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인간시장(7권) 76. 늑대여 아름다운 밤을

[물 안 개]

늑대여 아름다운 밤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내 행방을 물었다는 다혜와 통화를 한 것은 밤 늦은 시간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어." "또 무슨 일 저질렀니?" 다혜가 물었다.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 그래서 감옥으로 가느냐 공항으로 가느냐 하다가 늦었을 뿐야. 공항에다 전화해서 그 비행기 편에 수상한 한국인이 있으니 철저히 조사하라고 할까 하다가 말았지." "그래서 조사받느라고 늦게 나오면 마중하려고?" "그렇게라도 해야 시간 맞추게 됐으니까." "안 나오길 잘했어. 작년부터 선 보라던 남자가 공항에 나왔으니까 말야. 찬이가 나왔으면 해프닝이 벌어졌겠지." "어떤?" "내가 보란 듯이 찬이를 끌어안고 키스를 해 버렸을 테니까. 그러면 정나미 떨어져서 그 남자는 도망갔을 거고 중신하겠다고 쫓아다니던 고모가 다시는 내 꼴 안 보겠다고 난리쳤을 거 아냐." "어떤 자식야?" "알아서 뭐하려고?" "양보할 테니 얼마나 행복하게 해 줄거냐고 담판을 걸까 하고." "말 다했지?" "취소하기 위해서 해 본 거야." 우리는 웃었다. 이 밤에 우리는 만날 수 없지만 그동안 녹음 테이프에 담아 보냈던 목소리와는 다른 근접거리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나 보고 싶었어?" "말이라고 하는 거야?" "얼마나?" "이만큼." 나는 한쪽 손을 크게 벌렸다. 그러나 그 모습을 다혜가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금방 말을 바꾸었다. "여기서 다혜의 집까지 땅굴을 뚫고 싶어. 그래서 밤마다 맘 놓고 언제든지 달려가게 말야." "밤마다 왜 와?" "우지끈 뚝딱! 뭐, 그런게 있어." "저런 사람을 보호감호하지 않고 뭐하나 나는 은주 누나네 집에서 다혜네 집까지 땅굴을 파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서울에서 프랑스의 파리까지 땅굴을 파고 싶었다. 그래서 며칠이 걸리더라도 속력 좋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서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단 십 분을 만나기 위해서 열흘을 달려가고 다시 열흘 동안 달려와도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공상가였는지 모른다. 공상 속에서 늘 나는 황제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다혜를 맞아들여 아주 끝없이 행복해지기를 꿈꾸곤 했다. 무인도를 하나쯤 접수해서 그곳의 황제가 되고 싶었지만 너무 삭막할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섬나라 일본이었다. 일본에서 제일 센 녀석을 내세우고 우리나라에선 내가 나가서 공개적으로 한판 노예가 되기로 약속한 뒤에 한주먹으로 박살을 내고 일본을 접수한다면...... 일본 천황은 조그만 무인도를 내줘서 죽는 날까지 처먹을 거나 대주면 황송해 할 테고, 한국에서 찬탈해 간 문화재는 모두제자리에 옮겨 놓고,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 집안에 도굴꾼이 있다니까 그동안 도굴해 먹던 솜씨나 발휘하라고 일본에 데려다가 도굴 솜씨 좀 구경하고, 조치훈한테는 동경통치권이나 주어 버리지 뭐. 한국인만 보면 모두 무릎으로 기어 다니게 하고 한국 얕잡아보던 애들은 죄다 잡아다가 지옥 온천의 팔팔 끓는 물 속에서 여생을 수영이나 하라고 처박아 버릴까? 예쁜 계집애들은 죄다 골라서 전쟁하는 나라에 정신대로 보내 주고 쓸만한 사람들은 소련 한국 우습게 알고 장난하던 코 큰 애들에게 가미가제를 조직해서 머리통부터 아카징키 발라 줄까부다. 일본애들이 만주에 철도부설권을 얻기 위해 마음대로 그어 줬던 국경을 내놓으라고 때국놈들한테 말해 보고 안 되면 홍안령까지 밀어붙이지 뭐. 그러다가 기분 나면 옛날 고구려 시대에 광개토왕이 했듯이 만주 벌판을 차지해 버리든지. 성질 나는데 소련하고 유럽하고 미국하고 다 먹어 버릴까부다. 그래서 그 녀석들 죄다 코를 수술해서 납작코를 만들어 버리든지 들창코를 만들어서 고릴라하고 콧구멍 크기 시합을 시켜 볼까? 필리핀에 가서 썩 훌륭한 이멜다 남편이 그 친구를 데려다가 일본 총독을 시켜도 괜찮을 거고 별로 하릴없이 노는 카터를 동서기를 시켜 줄 아량도 베풀지 뭐. 