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송년산행은 여수반도 최남단에서 돌산대교로 이어진 돌산도의 금오산(金鰲山)으로 다녀왔다
여수(麗水)는 3면이 아름다운 바다로 둘러싸인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풍수지리상으로 금거북이가 바다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형상이라는 금오산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는 맛은 일품이다
150m의 절벽에 걸쳐있는 향일암(向日庵)은 동백과 어우러진 바다 풍광이 최고라고 꼽힐만큼 멋지다
절은 바다에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 중턱, 스러지다 서로 의지하고 버틴 바위덩어리가 내준 옹색한 공간에 터를 잡았다.
바다愛 물들다
섬은 다양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바다와 땅이 살짝 비치는 호젓한 길,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청량한 자연 등...
바다 위를 거니 듯 발밑으로 일렁이는 파도를 보며 고도를 높이는 재미는 육지의 산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는 한 해 동안의 고뇌와 회한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조금씩 바다愛 물들어 갔다
몸을 풀다
전주에서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여 약 두시간 반만에 여수에 당도하였다
33명의 회원들은 한가로운 주차장에 둘러서서 등반대장의 지휘로 몸을 풀었다
귓전을 스치는 엷은 바람 속에서 동백꽃이 피는 소리와 동박새의 사랑 노래가 들리는듯 하였다
임포(荏浦)마을길을 걷다
원래 마을 이름은 장수하는 거북이를 상징하여 장성포(長成浦)라 불리웠다고 한다
그런데 왜구들이 이 마을에서 힘센 장사가 태어날 것을 우려하여 들깨임(荏)자를 붙여 지은 것이라 한다
지금의 임포항은 어촌정주어항이라고 한다.
어촌정주어항이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도서나 벽지에 있는 어업근거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향일암 가는 길목
향일암으로 가는 경사로에 접어들자마자 돌산갓김치를 사라는 아주머니들의 아우성으로 시끌벅적하다
돌산갓김치를 판매하는 식당 골목을 통과하면 향일암으로 오르는 2개의 갈림길이 나온다.
왼편은 계단이고, 오른편은 계단이 없는 경사로다.
의무는 아니지만 방문객들은 암묵적으로 계단으로 오르고, 경사로로 내려온다.
우리도 역시 그랬다.
돌산도는 독산(石山)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르다가 뒤돌아본 돌산도의 모습이 아늑하고 평화롭다
돌산도는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큰 섬이다.
1984년 12월 15일에 준공된 돌산대교를 통해 여수반도와 이어져 있다.
길이 450m, 폭 11.7m의 사장교인 돌산대교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조화를 이뤄 그 자체가 관광명소가 되었다.
향일암의 해탈문
해탈문은 인위적으로 세운 번듯한 건물이 아니라 거대한 바위 2개가 맞붙은 좁은 틈이다.
성인 한 사람 지나기 알맞은 10여 미터 통로는 갈수록 좁아져 ‘마음이 뚱뚱한 사람은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다
. 향일암에서 바위가 서로 기대 통로를 만든 곳은 이곳 말고도 여럿이다.
원통보전에서 관음전을 오르는 길도, 삼성각으로 나가는 통로도, 절간을 완전히 벗어날 때도 바위굴을 통과해야 한다.
향일암은 스스로 몸을 굽히고 낮추지 않으면 둘러보기 어려운 사찰이다
관음전의 돌거북
대웅전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여러 개의 좁은 석문을 지나 관음전에 다다랐다
관음전 앞 난간을 장식하고 있는 작은 거북모양 돌 조각은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내려 헤엄칠 듯하다.
향일암 뒷산을 ‘금빛 자라’ 금오산(金鰲山)으로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곳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상가가 밀집한 부분에서 앞으로 튀어나온 땅 모양이 영락없이 거북의 머리 형상이다.
향일암과 금오산에 널린 바위에서도 수많은 거북 등껍질의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이생진 <바다에 오는 이유> 전문
향일암(向日庵)
향일암은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 가운데 하나이다
풍수지리상 경전을 등에 모시고 바닷속으로 막 잠수해 들어가는 금거북이의 형상이라 한다.
대웅전 앞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봉우리가 머리, 향일암이 선 곳이 거북의 몸체에 속한다.
향일암의 화재
향일암은 1986년 대웅전과 관음전, 용왕전, 삼성각, 종각, 요사채, 종무실을 새로 지었다
그런데 2009년 12월 20일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대웅전과 종각, 종무실이 전소되고 말았다.
