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사약
김백겸
커피 중독이 세종시 나성동 어반 아뜨리움 상가들이 라스베가스 스트리트 몰처럼 올라
간 산책길의 마지막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햇빛이 상가의 원도우에 비쳐 있는 투섬플레이스로 갈까 이디야로 갈까
망설이는 끝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이디야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키고 창가에 앉은 방황의 끝에 이
르러
커피 숍 창밖에는 휙 바람이 불어 가로수 이파리가 ‘ 너 자신을 알라 ’ 는 아폴론 신전의 경
구처럼 흔들리고 있는 끝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대학 첫 미팅 때 너무 떨려 커피 잔을 잡을 수가 없었다던 친구의 두근거리는
청춘과 노회한 시골의사로 늙은 일생을 뜬금없이 대비하고 있는 생각의 끝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둥근 알람 판에 들어와 기다림의 보상을 받는 만족에 이르러
스님도 커피콩을 프라이팬에 볶아 드는 시대-커피 중독이 집착과 달관의 사사무애(事事無礙)
에 이르러
커피 중독의 심장이 커피에 예민하게 반응한 부정맥이 두려운 순간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그래도 커피를 포기할 수 없어 심장의 두근거림을 재어가며 커피를 마시는 순
간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 커피를 사랑하다 죽은 늙은 시인 ’ -카피(copy)와 에피소드의 백년 저작권을
가족에게 유언하는 서글픔의 백일몽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사약처럼 황홀한 소마(soma) -카페인이 지금 현재를 오르가즘으로 몰아가는
열반에 이르러
커피 중독이 천지가 죽음처럼 조용해지는 순간에 이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