지옥에서 별로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지만 일본애들하고 친했으니까 히틀러를 잠깐 빌려다가 일본애들 좀 성심성의껏, 성질대로 다뤄 보라고 할 수도 있고, 교과서 가지고 장난한 애들을 특별히 사랑해 주라고 귀띔해 주지 뭐. 그리고 다혜랑 나랑은 이멜다 딸내미가 놀라서 벌렸던 입을 석달 열흘간이나 못 다물도록 호화판으로 놀아날 테다. 지하에 있는 놀부 마누라도 석달 열흘간이나 까무라쳤다가 일어나서 또 까무라치게 놀 테다. "지금 만날까?" "너무 늦었어. 지금이 몇 시인데 그래?" "잠깐 얼굴만 보자. 나 잠 못자게 하지 말고." 만나면 되잖아." "오늘 밤, 나더러 이대로 자란 말야? 좀 봐 주라." "늦었잖아. 식구들도 죄다 있는데." "못 나오면 내가 강도로 위장해서 들어가지 뭐. 복면 쓰고 들어가서 식구들 죄다 안방에 가둬 놓고 다혜만 살짝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서...... 그러면 소문날까 두려워서 나더러 빨리 대충대충 데려가라고 애원할지 누가 알아? 그러면 그때 가서 적당히 버텨 가며 장가 가 주는 거지 뭐." "수법이 좀 징그럽네." "급한 세상인데...... 편하게 좀 살자." "내일 만나면 되잖아." "보고 싶어 죽겠다니까."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가 오후에는 만날 수 있어." 다혜는 늦은 시간이어서 만나기 곤란하다며 내일 오후 쯤에 전화를 걸겠다는 약속을 했다. "할 수 없지 뭐. 베개나 껴안고 자는 수밖에." "내가 베개는 얼마든지 사 줄게." 우리는 이 밤에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전화를 끊고 돌아앉자 은주 누나가 풀썩 웃었다. "내 앞에서 그런 식으로 전화질하는 게 아니다. 질투유발죄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되니?" "파출소에 신고를 하지 그래. 과부 희롱죄까지." "말 다했지?" "말을 바꿀게. 홀로 사는 여인에게 죄라고......" "그렇게도 다혜가 좋으니?" "이게 다 팔자인가 봐. 좋은 걸 어떻게 해. 싫어하고 싶어도 안 되는 걸. 누나 말처럼 어려운 상대한테 매달리지 말고 쉽게 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냐. 계집애 까탈스럽고 남의 속 느물거리게 하는 걸 생각하면 차라리 미나 같은 애가 낫다 싶은 때가 한두 번 아녔지만...... 그런데 안 돼. 어렵게 정복하고 싶은 내 성질 탓인지도 모르지." "그러다가 널 걷어차면 어쩌니? 외국 유학까지 했겠다, 콧대는 높을대로 높겠다. 너는 언젠가 눈에 차지 않는 날이 올 거고. 닭 쫓던 개는 지붕이라도 쳐다본다지만 말이다. 네가 정말 다혜하고 결판을 내 유학가도 좋아. 이왕 마음 먹는다면 그것 하나 못해 주겠니." 은주 누나는 요즘 부쩍 내 진로 문제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시골에 있는 어머니한테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고 다혜가 파리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영 마땅찮은 기색이었다. 나를 대학원에 보내 준다고 벼른 것은 오래 되었지만 저렇게 구체적으로 조른 것은 요즘 들어서였다. 일주일에 이삼일만 학교에 가면 되니까 나머지 시간은 누나네 가게 일이나 도와 주면 그만인 셈이었다. 처음에 은주 누나는 그러길 원했는데 오늘은 아예 외국 유학까지라도 보내 어째서 다혜를 미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질투를 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콧대 높은 다혜를 꺾어 버리기 위해 유학을 권유하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의 속셈이 빤히 보이는데도 나는 은주 누나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은주 누나가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혜도 그런 은주 누나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눈치 빠른 다혜가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챘을 터이고 내가 은주 누나한테 피붙이도 아닌데 얹혀산다는 걸 꽤나 싫어하고 신경 쓰는 것이었다. 