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QUE DU SOLEIL의 QUIDAM을 보고....
서커스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명절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매 명절 때마다 꼭 한 방송사에서 방영해주는 것이 서커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QUIDAM은 차원이 다른 서커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QUIDAM을 처음 본것은 작년이다. 우연하게 미국에서 공부하셨던 한 선생님께서 꼭 봐야 한다며 적극 추천해 DVD로 이 QUIDAM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도 나는 ‘이건 사람이 아니다’라고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2시간 넘도록 꼼짝도 안하고 넋 나간사람처럼 보았었다.
그런데 이것을 실제로 보다니.....
공연을 보기 전까지 설레서 손발이 다 저릴 정도였다.
QUIDAM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 안에 스토리가 있고 주제가 있다. 내가 감히 주제를 말해 본다면 그것은 “사람” 이었다. 사람....이 공연을 보면서 나는 ‘human'을 느꼈던 것이다.
QUIDAM은 ‘익명의 행인’이라는 뜻이다.
첫 장면에서 보면 알 수 있는데, 우리 현대사회의 정서적 메마름과 단절을 한 가정의 단면으로 보여준다.
이 공연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광대 한명과 몇몇의 도우미(이들은 모두 하얀색 무균실험실 복장 같은 것을 입고 있다. 이들은 극 중간 중간 광대들을 돕고 스스로가 광대가 되기도 하고 물개가 되기도 한다..^^)들이 장내를 집중시키고 어느 정도 어수선함을 정리하고 나면 한 가정이 나타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1인용 소파에 앉아 아버지는 신문만 보고 어머니는 라디오에만 집중을 하고 딸아이는 그 사이에서 혼자 무언가를 하며 놀고 있다. 이들에게는 대화도 없으며 움직임도 없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없고 딱딱한 벽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신에 대한 존재성을 부모에게 나타내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는 각자 일에만 집중한다. 아이는 이 벽을 뚫어 보려고 하지만 너무 단단하다. 그러다가 광대가 나타나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하며 아이의 시선을 옮겨놓기 시작한다. 머리가 없는, 그러나 우산과 모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등장하여 아이에게 모자를 건넨다. 이 부분에서 이 모자의 의미와 이 사람의 존재에 대한 느낌이 묘했다. 이미 사람들에게 사라져 버리고 잊혀 버린 세계-그것은 상상의 세계일 수도 있고 추억의 세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로의 초대 같았다. 그 모자를 쓰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새로운 모험이 펼쳐지는 듯한 상상을 갖도록 말이다. 그 사람이 시간에 쫓기는 토끼가 되는 것이다.^^ 정말 아이가 모자를 쓰자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부모가 의자에 앉아서 자기에게만 집중하는 그대로 소파가 공중으로 올라가 버리고 새로운 세계가 아이에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큰 통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광대가 등장하는데 손을 데지도 안고 사람 키보다 큰 길이를 지름으로 하는 원통을 아슬아슬하게 굴린다. 또 여러 아이들이 나와 공을 갖고 여러 재주를 보이기도 하고 줄넘기를 갖고 곡예를 한다. (말로는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가 없음이 매우 안타깝다.) 이러한 장면들 사이사이에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간혹 간혹 보이는데 그들이 점점 이 세계에 조금씩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엔 그냥 지나가다가 다음엔 한번 씩 쳐다보고 어느 때 부터인가 그들이 이 세계에서 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서 처음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점점 웃음을 보이기 시작하고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절정에 이르러서는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따뜻한 추억이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가 그들이 상상했던 환상의 세계에 빠져있음을 볼 수 있다.
결국 막혔던 벽이 무너지고 단절되고 차가웠던 사람과 사회가 원래의 아름다움, 사랑, 따뜻함으로 회복되어진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철저히 인간이 보여 졌다.
극은 대사 한마디 없이 진행되고 라이브로 연주되어지는 음악이 존재한다. 그리고 여자 아이의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어떤 특정화된 언어가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노랫말이다. 이러한 노랫말과 환상적인 분위기의 조명, 퍼포먼스, 라이브 음악 등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퍼포먼스 역시 인간이다. 인간의 육체로 모든 것을 포현했다.
인간의 탄생부터 삶, 행복, 사랑, 가능성, 한계를 넘어섬, 등등......
언어화 되지 않더라도 예술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람을 감동 시킬 수 있는 것 같다.
또..인간의 몸이란 정말 무한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 사람도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은 훌라후프에 3명이 들어가 우아한 장면을 표현하고 또 공중에 매달려 있는 훌라후프에 발 하나, 손 하나로 지탱하면서 너무나 우아한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 공중에 매달려 있는 천에 몸을 그대로 맡겨 생명의 신비를 표현하고, 실제 조각상이 서서히 움직이는 듯, 한 남녀 한 쌍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 채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밧줄 하나에 모든 것을 지탱하면서 여러 가지 묘기를 보여주는 장면, 커다란 바퀴 안에서 大자로 몸을 만들어 그 바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장면, 재미있는 장난감(중국에서 유래한 듯한)을 갖고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장면,,,,,,등..등.. 어느 것 하나 무의미 한 곡예가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 이상의 것을 사람의 몸으로 표현하였다. 그래서 언어로 이 감동을 감히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무대, 조명, 색체, 음악, 분장,,,,, 어느 것 하나 환상 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던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나가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행여나 내가 하나라도 잊어버리면 어떻하나 였다.
정말이지 어느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 눈에 마음에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공연이었다.
첫댓글 극찬이로군요. 가족끼리 꼭 한번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