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특별전시관을 찾았다.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23.12.22~'24.4.14)는 인도 남쪽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의 미술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전시회이다.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서 태어난 '석가모니'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불교는 수백 년에 걸쳐 데칸고원을 넘어 '남인도'로 전해졌는데, 남인도의 윤택한 환경 속에서 싱그럽고 풍만한 미술을 꽃피웠다.
*** 스투파 ***
우리나라 개념으로는 부처님의 사리를 넣은 커다란 부도탑(浮屠塔, 僧塔) 정도인데, 인도 '스투파'는 '부처님의 사리가 안치된 분묘'로 붓다의 불법과 해탈을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을 뜻한다. 즉 사리는 스투파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적 대상이다.
기원전 2세기, 아직 석가모니를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나무(보리수)'나 '발자국'만으로 그의 존재를 대신하던 시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불상이 만들어지던 기원후 4세기까지 낯설지만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남인도 불교미술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온 것이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전시기간: 23.7.17~11.13)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전시회에는 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의 12개 박물관 소장품 61점을 비롯하여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독일 아시아예술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점'을 2024.4.14일까지 전시한다. 관람료는 성인 10,000원이다.(65세 이상 무료)
인도 남쪽으로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갠지스강 유역에서 시작된 불교는 수백 년에 걸쳐 남쪽으로 전해졌다. 석가모니의 고향 '북인도'와는 기후도 풍습도 다른 그속에서 불교는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마주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기원전 2세기 무렵 데칸고원의 동쪽, 크리슈나강 주변을 다스리기 시작한 '사타바하나' 왕조 대에 세워진 '스투파 유적'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영국, 영국박물관)
풍요로운 자연, 싱그러운 생명
적도에 가까운 남인도는 석가모니가 태어나고 자란 북인도와 달리 겨울에도 춥지 않고 사시사철 덥고 습한 곳이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가는 '넝쿨식물'과 전설 속에서나 볼 법한 신기한 '동물'은 풍요로운 자연의 상징물로 남인도 미술에 자주 등장한다. 불교가 전해진 후에도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상징들을 여전히 중요하게 여겼다.
물이 가득 찬 풍요의 항아리(인도, 알라하바드박물관)
보물을 쏟아 내는 연꽃(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풍요의 신, 락슈미(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스투파를 지키는 마카라(인도, 인도박물관)
신비로운 인도의 신들
인도인들은 풍요로운 자연에 깃든 정령을 사람의 모습을 지닌 신으로 상상했다. 그 중에도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오는 자연의 정령을 남성형은 '약샤(yaksa)', 여성형은 '약시(yaksi)'라 불렀다.
풍요의 상징으로 장식한 약시(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인도, 나가르주나콘다고고학박물관)
보필을 받는 약샤(인도, 아마라바티유적센터박물관)
풍족한 남인도의 불교 후원자들
기원전 2세기, 인도 최초의 통일 왕조 '마우리아'가 무너지고, 남인도에 '사타바하나' 왕조가 새롭게 등장한다. 이 무렵 동남아시아, 서아시아를 건너 유럽까지 국제 무역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불교가 빠른 속도로 인도 대륙 남쪽으로 퍼져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교역 덕분에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았던 남인도인들의 후원 덕분이었다.
로마에서 제작한 ① 포세이돈 상(좌), ② 큐피드를 장식한 손잡이(우상)와 인도에서 제작한 코끼리를 탄 사람들(우하) - 인도, 콜라푸르타운홀박물관
1945년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의 '콜라푸르'에서 작은 '청동 조각품 37점'이 발견되었다. 대부분은 인도에서 만들어졌지만, 1세기 무렵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① '포세이돈 상', ② '큐피드를 장식한 손잡이'가 있었는데, 기원전부터 홍해를 건너 이루어진 인도와 유럽의 엄청난 무역량을 생각해 보면 그리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있다.
마차(상, 인도), 네 마리의 동물이 달린 손잡이(좌하), 물병(우하) - 인도, 콜라푸르타운홀박물관
사리,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기원전 400년 무렵 석가모니가 돌아가셨을 때, 제자들은 석가모니 시신을 화장하여 얻은 사리를 '여덟 개의 스투파'에 나누어 모셨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랐던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를 세웠다. 그렇게 석가모니의 사리와 가르침이 인도 남쪽으로 전해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인도, 알라하바드박물관)
사리를 담았던 귀한 단지(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스투파 모양의 사리병(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스투파, 이야기를 담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기 전 제자들에게 왕이나 성자의 장례 절차에 따라 자신의 시신을 처리하라 미리 일러 두었다. 사리를 모신 봉분은 '최대한 웅장'하게 만들고, '가장 높은 곳'에 권위를 상징하는 햇빛가리개 모양의 '산개'를 여러 개 겹쳐서 세운다. 그리고 참배자들이 돌면서 기도할 수 있도록 '3단'의 높은 울타리로 스투파를 둘러쌌다. 참배자들의 눈에는 석가모니 이야기가 가득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을 것이다.
석가모니의 상징을 담은 스투파(인도, 아마라바티유적센터박물관)
상징, 무언의 이야기
스투파에 석가모니 이야기를 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분명 석가모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상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나무 아래 빈 '대좌'와 '발자국', 또는 태양처럼 빛나는 '수레바퀴'처럼 석가모니를 상징하는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법륜을 향한 경배(인도 아마라바티유적센터박물관)
서시, 그의 인생 드라마
상상력이 풍부했던 인도인들은 석가모니를 주인공으로 하여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전생'이야기도 있고, 드디어 '인간'의 모습을 한 주인공 석가모니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염소로 태어난 전생 이야기와 사리 쟁탈전(인도, 나가르주나콘다고고학박물관)
성을 나서서 악마를 물리치다(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나가왕의 보호를 받는 석가모니(인도, 나가르주나콘다고고학박물관)
석가모니의 상(인도, 하이데라바드주립고고학박물관)
불상1(좌,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불상2(중앙, 영국, 영국박물관), 불상3(우, 인도,하이데라바드주립고고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