쇠 ' 인 나를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확실한 곳에서 보호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치만 왠지 맘 한 구석이 껄끄럽다.
" 리나 "
" 어? "
" 네가 하고싶은 대로 해 "
가우리가 말했다.
" 우린 네 결정에 따를테니까 "
" 난 골치아픈 건 질색이니까 네 판단에 맡긴다. 알아서 잘 판단해 "
어이..;;
" 저도 언니 판단에 맡길게요!! 언니라면 악의 편에 서는 짓은 안할거라고 믿어요!! "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기분나쁘다..
아무튼
여기서 결정하라고 하면..뻔한 거 아니겠어?
" 좋아. 네 뜻 대로 해 주겠어 "
" 좋은 대답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 전에.. "
그의 시선이 가우리들 쪽으로 향했다.
" 동료분들은 물론 리나님을 따라가실 생각이시겠죠? "
" 그야 물론이지! 저 폭주꾼을 어떻게 혼자 보내? "
폭..주꾼..?
" 리나언니는 우리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
저..저것들이 정말...
" 안됬지만 이 제의에서 여러분들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
" 뭐? "
" 제가 대려가고 싶은 것은 리나님 한 사람 뿐입니다. 게다가 이 타임미러는 1인용. 그 이상 사용하게 되면 저도 어떻게 될 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
" 그치만 리나언니를 대리고 가게 되면 두 사람이잖아요 "
" 최대 2인용이 한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 이상의 수가 타임미러의 길을 타고 가면 아마 도중에 다른 시공간으로 이탈하거나 아니면 시간과 시간 사이에 갇혀서 영원히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반 발짝 뒤로 물러나는 아멜리아.
아무리 동료라도 그런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서라도 가겠다고 선뜻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뭐..서운해 하는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니까.
게다가 죽을 각오로 모두 간다고 해도 도중에 잠시 삐끗 잘못되기만 해도 모두 낭떠러지 행이다.
모두가 발목 늘어져 죽게 되느니 차라리 나만 가는 편이 훨씬 현명한 판단이라고 난 생각하고 있었다.
" 이렇게 말씀드려도..어디의 무슨 자칭 보호자 분께선 기를 써서라도 쫓아오시겠죠 "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는 가우리.
설마...진심이였던거냐...?;;;
" 최대 수용인원을 조절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그러기 위해선 꽤 많은 양의 레어코어가 필요하죠. 게다가 수정 하는 법도 꽤 까다로워서 좀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
" 그럼 저희도 갈 수 있는거예요? "
" 성공한다면요 "
평소의 포커페이스로 흔쾌히 승낙하는 제로스.
왠지 안 맞아...
내가 알고 있는 뒷모습이 ' 바퀴벌레 ' 같은 녀석의 이미지와 전혀 틀리잖아!
저 녀석이 아무 이유없이 자기 목적과 벗어난 짓을 할 리가 없어~~~~!!
" 그럼 당장 가자구요~~~ "
" 근데 여기서 비의 산맥까지는 얼마나 걸려? "
" 흐음...대략 어림잡아 14일 정도 걸리겠군요... "
" 그래? 그럼 어서 가야.....가 아니야!!! "
도대체 어느 틈에 끼어든거야?!!
" 제로스!!! "
아..이럴 땐 어떻게 불러야 되는거지?
저 쪽도 제로스.
이 쪽도 제로스...?
난해한 문제다 이 것은.
" 그 때는 잘만 혼자서 쏙 빠져나갔더군...? "
" 아니..이번 일을 상관님께 보고드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근데 생각보다 별로 반응이 시큰둥하시더군요. 위에서 내려 올 명령도 당분간 없을 거라 그러길래 엿듣자 하니 리나님 일행이 피.크.닉 간다길래 저도 같이 동행하려구요! "
" 피크닉이 아니야!!! "
순전히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라가는 것이다.
틀림없어...
근데...
" 옛날의 모습이군요~그리운데요? "
너무 대비되잖아...;;
" 저기 언니 "
도끼눈을 하고 두 마족을 바라보고 있을 때
뭔가 묵직한 느낌이 팔 소매에서 느껴졌다.
에리가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 이럴 땐 누굴 누구로 불러야 되는거예요? "
" 나한테 묻지 마라...라기 보다는 본인들이 직접 알아서 정하겠지 "
말 안해도
벌써 이름정하기 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뒷모습이 ' 바퀴벌레 ' 같은 신관들이였다.
이 쪽의 제로스는 저 쪽의 제로스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분위기지만 말이다.
" 아아아아!! 아직 멀은거야?!!!! "
드디어 짜증이 머리 끝 까지 올라가 뚜껑이 열리려고 하고 있었다.
" 꽤 기네요 "
" 흥..쓸데없는 걸 가지고 길게 끄는 군 "
" 배고파~~~~~ "
" 저두요... "
저마다의 불평.
그러기도 한 것이 벌써 ' 이름 정하기 작업 ' 이 한나절이 지나갔으니 이다.
그냥 서로 알아보기 편하게 이름 짓는게 뭐가 그리 어려워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는거야!!
덕분에 해가 산 밑으로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여기서 노숙인가...