지금의 건물은 다시 복원된 것이다
스님 한 분이 누가 들어주지도 않는데도 향일암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셔터를 누르는 내 손이 미안하였다
향일암은 자비의 배다
향일암은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고 그 아래는 가없는 바다가 펼처져 있다.
암자는 고통의 바다를 건네주는 자비의 배[苦海慈舟]다.
그 바다의 섬들 또한 그저 있는 것이 아니다.
중생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고 떠 있다.
암자와 바다와 바위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금오산 등산로
금오산의 등산로는 향일암에서 나오면 왼편으로 연결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일암만 둘러보고 내려가 버리고 말기 때문에 산길은 한산하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오르노라면 온몸은 금새 땀에 젖어버리고 만다
철계단을 오르다
급경사로 시작한 길은 중턱에 이르러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제 계단으로 이어진다.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뒤돌아 본 풍경은 고단함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시원하다
거북등무늬를 닮은 247m봉 전망대에 올라서면 기암절벽이 짙푸른 바다와 함께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부분
거북 등껍질 무늬
향일암과 금오산에 널린 바위에서도 수많은 거북을 발견할 수 있다.
바위가 깨진 단면이 신기하게도 일부러 조각한 듯 거북의 등껍질 문양이다.
금빛 자라를 의미하는 금오산(金鰲山)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거북의 모양을 보다
향일암 포구 뒤로 멀리 경남 남해로 연결된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산 등성이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양은 영락없는 거북의 모양을 닮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거북 머리 모양으로 돌출된 지형은 마치 앞다리가 헤엄치는듯 하고, 등산객은 거북 등에 올라 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착각에 빠진다.
금오산이라는 명칭은 산의 형상이 금거북이가 부처님 경전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는 데서 유래한다
점심식사를 하다
정오가 훨씬 지난 시각에 금오산 표지석이 서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앙증스런 돌 표지석과 나무로 만들어진 이정표가 나란히 서서 남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식사 시간이 늦어졌지만 오는 도중에 이것저것 간식을 하도 많이 먹어서 시장하지는 않았다
장소가 협소한 탓으로 세 팀으로 나뉘어서 정겹게 점심 식사를 하였다
금오산 정상에 서다
우리나라에는 동명이산(同名異山)의 금오산이 다섯 군데나 있다.
구미의 금오산과 밀양 삼랑진의 금오산, 하동 진교의 금오산, 전남 여수의 금오산(323M). 그리고 경주 남산의 금오산이 그것이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은 보잘 것이 없었지만 돌산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는 기쁨으로 충만되었다
하산하다
올라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다가 삼거리에서 하산을 시작하였다
오늘의 산행은 짧고 단순했지만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데는 충분하였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소나무'에 예약되어 있는 송년 모임에 가있었다 ㅋㅋ
돌산갓을 사다
상가에 도착하여 솜씨좋은 회원들이 돌산갓을 여러 다발 구입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돌산갓을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군다는 아예 접근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전라도 부안 고향에서 나오는 재래종 갓을 가장 좋아하는데...요즘은 잘 먹을 수 없어 안타깝다
무슨 말이든 전할 수 없을 때
어떻게게든 주어진 상황과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
기다림에 가슴 먹먹하도록 그리워질 때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될 때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다름과 차이 앞에서 혼란스러울 때
존재에 대한 정체성 앞에서
갈등과 번민에 휩싸일 때
그래도 견디어야 한다고 생각될 때
달려가곤 했었지
무작정 ........................................................................... 오경옥 <겨울바다> 전문
첫댓글 마음을 몽땅 버리고 싶을때 가곤하지요
겨울바다
버린 마음 허전하면 채우러 가지요
겨울산 ㅎ
이날의 겨울바다는 너무 얌전하였습니다
겨울바다는 파도가 요란하고 매서운 바람이 물아쳐야 제맛이 나지요
봄바다 같은 돌산도의 바다는 지극히 평화롭고 아늑하였습니다
돌산갓김치를 사라고 소리치던 아줌마들의 고함 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기다림에 가슴 먹먹하도록 그리워질 때.....
그 시절이 더 그리워지네요
내일을 맞이하는 설레임과 기대감이 사라질까봐.....
우린 가끔 또는 자주 떠나는 거지요.
그래서 신산회가 더더욱 의미있고 좋습니다.
한 해동안 임원진님들....참으로 고맙습니다.
받기만한 것 같아서 더욱 염치없네요
신산회여!!! 내년에도 반짝반짝!!!
여유있는 산행.. 굿입니다.
한해동안 무사안전하게 산행이 이루어지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임원진님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신산회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