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교장선생님들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 모두 혼신을 다해 노력한 결과지요. 저야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친 것뿐입니다."
겸손한 말로 자신을 낮추는 거창고등학교 교장 도재원 님(58).
거창의 한 산골마을 빈농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늘 좌절감을 맛보고 자랐다.
우여곡절 끝에 거창고등학교에 진학했던 그는 초대 교장 전영창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생관이 크게 바뀌었다.
“전영창 선생님은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는 삶을 사신 분이죠. 제게는 인생의 큰 스승입니다."
그는 스승의 배려 덕분에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졸업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고학을 하는 처지였고, 게다가 교사가 부족한 모교를 위해 수업을 하며 학기를 보내는 때가 많다 보니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그는 사업가가 되어 많은 돈을 벌어서 모교에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1972년 그는 모교에 더 급한 것이 교사라는 소식을 듣고 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는 오로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살았다.
“학교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어요. 재정적인 어려움도 많았고, 시골학교라고 꺼려 선생님들 모시기도 쉽지 않았고….”
도재원 님이 교감으로 있던 지난 80년에는 삼청교육대에 보낼 학생들의 명단을 요구하는 군부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해 고충을 겪기도 했다.
요즘 들어 이 학교의 모범적인 사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자주 학교를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그가 제일 강조하는 것은 바로 교육의 본래 임무에 충실하자는 정신이다.
“교육이란 결국 사랑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 본래의 임무에 충실하려고 하다 보면 교육의 방법적인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지요.”
학생들에 대한 그의 각별한 사랑은 말보다 행동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전교생 대부분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그는 때론 아이들의 이름을 정답게 부르면서 그들의 말에 귀기울인다.
멀리서 학생들이 공을 차거나, 공부하는 것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 바로 그것이다.
“교사가 아이들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사회적인 권리나 의무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귀한 존재이고, 그런 면에서는 아이들도 마찬가집니다.
그 귀한 아이들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나를 만납니다.
나로 인해 행복해질 수도 있고 재능을 발휘 할 수도 있고…
그 아이들을 보면 언제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97년 교육부 우수대학 평가위원일을 맡아 도저히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기 전까지 일주일에 5시간씩 직접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좋아요.
학교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가도 한 시간 신나게 수업을 하다 보면 절로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리고 교장이라는 자리는 교사들 사이에서 역할을 분담한 것 뿐이라는 것이 평소에 제 생각인데요.
수업을 하면서 교사들의 입장이나 변화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귀하고 또 귀한 것이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 스스로의 존재도 귀하고, 또 나만큼 귀한 사람이 옆에 살고 있는 것이 세상이라고. 무엇보다도 먼저 그걸 깨닫게 하는 것이 교육이며, 그래서 교육이 제대로 되면 세상은 더욱 정의로워진다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섬기는 그런 세상이 된다고.
평교사로 아이들에게 충실하면서 교직을 마치는 것이 꿈이었을 만큼 소박하게,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30여 년 교직 생활을 이어온 도재원 님.
이웃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그의 얼굴 위로 소박한 사랑의 마음이 넘쳐 흐른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필자 : 조선혜님 기자
출처 : 월간《좋은생각》 1999년 06월호
이런 선생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너무 미약한 존재라는걸 느끼게 됩니다.
첫댓글 선생님, 왜 요즘 이렇게 약한 말씀을 자주 하세요? 선생님 믿고 존경하며 살아온 저희는 어쩌라고요.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살아오셨고, 그 모습으로 많은 학생들을 감동시켜 오셨잖아요. 전 선생님이 참 자랑스러워요. 선생님, 화이팅!!!
이 사람이... 믿어줘서 고맙긴 하지만, 2년 반 정도 남으니 후회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