과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처럼 은주 누나와 다혜는 성격상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이였다. 은주 누나는 잔정이 첫인상부터 조금은 차가워 보였다. 은주 누나는 싫으면 싫다고 그 자리에서 감정의 변화가 보이고 감정적으로 예민해 보일 수 있지만 모질지 못해서 금세 잊어 버리는 성미였다. 그러나 다혜는 별로 감정의 기복을 느낄 수 없고 겉으로 따스하거나 아기자기한 맛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내가 그동안 수없이 그녀를 훔치려 했지만 한 번도 응해 주지 않은 것을 보면 그녀의 차가움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웬만한 여자라면 그렇게 애태우며 졸라 댔으면 미안해서라도 눈 따악 감고 내 맡겼을 일이었다. 흔한 말로 은주 누나의 눈에 비친 콧대로 부정할 수 없는 여자였다. 엄격한 교육자 집안에서 길들여져서 그런지 잔잔한 감정의 표현은 언제나 숨겨진 것처럼 보였고 지나치게 깔끔한 성미가 드러나서 저항감을 줄 수도 있는 여자였다. "콧대를 한 번이라도 꺾어 봤니?" 누나가 슬그머니 물었다. "그거야 옛날에 꺾었지." "정말야?" "그렇다니까." "아무래도 믿어지질 않아. 그런 애가 왜 그럼 그렇게 버티니?" "버티긴 뭘 버틴다고 그래?" "내가 잘못 봤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너하곤 조금 언밸런스 같다." 내 성격을 너무 빤히 아는 처지여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한 번도 다혜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어머니와의 조화였다. 외아들의 외며느리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간섭은 심할 게 빤했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다혜의 성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다혜처럼 날씬한 몸매와 눈이 큰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 여자란 사내를 잡아 먹는 여우 같은 계집이란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살집이 넉넉하고 엉덩이가 축 처져서 연년생으로 내리 아들만 대여섯 명을 힘 안 들이고 뽑아내며 삼칠 일만 되면 기저귀 빨래를 해 대고 한 놈 끌어안고 젖 먹이고 또 한놈은 등에 업고 또 한 놈은 걸려서 시장 바닥을 헤매면서 콩나물을 남보다 한 주먹 더 뺏어 오는 그런 여자를 미역국도 펑펑 퍼 먹고, 그러나 돼지처럼 먹고 자는 미련한 여자여서는 곤란할 것이다. 메주도 꽝꽝 쳐 대서 둥글넓적하게 매달아 걸 줄도 알아야 하고 양말이 구멍나게 꿰매 신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그런 여자를 원할 터여서 다혜처럼 공부하다 말고 몸 아파서 돌아왔다는 걸 알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게 빤했다. 더더구나 어머니 표현으로 인공난리 때 서양놈들이 위아래 안 가리고 치마 두른 여자만 보면 못 살게 굴어서 서양놈들이란 모두 똥개 같은 부류라고 여기는 판에 그런 나라에 가서 그런 똥개같은 놈들하고 같이 공부했다는 걸 알면 반쯤은 화냥것 취급을 할게 분명했다. 텔레비전에서 외국 사람들이 껴안고 입 맞추는 걸 보면 주리를 저것들도 사람 새끼냐고 말하는 어머니는 퍽 근엄했다. 결코 세속을 이해하지 않을 성미였다. 그렇게 며느리감이 둥글넓적하고 엉덩이가 축 처지더라도 마음씨는 심청이나 춘향을 닮았어야 하고, 당신은 결코 그런 적이 없으면서 며느리만은 당신의 아들이 죽으라고 하면 쇠죽 끓이는 솥에 서슴없이 들어갈 정도로 고분고분해야만 했다. 말로는 시집살이를 절대로 시키지 않겠다고 장담을 하지만 시어머니한테 당한 서러움을 보상받을 길이 없는 여인이어서 당신이 제시한 그런 여자가 아닐 경우에 퍽 다잡아 앉히려고 할 것이다. 시집살이 시키는 남의 집 시어머니를 향해 죄받을 짓한다고 욕을 하면서도 당신에겐 시집살이 시켜도 합당한 구실을 애초부터 만들어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이번에 내려갈 때 데리고 가라. 나중에 어머니하고 실랑이하지 말고 며느리감이라는 걸 알려 둘 필요가 있잖니? 