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가양5복지관 1층 가람작은도서관에서 모였습니다.
고진실 김상진 심선진 이예림 이효정 최우림 6명이 8권의 책을 나누었습니다.
최우림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심선진 [부칠 짐은 없습니다] 주오일여행자
이예림 [난치의 상상력] 안희제
고진실 [나의 조현병 삼촌] 이하늬, [돌봄 없는 사회를 넘어서] 존 맥나이트
이효정 [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김상진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책사넷에서 기록에 마음쓰기보다 참여자들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이날 나눈 내용을 단체SNS에 올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올려주신 인상 깊은 구절이나 생각을 그대로 남깁니다.
다음 달에도 기분 좋은 만남과 풍성한 나눔을 기대합니다.
생생하게 듣고 싶고 나누기 원하는 분은 서울 책사넷에 참여해 보세요~
최우림 [다섯 째 아이] 도리스 레싱, 민음사
진정제를 복용하여 원수를-그녀는 자신 안에 있는 이 야만적인 것에 대해 이제 그렇게 생각했다 – 한 시간가량 조용하게 만들면 그녀는 그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잠에 취해 정신없이 자다가 그것이 움직이고 당기면서 깨어나 자신을 아프게 하면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뛰쳐나왔다. _ 56쪽
그녀는 울면서 숨을 헐떡였고 반쯤 정신이 나가서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 애를 잡으려고 결사적이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오, 그 애를 치어요, 제발. 그래요……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큰길가 바로 직접에서 그 애를 붙잡아 온 힘을 다해 버둥대는 아이를 움켜잡았다. _ 85쪽, 86쪽
몇 달 전 읽었으나 여름 즈음에 나누고 싶어 아껴두었던 책입니다. 과연, 다섯 째 아이 ‘벤’은 실존하는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대가족의 꿈을 이루고 싶어 했던 두 남녀의 상상이었을까. 책을 덮는 순간까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정상 ‘인’은 누구이며 정상 ‘가족’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 중간중간 소름이 끼치고 괜히 오싹한 기분이 드는 건
아이의 어머니조차 ‘야만적인 것’이라 지칭하는 다섯 째 아이, 그 존재 때문일까?
아니면 아이를 두고 벌어지는 뭇 어른의 인정 또는 부정, 혐오와 차별, 배제,
그리고 그쪽으로 자꾸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기 때문은 아닐까.
책을 읽고 몇 달이 지났음에도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적어내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다섯째 아이]에 동료가 보탠 책 [몬스터] 우라사와 나오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심선진 [부칠 짐은 없습니다] 주오일여행자, 꿈의지도
그 프로젝트도 그렇고 우리의 배낭 없는 여행도 그렇고, 각자의 인생에서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기회인 것 같아.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물건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삶의 우선순위이니까. 여행하기 위해 혹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것 중 최소한만 남기는 이 과정이 결국은 우리 삶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일이 아닐까?" _ 37-38쪽
이예림 [난치의 상상력] 안희제, 동녘
이것도 못하냐, 병신아? / 너 분노조절 장애 아니야? / 저 미친 또라이 새끼. 위 세 가지 표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상황을 표현할 때 질병이나 장애와 관련된 단어를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 질병이나 장애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는 질병이나 장애를 나쁜 것으로만 이해하는 차별적인 사고방식을 답습하지 않기 위함이다." "말에 대한 논쟁이 필요한 이유는 사회에서 당연히 나쁜/안 좋은 것으로 여겨졌던 질병이나 장애를 당연히 괜찮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나쁘게 여기도록 만든 권력에 질문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두 개이다. 쉽게 판단하지 않고 느낌을 직접 말하는 것." 나쁜 사람이 있으면 '병신', '미친' 대신 '나쁘다' '심각하게 나쁘다'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분노조절 장애' 대신 '화를 못 참는 사람' "써놓고 보면 참 단순한 방법이다. 그때그때 상황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 상황을 다른 무엇에 빗대지 않고 말하는 것뿐이다."
고진실 [나의 조현병 삼촌] 이하늬, 아몬드
조현의 사전적인 의미는 '현악기의 음률을 고른다'는 뜻이다. 조현병의 증상이 마치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데서 비롯됐다. (...) 세상에 저절로 조절되고 고르게 되는 것은 없다. 무엇이 가다듬어진 상태인지, 어떤 것에 맞춰 조율되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대상이 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조율해야 하는 병명이 조현병이라고 말한다.
고진실 [돌봄 없는 사회를 넘어서] 존 맥나이트, 타임뱅크코리아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은 노인과 아동을 여러 범주의 결핍과 욕구로 새롭게 분류하면서 성장해왔다. 이렇게 분류된 결핍과 욕구는 수입을 창출하는 서비스 체계에 필요한 원재료가 되었고, 중년층 인구는 이 원재료를 가공하고 서비스를 전달하면서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노인과 아동은 이 사회의 금광과 같다. 이들은 지금 '천연자원'을 생산하며 많은 사람에게 수입원을 제공한다. 국가는 이들에게 의존하여 국민총생산 성장을 지속한다.
이효정 [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모모
하루에 100엔으로 무엇이든지 보관해 드립니다.
