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실상
변천(變遷)하면 환상(幻相)이요 불변(不變)이라야 실상(實相)이다.
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다시 생기는 까닭에 환상이라고 한다.
꿈의 세계도 그렇다. 이 몸은 실상이라고 하나 분명히 신진대사(新陳代謝)를 하고 있다.
또 성장기(成長期)인 아이는 일분일초도 멈추지 않으며 성장한다.
노쇠기(老衰期)인 노인도 역시 일 초도 멈추지 않고 변천하여
세상에 나온 그때부터 성장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 몸이 환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들은 무엇이나 눈에 보이고 나타나 있는 것은 다 실상이라 한다.
예를 들어 과자가 하나 여기에 있다.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실상인가 환상인가 물으면 실상(實相)이라고 말한다.
그 과자를 순간적으로 먹어 버렸다. 그래도 실상이겠는가?
또 지구는 견고한 것 같으나 해중(海中)에 섬이 돌연히 생기거나
육지가 돌연히 바다가 되었을 때 환상(幻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몸이 건강할 때는 백년(百年)이나 천년(千年)이나 살 것처럼 믿으나
숨 한번 내쉬었다가 들이쉬지 못하면 百年이요 들이쉬었다가 내쉬지 못하면 또한 백 년이다.
인생(人生) 백 년이 숨 한번 쉬는데 달린 것이다.
그러면 과연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가 어디인고?
이 몸을 운전하는 주인공(主人公)이 마음 붙일 곳이 어디인고?
나 자신(自身)을 믿는 것이 결국 자신에게 속는 것이 아니겠는가?
꿈도 현상계(現象界)도 모두 환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나란 멋에 살건 만은 이 몸은 환상이라 믿을 곳이 어디인가.
마음 하나 깨치면 제일 기쁨이 아니리.
- 구산 스님 <석사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