나도 거들 테니까." "안 되면 절에 가서 찬물 떠 놓고 머리 얹어 주지 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머니 성깔에 그 꼴 잘도 보시겠다. 말년에 효도는 못할망정......" 그 한마디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시골에서 나 하나만 믿고 혼자 사는 늙은 어머니의 소망을 들어 줄 수 없는 아픔이 내겐 있었다. 지방의 사범대학에 들어간 미숙이가 어머니 곁에 있지만 딸년은 아예 자식 축에 넣어 주지 않는 어머니의 고집을 아는 터여서 내 정신적 부담은 클 수밖에 "이것 저것 생각 좀 해 볼게. 지금 뭐라고 단정짓지 말고." "그래라. 네 말마따나 네 인생은 네 것이니까." 우리는 밤 이슥토록 얘기를 나누었다. 새벽 바람에 가게에 나가는 누나여서 언제나 일찍 잠자리에 들던 누나와 나는 모처럼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가게 확장에 관한 얘기와 아무래도 바빠질 생활 때문에 생활이 편리한 아파트로 집을 옮길 궁리, 변두리로 나가 조금 널찍한 땅을 사 두었다가 평생 소원으로 삼고 있는 사립학교 설립에 관한 문제까지 얘길 나누었다. "요즘 평수 좀 넓고 유명 딱지 붙은 건설회사에서 지은 아파트는 완전히 차렸는데 얼핏 들으니까 볼만 하다는데 그래. 작년엔가, 평당 백 삼십 사만 원씩 분양한 아파트가 일 년밖에 안 됐는데 평당 삼백이 넘는대. 육 개월된 것은 명의변경을 육 개월 후에 준다는 조건으로 삼백 오십만 원씩이나 나가고." "말 마라. 입주도 안 한 오십 평짜리 아파트가 프리미엄이 육천만 원이나 붙어서 팔린다는 소문도 있더라." "그 녀석 말로는 건설회사에서 장난 치는 거래. 일차 분양 때 미달된 S 건설이 지은 아파트가 오십 평짜리에 육천만 원이 붙은 건 회사가 부동산업자들 끼고 장난해서 그렇게 된 거래. 이번에 집 장만 하러 돌아다녀 보면 알게 되겠지. H 건설이 장난친 건 유명하잖아." 건설업자들 뒤 좀 한번 캐 봐라. 소문만 듣고도 우리같은 사람들은 기가 죽는 판인데 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고 주택 정책이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물가를 아무리 다잡고 임금을 동결하면 뭘 하니? 땅값하고 집값이 저 난리 통인데. 좌우간 아파트 건설업체하고 덩치 큰 부동산업자는 한번 뿌리를 캐 볼 필요가 있어." "그러니까 국회에서도 어떤 국회의원인가가 그랬잖아. 투기의 주모자는 정부이고 공범자는 건설회사이고 복부인은 겨우 들러리일 뿐이라고. 정말 캐 볼까? 워낙 해먹은 치들이 많고, 워낙 술수가 능해서 캐내기가 쉽지 않을 거고...... 캐내 봤자 먹은 놈들끼리 서로 감춰 주고 보호해 주느라고 실속이 없을지는 장만하려면 평생 허리 졸라매도 어렵겠지." "누가 캐도 한번 캐기는 캐야 할 거야. 요 며칠 집이나 옮겨 볼까 하고 수소문하다가 정말 속상해서 못 견디겠더라. 빤히 알면서 정부에서는 왜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다. 만약 모른다면...... 그건 말도 안 되지. 그런 정부를 어떻게 믿겠니?" "일단 돌아다녀 보고 사실이 그러면 심심한데 얼마나 빽 좋은 놈들이 얼마나 신나게 해먹는지 한 번 캐보지 뭐." "그만 자자. 내일 세무서도 가 봐야 하고 물건도 들여와야 한다." 나는 이층의 내 방으로 돌아왔지만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다혜가 보고 싶었다. 내 침대 속에 넣어 놓고 정말 허리가 휘도록 해수욕장에서 아무리 앙탈을 부리더라도 훔쳐 버렸다면 지금 이처럼 고통을 받진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이번엔 기필코 훔쳐야지, 훔쳐야 돼. 악착같이.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숲길로 가끔씩 무섭게 질주하는 자동차의 불빛이 맹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도 밤 날씨는 싸늘한 봄날이었다. 잔기침을 하는 다혜 때문에 우리는 히터를 약하게 틀어 놓은 채 자동차 안에서 속닥거렸다. 초저녁에 만나 다혜가 그렇게 먹고 싶다는 막국수 한 사발씩을 먹고 갈 데가 마땅찮아 차를 몰고 돌아다니다가 이 숲길로 들어온 것이었다. 수척해진 얼굴 어쩐지 퇴색해 보였다. 종합진찰을 제대로 받으려면 며칠씩 입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임시로 여러가지 진찰을 받았다고 했다. 진찰 결과를 본 뒤에 입원해서 종합진찰을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얘기였다. 