" 이건 어떤가요? "
" 전 이것도 별로 맘에 안듭니다만... "
- 빠직
도대체 저 것들은 밤 샐때동안 저러고 있을 생각인가?
열받다 못해 더 폭주해버리기 전에 난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젖은 땅에 이름 투성이로 적은 글자를 열심히 밟아주었다.
" 아아!!! "
" 뭐가 아아!!!야?!!! 너희들 밤 샐 생각이야?! "
" .....아!!! "
" 반응이 느려!!!! 어쨌든..너희들 끼리 정하기 힘든 것 같으니까 제 3자인 내가 정해주겠어! 불만 없지?! 좋아! 이 쪽의 제로스! 넌 그냥 네 풀 네임 어때? "
" 뭐...상관 없습니다 "
" 좋아! 그럼 어디에서 오신 철 없는 아이의 보호자인 거기! 그냥 편하게 줄여서 제로! 어때? "
" 네에에? 전 별.... "
- 고오오오오오오오
" 아뇨..찬성합니다 "
" 그럼 결정난거지? 얘들아!! 끝났어!!!! "
도중에 말을 잇지 못하는 ' 제로 '
아마 내 증오로 이글거리는 두 눈을 봤기 때문일 터.
저 녀석들 때문에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은 분노가 보인 것이다!!!
끼니 한 번 잘 못먹는 거 가지고 뭘 그러냐고?!
뭘 모르는 소리!
인간이 먹는다는 것은 곧 살기 위한 수단! 그러니까 난 살기 위해서 먹는거야!!
(요점이 틀렸어...;;)
어쨌든!!
" 근데 제로스. 너 진짜 따라갈 생각이야? "
" 네? 뭐가 안되나요? "
" 아니..안된다면 안된다고 할 수도 있고... "
"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한데요? "
하하..
댁이 그런 말 할 자격은 없다고 보네..;;;
순전히 ' 재미 ' 로 가는 것일테지만 뭐...상관 없겠지.
이번 일은 제로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은 단지 나라는 존재 자체가 관계가 있는 거니까 어찌보면 제로스가 말려든 격이 되는건가?
- 타닥
" 그래서 결론은 이 쪽세계는 ' 제로스 ' , 저 쪽 세계는 ' 제로 ' 이렇게 되는건가요? "
" 거기서 거기네 뭐... "
" 리나, 너 진짜 네이밍센스 꽝이다 "
시끄러워!!!
이 정도면 된거지 뭐가 그리 불만이 많아~~~!!
밤 깊은 시간.
우리는 가운데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있었다.
에리는...
이미 오래전에 내 옆에서 ' 꿈 ' 이라는 세계로 빠져들었다.
" 나 같았으면 레오나르도라던가 헤르민 네루네루 뭐 그런 이름으로 지었을텐데~~~~ "
" 그게 더 꽝이야...;; "
이구동성.
가우리의 말도 안되는 발언에 기분이 상한 ' 제로스 ' 가 삐친 모양이다.
라기 보다는 화가 난거겠지.
상관이 자기에게 지어 준 이름을 인간따위가 멋대로 짓고 있으니까.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 별칭 ' 이지만 가우리가 지은 별칭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솔직히 내가 제로스 같아도 절대로 사양하고 싶은 이름이야...
" 제로 "
조용히 타는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난 나지막히 별칭을 불렀다.
" 네? "
" 넌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거지? 아는 대로 다 얘기해줬으면 좋겠는데 "
" 아직은... "
" 기분나쁜 꿈을 꿔서 그래 "
" 꿈? "
" 응,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내 꿈에 멋대로 나타나서는 '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거다 ' 라는 말만 하고 사라졌어 "
- 타닥
" 넌 뭔가 알고있는거지? 그 목소리의 정체에 대해서 "
벌써 ' 오전 ' 이 되어버렸네요.
14,15권 사서 읽고 있습니다!
아직 15권은 안 읽었지만 14권..정말 애절하더군요.
그 미리나가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과 작별할 줄은 몰랐습니다.
인간이란 정말 한순간이라는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분노하는 루크를 말리기 위해 뛰어다니는 리나와 가우리의 모습에서도 애절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14권은 여러모로 안타깝게 하는 군요.
루크..개인적으로 꽤 맘에 들었던 캐릭이였는데요.
첫댓글 러브언니 시험 잘봐아!! 아, 소설 재밌게 잘 읽었어/ㅅ/ 다음편 건필♥!!
시험 잘 볼게!
삭제된 댓글 입니다.
벼..별로 기대할 것 까진..;;
완전 귀엽구려 -_-.. 제로라니.. [씨익] 음음음, 역시 기발해요 리나럽언니!![<-사살] ...거, 거, 거, 건필!! 아 그리고... 웬지 불안해요--... 자꾸 제로스가 그 3류 악당 편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ㅁ;...
^^;;;
푸하하하하하;;;; 제로라니;;;; 그럼 제로리나가 아주 멋지게 성...[투타타당]
^^;;;
역시 왕언니 소설은 재밌어 /ㅁ/ [<-]
와..왕언니? 누가 그런...?
6, 6편까지 보고 나머지는 보지 못하고 있었.....OTL 그런데 왜 리나러브님 팬픽을 읽다 보면 약간 어리숙하다는 느낌이 드는건지?;;;<-
그럴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으헉~난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