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리 조림
부산 사는 오빠가 조기, 양미리, 명태코다리, 오징어를 한 두름씩 아이스박스에 담아 택배로 보냈어요.
결혼 전 오빠와 살았는데 새언니는 당장 땟거리가 없어도 밥상에 생선이 떨어진 적이 없었어요. 하다못해 오징어 국이라도 끓여주는 바다에 나는 해물 생선을 원 없이 먹었는데
김천에 와서는 싱싱한 생선을 볼 수가 없고 식성이 육식과 채식으로 변하면서 갈치도 한 마리 안 사먹고 사는데 요즘 방사능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해물 생선을 처다 보지도 않고 심지어 오뎅 미역 김도 안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없어서 못 먹는답니다.
앞집 할머니는 옛날에 막걸리 장사를 했는데 그때부터 오는 생선장수 아저씨가 지금도 단골로 할머니 집 생선이 떨어질 때가 되면 오신데요. 옛날에 많이 팔아준 정으로 지금도 오면 덤으로 많이 주고 가시는데 멸치젓도 다른 장사들보다 싸게 많이 준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옛날에 장사하던 풍이 있어 생선을 사도 조금 못 사고 많이 사서 혼자 다 못 먹는다고 이웃집에도 나누어 주는데 오징어와 고등어 꽁치 나는 너무 맛있게 잘 먹었는데 건넛집에는 손녀가 와서 요즘 바다에서 나는 생선 먹으면 병에 걸려 큰일 난다고 다 버렸다고 그 집 할머니가 그러더라면서 “치 언제부터 부자 됐다고, 내사 안 가리고 먹어도 죽지도 않더라." 하시면서 오징어 먹었냐고 물으시며 “혹시 버린 거 아니지?” 하시는데 솔직히 할머니가 준 닭죽 다 못 먹어 개 준적 있는데 약간 찔리더라고요.
우리남편도 생선을 무척 좋아 하는데 지난번 강구 가서 가자미 꾸덕꾸덕 말린 거 열 마리 사와서 매일 한 마리씩 바싹 구워 줬더니 가시까지 꼭꼭 씹어 먹었는데 마침 생선이 다 떨어졌는데 오빠가 어떻게 알고 보냈네요. 얼마나 반갑더니 나는 헐해빠진 마늘 고구마 도토리가루 보내 주었는데 오빠를 손해 보인 것 같아 남편이 "다음엔 칡즙을 보내 줘야겠어!" 하는 거예요.
바다에서 나는 것과 육지에서 나는 것을 바꾸어 먹으니 일석이조네요.
참, 양미리 조림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게요.
나도 오늘 인터넷 검색해서 배웠는데 일단은 무를 도톰하게 썰어서 두꺼운 냄비에 넣고 양념을 해서 끓입니다.
나는 김장용 양념이 남은 게 있어 깍두기 버무리듯 버무려 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였어요.
그리고 양미리를 살짝 씻어 반토막내서 마늘 파 고춧가루 진간장 고추장 약간 넣고 엿도 조금 넣고 양념을 해서 재워두었다
무가 익으면 양념한 양미리를 넣고 조렸어요.
오늘 남편이 맛있다고 최고로 맛있게 했다고 칭찬이 자자했어요.
당연 뼈도 씹어 먹었어요 우리남편은 옛날 사람이에요 나는 작은 가시도 골라내는데 어지간한 가시는 꼭꼭 씹어 먹는 거있죠
첫댓글 종순님 입듣는데 맛나는 먹을거리 늘어놓고, 남편 이야기가 두번씩이나 나오는 것 보면 多行多福이 울 밖으로 넘쳐나오는 가정이 틀림 없네요. 도장골댁, 결혼 전 오빠와 살았는데가 이상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