특별하게 꼬집어서 아픈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나른하고 무기력해져서 처음에는 향수병이거나 음식 때문에 일어나는 영양의 불균형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지만 날로 그런 증세가 심해져 할 수 없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고집을 부려 떠난 길이어서 웬만하면 돌아올 체면이 아니었는데 먼 프랑스 땅에서 견딜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혜의 입술은 여전히 촉촉했다. 배어 있던 아카시아 향내가 그녀의 촉촉한 입술뿐 아니라 몸 전체에서 물씬 풍겨 나왔다. 우리는 이 밤이 새도록 입술을 떼지 않을 것처럼 좁은 자동차 시트에 기대어 F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다른 건 사치를 부리지 않지만 음질 좋은 음악 듣기에 사치를 부리는 은주 누나 덕에 자동차 안에서도 좋은 음악을 가려 들을 수가 있었다. 봄날이라도 아직 바깥 날씨가 포근하지 않아 한적한 오솔길엔 사람 그림자가 없었다. 나는 다혜를 만날 때마다 서울이란 삭막한 도시라고 생각하곤 했다. 젊은 연인들이 별로 갈 만한 곳이 없게 만들어진 곳이었다. 젊은이를 위한 공원이 단 한군데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길과 도시인들을 그렇게 삭막한 군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내 손을 자꾸 밀어내는 다혜에게 내가 말했다. "우리, 오늘밤을 첫날 밤 하자."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야? 뭐가 두려워? 우린 부모 동의 없이도 결혼할 나이야. 나는 정말 더 이상 못 참겠어. 기다릴 만큼 기다렸어. 이 이상 나더러 더 참으라는 거야? 생각해 봐. 내가 몇 년을 기다렸는지. 내가 장난으로 이러는 게 아니란 걸 알잖아. 우린 장난할 나이도 지났어. 어차피 결혼해야 할 사람야. 너무 그러니까...... 솔직한 심정은...... 다혜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사내들처럼 다혜를 소유한 뒤에 도망칠까봐 그래? 그렇다면 사람 잘못 본 거야. 나도 결코 다른 데론 장가를 안 가. 아니 못 가." 나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번엔 다혜를 훔치고 말 생각이었다. 치료를 받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면 적어도 두 해쯤 더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그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끔찍한 고통이었다. "나를 의심하는 거야?" 다혜가 정색을 한 채 말했다.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가 너무하다는 거야?" "육체가 뭐 그리 대단한 거냐구?" "정말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다시는 안 만날 거야." 그래?" "오늘 왜 이러지? 찬이도 변하나 봐. 괜히 트집을 잡고 그래." "이건 트집이 아냐. 기다릴 만큼 기다렸어." "약속한 거 잊었어? 내가 스스로 옷을 벗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맹세했잖아?"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그러다가 늙어 죽겠다. 장난하자고 이러는 게 아냐. 결혼을 하자는 거야." "결혼도 순서가 있고 서로의 입장이 있는 거 아냐. 나도 찬이가 싫어서 피하느라고 이러는 게 아냐. 아까 그랬지. 육체가 뭐 그리 대단한 거냐구. 나도 충동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 봤어. 수만리 타국에서 뼈가 저리도록 외로울 때면 찬이 가슴에 나를 싸우기도 했어. 세상의 보통 여자들이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할 거라며 스스럼없이 옷을 벗는다는 것도 알아. 나도 그러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은 아니었어. 그러나 내가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끝내고 떳떳하게 찬이에게 보여줄 게 있다면 그나마 순결 하나일지도 몰라. 