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생각연구소, 2012)
4장 교육은 복권이다
- 학교가 부족해서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는 것이 아님. 세계 전역에서 조사한 결과는 나라마다 아이들의 결석률이 14~50%까지 편차. 집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결석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부실한 건강 상태에도 있지만 대개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억지로라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거나 그럴 마음조차 없는 부모의 태도 때문.
이러한 상황을 두고 비판적인 사람들은 하향식으로 교육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정책이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 교육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를 세우고 교사를 고용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교육 수준이 있거나 전문 기술을 취득한 사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교육 수요 및 공급이 늘어날 거라는 보는 것.
그렇지만 이처럼 낙관적인 관점으로는 예시로 나온 인도 카르나타카 주에 사는 산타라마의 자녀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다. 카르나타카가 주는 인도 IT 산업의 중심지인 벵갈루루 시가 위치한 곳으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풍부. 또한 교사 양성 과정을 밟고 있는 자녀가 있을 정도로 산타라마 가족은 교육 가치를 알고 있고 교육에 투자할 용의도 있다.
1) 학교에 아이들이 없는 이유
- 교육은 개발원조와 마찬가지로 열띤 논쟁의 중심에 있다. 교육 논쟁은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가, 정부가 제대로 개입하고 있는가를 둘러싸고 진행
- 교육 논쟁에서 의견이 어긋나는 지점은 개발원조 논쟁에서 엇갈리는 지점과 일치. 원조 낙관론자는 교육 간섭주의를 비관론자는 자유방임주의를 지지.
- 공급 지지자의 입장 : 학교를 늘리고 숙련된 교사를 배치하기만 하면 나머지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 2000년 유엔 새천년개발계획에서 “2015년까지 모든 남녀 아동이 초등 과정을 완료할 수 있게 한다.” “가급적 2005년까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는 교육 분야 전반에서 성차별을 일소한다.”
- 일단 첫 단추는 취학률을 높이는 것으로 출발. 학교에 입학해야 비로소 학습이 시작하기 때문. 그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교육의 내용. 그러나 어느 국제선언도 학습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세계 결근율 조사단은 2002년, 2003년에 6개국에 가장 표본이 될 만한 학교 선정하여 예고 없이 조사원 파견. 조사 결과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인도, 인도네시아, 우간다의 교사는 평균 5일에 하루 꼴로 결근. 인도 교사들은 근무시간 혹은 수업시간에 차를 마시거나 신문 읽거나 동료와 잡담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 인도 공립하교 교사 가운데 50%가 아이들과 함께해야 할 시간에 다른 곳에 가 있었다.
2005년 인도 교육관련 비정부기구 프라탐은 아이들 학업성취도 조사 연구. 7~14세 아동 가운데 한 단락 분량의 쉬운 글(1학년 수준)을 읽지 못하는 비율이 35%, 간단한 이야기를 일지 못하는 비율이 60%, 기초 수학(나눗셈)을 할 줄 모르는 비율이 70%. 이런 상황은 인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 케냐 등 그 밖의 나라에서도 비슷한 결과.
- 수요 지지자의 입장 : 확실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을 제공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며 공급 지지자를 비판한다. 이들은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교육 정책이 실패했음을 앞의 결과가 입증한다고 주장. 교육의 질이 낮은 것은 그 원인이 부모의 관심 부족에 있으며, 이는 현실적인 이득(교육의 수익)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교육이 주는 이득이 늘어나면 국가가 간섭하지 않아도 취학률이 높아진다.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의 질이 높은 사립학교로 아이들을 보내거나, 사립학교의 교육비용이 지나치게 높으면 지역 당국에 공립학교 설립을 요구하기도 함.
최근 사례로 아웃소싱 콜센터. 유럽과 미국에서는 해외 아웃소싱 콜센터가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난하지만 인도에서는 젊은 여성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기 때문에 크게 환영. 콜센터 취업설명회를 연 마을의 젊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마을에 비해 아웃소싱 콜센터에 지원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뿐 아니라 인도는 여성차별이 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설명회 이후 3년이 지나자, 5~11살 여자아이의 취학률이 5% 높아졌고 체중도 늘어났다.
부모는 교육받은 노동력의 수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교육 분야에서는 무정책이 최상의 정책이다. 교육받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유치하면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더불어 공급도 늘어나게 된다.
