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오는 정이 있는 곳이 선교지다.
김치를 드렸더니 쌀과 물김치를 보내주셨다.
아내가 선교사님이 주신 쌀 이야기 할 때,
“난 맛있어”라고 했다가 뭔 소리냐 했다.
그러니까 아내 말은 듣지 않고, 내 생각에 사로잡혀 전후 맥락 없이 말한 것이다.
어젯밤에 몰래 물김치 시식을 했는데 정말 속이 뚫릴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니 쌀이 어쩌고저쩌고 들리지 않고 온통 ‘물김치!’에 꽂혔다.
나란 인간?
한 곳에 꽂히면 미친다.
꽂히면 죽어라 한다. 작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
“에게 겨우 이거야~”앞으로 8년을 더 미치면 괜찮아질 것이다.
이런 인간, 묵묵히 받아주기 쉽지 않다.
꼴통이다.
처음 선교사 모임 갔을 때 그 느낌 아내가 먼저 눈치챘다.
이젠 안다.
아니 부끄럽다.
그런데 그게 나다. 내가 아닌 너로 살 수 없는데
그런 강요에 의기소침해질 수 없다.
아내가 모임에 나섰고, 힘을 얻었다.
내 못난 부분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고
감싸주는 동료 선교사님들도 힘을 보태 주었다.
남들과 다른 사고와 행동이 때론 눈에 거슬려도
조금만 용납해주면 좋겠다.
업다운 심한 베드로도,
불같은 성격 요한도,
한번 찍히면 칼 같은 바울도...
주님이 쓰셨다.
골통의 비딱한 사고가 세상을 바꾼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카이스트 배상민 교수 등...
다만, 건설적인 방향으로 물꼬를 터주고
골통이 있어야 할 자리, 입어야 할 옷을 입혀주면 좋겠다.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권력에 취하면 백성이 피곤하다.
그런 점에 있어 아내가 도와주었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었다.
성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라 하지 않는가?
쓰임과 역할이 달라도 서로 하나이듯,
그 역할을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자.
가고 오는 정이 있는 이곳 선교지!
꼴통도 춤추게 한다.
별것 없는 인생 괜찮다 인정해 주는
이곳 선교지가 그래서 좋다.
색안경 벗고 영혼들 바라보자.
맑은 필리핀 하늘처럼, 맑게 보일 것이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