나는 몸이 약한 여자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나도 보통 여자야. 목욕탕에 가보면 나도 보통 여자들과 꼭 같애. 유별나게 다른 여자이거나 남보다 뭐가 하나 더 많거나 적거나 하지는 않은 여자야. 순결이란 게 겉으로 표나고 보이는 것도 물론 아냐. 그러나 난 지키고 싶어. 나더러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힐 거야. 쉽게 그냥 지니고 싶은 거야. "나를 편하게 해 줄 수는 없어?" "그래서 날 어쩌겠다는 거야?" "넌 내 거니까 내가 갖겠어." 나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다혜가 웃었다. "모든게 찬이 맘대로 될 것 같애?" "돼야지. 될 거야." "제발 이러지 마." "나더러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생각좀 해 봐." "넉넉잡고 삼 년. 공부 끝내는 데 일년 반 잡고." "차라리 앓느니 죽겠다." "그렇게 기다려 봐야 서른도 안 돼. 뭐가 초조하다는 건지 모르겠네." "난 급해." "이거 놔! 숨좀 쉬게." "강제로 이럴 거야?" "이게 이젠 순서야." "난 환자야." "널 죽이고 싶어." 내 감정은 표현한 그대로였다. 놓아 줄 수 없는 여자였다. 그녀를 놓아 주느니 차라리 죽이고 싶은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었다. 나는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견딜 수 없이 육체를 내 던지고 싶을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젊었고 욕망을 다스리기엔 너무 성숙해 있었다. 몇 번이나 다혜를 훔칠 수 있었지만 그때마다 곱게 놓아 줄 수밖에 없었고 돌아서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친구녀석들 말처럼 우지끈 뚝딱 해치우고 볼걸 그랬다는 후회와 아쉬움, 또 어떤 자부심 뒤에 오는 공허감까지도 나는 잘도 견디어낸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기다림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는 그 확신을 믿는 일에 게을렀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를 힘껏 조여 들어갔다. 그녀는 전처럼 완강하게 버틸 힘이 없었다. 몸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제발 이런 식으로 굴지 마." "난 더 이상 못 참아. 다혜는 내 거야. 내 맘대로 하겠어." 자동차가 흔들리고 있었다. 쾌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에 반사되어 헝클어진 다혜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내 손목을 붙잡고 늘어졌고 자동차가 클랙슨을 울리며 스쳐 지나갔다. 어느 놈이든 우리 일을 방해하면 한 대 갈겨 버릴 심산이었다. 다혜의 거친 숨소리가 점점 사그라 들었다. "정말 이럴 거야?" 다혜는 반라가 되어 있었다. "넌 내 거야." "숨좀 돌리자. 아픈 사람을 이렇게 다룰 거야?" "말만 잘 들으면 왜 이러겠어." 좁은 자동차의 뒷좌석에 갇힌 다혜가 길게 막혔던 숨을 내쉬었다. 안쓰러워서 잠시 쉴 수 있게 해 준 탓이었다. 내가 너무 강하게 나오면 전처럼 손등을 깨무는 자해행위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늦추어 주었다. 소용없어. 오늘은 결판을 내겠어. 오늘은 정말 안 봐 주겠어. 나를 물어뜯어도 좋고......" 이것은 내 결심이었다. 더 이상 그녀를 자유롭게 놔 주고 싶지 않았다. 먼 프랑스 땅에서 간섭할 수 없는 생활을 하는 그녀를 무엇으로든 속박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 것이 확실하다는 증표를 남기고 싶었다. 그녀에게 정말 흔적을 남겨두고 싶었다. 욕망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내 것이라는 확인을 해 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그런 짓을 안 하겠어.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해 둘게 있어. 이걸 우선 놓고 말해. 차창을 조금 열어 줘. 히터도 꺼주고. 음악도 꺼 버려. 공기가 너무 탁해." 