가게는 번창했어요.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각자 보관해주길 바라는 물건이 있나봐요.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든 잠시라도 멀찌감치 떨어지고 싶은 그런거요. 버릴 결심이 서지 않는 물건에 집행유예 기간을 주는 것 처럼 맡아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버릴 결심이 서면 가지러 오지 않으면 됩니다. 버렸다는 죄책감 없이 끝나요.
주인은 물건이 무엇이며 어떤 이유로 맡기는지 전혀 묻지 않습니다. 감정을 싹둑 잘라낸 것 처럼 무조건 받아요. 마치 창고나 진열장이 된 것 처럼요.
이효정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문학과지성사
어떤 개체가 인간이라면 그 개체는 우리와의 관계 바깥에서도 인간일 것이다.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장소를 갖지 못한 사람들. 장소는 무언가가 속해 있거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자리를 가리키기도 하고, 누군가가 점유 할 수 있는 위치를 가리키기도 한다. 자신들이 속한 곳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 또는 그들이 머물러도 좋은 자리, 점유할 수 있는 위치를 이 세계 안에서 발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장소 상실은 한 때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인식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자리를 준다. 인정하다는 것은 그 자리에 딸린 권리들을 준다. 인정한다는 뜻이다. 또는 권리들을 주장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환대 받음에 의해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권리들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사람, 장소, 환대]를 바이블처럼 참고하여 진행한 가양4복지관 사업 보고서 [중장년의 사회적 고립과 마을 안에서의 회복] https://onlinebooks.co.kr/books/zmfb/#p=1
김상진 [고통 구경하는 사회] 김인정, 웨일북
목격은 눈으로 직접 보는 일이고, 구경은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보는 일이다. 둘 다 보는 일이지만 목격이 가치중립적이라면, 구경할 때 눈은 흥밋거리와 관심거리를 찾는다. _ 24~25쪽
그러니 대상화를 무작정 멈추라는 말은 함정이다. 타인에 대한 말하기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도울 기회를 알지도 못한 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시선이 구경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 빠져서 고통을 보는 일 자체를 멈춘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인간성 실패의 시작일 것이다. 우리의 눈은 움직일 수 있다. 자랑스럽지 않은 이유로 머물렀다고 하더라도 더 나은 곳으로 분명히 이동할 수 있다. 본 뒤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전달과 전달, 중개와 중개를 통해 유예되어 버린 행동의 가능성이 당신에게 있으니까. _ 36쪽
앞서 말했듯 특혜에서 배제된 집단으로 묘사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은 선한 일을 하는 경우에도 악한 일을 하는 경우에도 약자라는 맥락 안에서 조명받곤 한다. 약자의 선행을 바라볼 때는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이나 계층의 특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한 개인의 독특한 선함의 질감을 놓치지 않도록, 악행을 바라볼 때는 개인의 악함으로는 다 포착되지 않는, 그가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영향을 미친 사회적 요인과 모순에 고루 책임을 묻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꾸만 약자의 일을 저 멀리 타자화하며, 나와 관련 없는 남의 일로 간단히 치부해 버리는 인지적 게으름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_ 136쪽
- 광주 MBC 기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국제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쓴 책입니다. 책에 이런 고민이 계속 나와요. 찍는 사람이 있고 찍히는 사람이 있고 이걸 보는 사람이 따로 있잖아요. 뉴스를 보는 사람은 뉴스와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는 거죠. 목격하는 것보다 구경하는 것으로요. 어쩌면 방송 시스템이 이걸 자꾸 조장하고 있다는 거죠. 그렇게 구경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야 사람들이 보니까. 그래서 좀 더 이제 자극적인 것으로, 저자 표현으로는 스펙터클이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스펙타클한 게 찍혀야 그나마 사람들의 눈이 머무니까 그런 거 좀 찍어야 되지 않나 고민도 하고 동시에 그게 맞냐는 고민도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기자를 사회복지사로 바꿔서 읽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첫댓글 고맙습니다.
이 방식이 좋아 보입니다.
찬찬히 읽어 보고 싶습니다.
아~
후기를 이렇게 남기면 깔끔하네요!
7월 모임,
풍성하고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주선해주어 고맙습니다.
'공동체의 소모임이나 단체들은 소규모이며 보통 직접 만나 소통하기 때문에 구성원 간의 관계가 매우 개인화되어 있다.
그 전통에는 비회원도 한 사람의 개인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있다. 반면 제도권에서는 각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하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전개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소모임이나 단체는 특수한 욕구가 있거나 고유한 불완전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개별 맞춤'대응을 해주는 특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 돌봄 없는 사회를 넘어서
이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김상진 선생님, 모임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7월에는 선생님들 이야기 듣고 궁금해진 책이 많았습니다.
틈틈이 읽어보고 싶습니다.
인지적 게으름...
'약자의 선행을 바라볼 때는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이나 계층의 특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한 개인의 독특한 선함의 질감을 놓치지 않도록, 악행을 바라볼 때는 개인의 악함으로는 다 포착되지 않는, 그가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영향을 미친 사회적 요인과 모순에 고루 책임을 묻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꾸만 약자의 일을 저 멀리 타자화하며, 나와 관련 없는 남의 일로 간단히 치부해 버리는 인지적 게으름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밑줄 긋고 싶습니다.
[사람, 장소, 환대] 단어에 확 끌리네요, 읽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책으로 풍성한 모임을 하셨어요, 너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