가동되고 있는 좁은 공간의 탁한 공기 때문에 그녀는 가끔 기침을 했다. 차창도 모두 굳게 잠그고 볼륨 높여 놓은 음악과 히터 소리 때문에 우리는 서서히 질식당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뭔데? 말해봐" "나를 벗기고 어떻게 하든 나도 이미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그렇게 되면 그 순간부터 우린 남남이 되는 거야. 믿지 않아도 좋아. 이건 내 결심이니까." "그런다고 내가 속을 줄 알아." "하고 싶은대로 해. 찬이와 헤어진다면 난 마지막으로 내 몸 따위는 던져 줄 수 있어. 이까짓 몸뚱어리쯤 내던질 수 있어. 나는 그녀의 기진한 목소리에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고 마음을 다지며 차창을 열었다. 신선한 바람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히터도 끄고 라디오도 꺼 버렸다. 침묵 뿐이었다. 그녀는 시트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뚫어지게 숲길을 쳐다보고 있었다. 땀이 배어든 몸에 신선한 바람은 스멀스멀 기어들었다. 침묵을 깨뜨리는 것은 바람소리와 흔드리는 나무들과 자동차 엔진소리 뿐이었다. 그녀는 쉽게 침묵을 깨뜨릴 것 같지 않았다.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팽창했던 내 육체는 아직도 뜨겁다는 걸 나는 느끼고 있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다혜가 주섬 주섬 옷섶을 여미며 말했다. 나는 그녀를 가로막았다. "이 깊은 산 속에서 내가 도망가면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이런 산 속에서 나도 늑대한테 먹히는 건 싫어." "내가 늑대란 말야?" "그럼 나를 화장실이 있는 데까지 데려다 주든가." 우리가 저녁을 먹고 이 숲 속에 왔으니까 생리를 해결할 시간이 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도 아까부터 느긋한 방광의 포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은 다혜를 놓아주기 싫어서였다. "쳐다보지 마." "알았어." 다혜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문을 열고 달빛마저 없는 캄캄한 밤길인데도 숲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런 다혜의 깔끔한 성미를 좋아하면서도 미울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서 숲 속에서 나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다혜는 나타나지 않았다. "멀었어?" 나는 큰소리로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시간상으로 삼사 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깜깜한 숲속으로 숨어버렸다면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혜가 계산된 행동을 했다고 판단했다. 뒤트렁크를 열어 플래시를 찾아 들고 다혜가 올라간 쪽으로 뛰어갔다. 자동차 두 대가 비켜갈 정도의 숲길 옆엔 작은 수로가 있었고 위쪽으로 소나무와 오리나무와 나 있지 않아도 사람이 빠져 나갈 만한 곳은 있었다. "다혜! 어디야?" 아무 대꾸도 없었다. 간이 큰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피해 숲속에 숨어 버리면 깜깜해서 찾지 못하리라고 생각했겠지만 비상용으로 플래시가 있으리란 걸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도망가 봤자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게 틀림없었다. "다혜! 그만 나와. 귀신 나온다. 귀신! 어서 나와!" 내 목소리만 컸지 다혜는 꿈쩍도 않았다. "숨어 봤자 별수 없어. 빨리 나와. 귀신이 잡아간다니까. 봐 줄테니까 나오란 말야. 어서!" 그래도 대꾸가 없었다. 몇 발자국 더 막?뛰어갔을 때 갑자기 숲길이 환해졌다. 자동차 불빛이었다. 내 차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속았구나. 내 직감은 맞았다. 자동차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정신 없이 뛰어 내려왔다. "다혜! 다혜!" 자동차는 저만큼 앞에 있었고 다혜의 명랑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신세가 어떻다고 생각해?" "좀 봐 주라. 나를 여기다 놓고 설마 도망가진 않겠지." 나는 뛰면서 말했다. 그는 내가 뛰는 속도 만큼 간격을 두고 달렸다. "힘들게 뛰지 마, 뛰면 뛸수록 이 차는 힘차게 달릴 거니까. 어때?" 나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다혜가 운전면허를 땄고 운전 솜씨가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않고 방심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화장실에 간다고 팽계를 댈 때부터 이런 공작을 꾸미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대충 담판을 짓자." 내가 소리질렀다. 자동차와 나와의 거리는 백여미터 쯤 되었고 다혜는 차창으로 고개를 내민 채 대꾸했다. "그 버릇 고치기 힘들겠지. 찬이는 용감하고 또 용감해서 늑대가 나와도 간단하게 해결하겠지만 나는 그게 싫어서 차를 훔쳤어. 나한테 사정을 잘하면 내려가서 택시를 불러 줄 수도 있지." "다혜! 이 깜깜한 데서 기다리란 말야?" "난 늑대가 싫어. 늑대와 한자리에 앉아 "넌 지금 내 차를 훔친 거야." "그건 말 된다. 그러나 힘없는 여자가 이 방법밖에 살아 나갈 길이 없었다는 걸 법도 이해를 하지 않을까?" "제기랄! 좀 봐 주라. 설마 나를 여기서부터 밤새 뛰어가게 하진 않겠지." "맑은 공기 마시고 밤하늘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으면 새벽까지는 이 산속에서 나와지겠지 뭐. 나는 미안하지만 이 차를 빌려 타고 갈 테니까 선량한 양이 될 때까지만 반성하며 밤을 새우시라구. 갈게." "이봐, 다혜! 봐 주라. 다시 안 그럴게. 맹세할게." "그 맹세를 누가 믿어?" "나를 여기다 팽개치고 가겠다는 거야?" "맹세한다잖아." "그럼 하나님께 맹세해 봐." "그냥 맹세하자. 하나님은 왜 끌어다 넣어, 다시 안 그럴게. 봐 주라." "이솝 이야기에 늑대와 소년이라고 있지? 읽어 봤어?" "내가 그걸 왜 읽어." "그럼 갈게. 자동차는 적당한 곳에다 세워 둘 테니까 찾아가 줘." "은주 누나가 뭐라고 하겠냐?" "사실대로 말해. 그리고 이제부터는 저녁 여섯 시 이후엔 결코 만나지 않겠어. 낮에 만나는 것도 찬이가 충분히 반성하고 이백 자 원고지 열 장에다 반성문을 써 올 때까지 만나지 않겠어." "그럼 나는 현수막에다 커다랗게 다혜는 해도 좋냐?" "요새 정신병원이 비었다니까 얼마든지 입원은 시켜 줄게." 다혜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지껄이고 있었다. 적어도 다혜가 나를 이 산속에 팽개치고 혼자 내려가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냥 차를 몰고 내려가면 정말 곤란해질 판이었다. 어쩌다 무섭게 질주하는 자동차를 얻어 탄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시오리 길을 걸어가서 다시 택시를 타고 서울로 가야 할 입장이었다. "좀 봐 주라." "하나님게 맹세 못하겠어?" "그냥 맹세를 할게." "그럼 멋진 밤을 보내 봐." 자동차는 힘차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뛰어가며 목청껏, 산이 우렁우렁 울리도록 악을 썼지만 다혜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내달리기만 했다. 하얀 메모지 한 장을 내던지고 쏜살같이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갔다. 나는 쪽지를 펴 들고 플래시로 다혜의 갈겨쓴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늑대여, 아름다운 밤을......' 하나님, 정녕 이러실 겁니까?

[묘안당]

다혜같은 여자를 총찬이 뿐만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다 좋아하겠지요 ...ㅎㅎㅎ

[묘안당]

이제 보니까 인간시장이 7권이네요....대하 장편소설인줄 몰랐어요...감사합니다

[미혜]

당찬 다혜와 귀여운 종찬 넘예쁜 사랑에 한표를..............

[새처럼]

잘 봤습니다,, 감사 합니다,,

[그리운남촌]

잘 읽고갑니다~~

[김성갑]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