- 그러나, 교육 투자에 자녀 교육의 경제적 수익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녀에 대한 희망, 기대, 애정 등도 영향을 준다. 제대로 된 교육 기회를 누릴 아동의 권리가 부모의 변덕이나 욕심에 좌우되면 안 되기 때문에, 부자 나라는 대부분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국가의 역할이 제한적인 나라에서는 의무 교육을 강제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를 학교를 보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 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런 입장을 근거로 부상한 새로운 대한이 조건부 보조금 제도(멕시코 재무부 차관 산티아고 레비는 자녀를 꾸준히 학교에 보내고 예방보건 활동에 참여하는 가난한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성공. 복지수당 지급을 인적자본(건강과 교육)에 대한 투자와 연계함으로써 가난을 근절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
- 하향식 교육 정책은 과연 효과적인가?
윌리엄 이스털리는 <성장, 그 새빨간 거짓말>에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교육 투자가 경제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
교육 투자 시행 후 비교 연구를 해보면, 다행히 교육의 질은 낮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학교교육은 유용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 인도네시아 독재자 수하르토 장군 1973년 인프레스 프로그램(취학률 낮은 지역을 엄선해 학교 설립)은 성공적. 대만의 1968년 의무교육 기간 연장 등도 긍정적 결과.
어떤 정책을 둘러싼 상반된 논쟁은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교육에서 공급 중시 전략과 수요 중심 전략도 마찬가지. 공급은 그 자체로 유익하고 수요 역시 중요, 두 전략이 양립하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는가.
2) 부모의 편견과 교사의 무관심, 비효율적 교육 시스템
- 개발도상국의 교육 시스템은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 지나친 비관주의, 교사들에 대한 유인 제공 실패 등 여러 요인이 뒤섞여 2가지 기본적인 임무 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각 개인이 잠재력을 찾아내도록 돕는 것.
3)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 학교가 모든 아이에게 기본 능력을 제대로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1) 기본적인 능력에 집중. 학생과 교사가 충분히 노력한다면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능력에 숙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2)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비교적 간단한 훈련만으로도 유능한 보충수업 교사를 확보할 수 있다. 교사로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자원봉사자는 대부분 대학생으로 일주일 혹은 열흘간의 연수를 받는다.
(3) 학업 부진아들이 각자의 수준에 맞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학급을 재편성하고 기본 능력에 기초한 과정을 마련하면 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수준별 학습의 이점은 효과가 지속적.
(4) 학생과 교사에게 학습 의욕을 자극하는 단기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사람들은 먼 미래의 막연한 목표만으로는 충분한 동기부여를 받지 않는다.
(5) 유능한 교사를 발굴 및 육성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갈수록 발전하고 저렴해지는 정보기술 이용을 확대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안.
5장 가난한 사람들은 왜 아이를 많이 낳을까?
- 많은 국가가 인구 증가를 우려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 가장 큰 우려는 인구증가가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 인구가 증가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 지구온난화에 악영향. 식수 소비뿐 아니라 식량 소비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농업용수 소비도 늘어남(담수의 70%는 농업용수에 쓰인다). 실제로 오늘날에는 식수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인구문제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출산 자녀수를 결정하는 개별 가정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인구 억제 정책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면 합리적인 인구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1) 다자녀 출산은 독인가, 득인가?
- 일반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가난한 것은 사실(출산율이 6.12명인 에티오피아는 2.05명인 미국에 비해 51배 가난)이지만, 높은 출산율 때문에 가난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맬서스가 고려하지 않은 기술 진보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원을 개발 및 생산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새로운 아이어디를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획기적 기술이 출현할 확률이 높아진다. 인류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가난 탓에 출산율이 높을 수도 있고 높은 출산율과 가난을 동시에 조성하는 제 3의 요인도 존재할 수 있다.
- 자녀가 많은 가정은 상대적으로 자녀 1명당 식비와 교육비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적기 때문에 질이 낮아진다는 주장.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자녀수가 적은 가정의 아이들이 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2) 높은 출산율에 대한 고정관념
- 가난한 사람들은 현대적인 피임법을 이용하지 못해 자녀수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 유엔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적인 피임법의 접근성이 확대될 경우 의도치 않은 임신을 연간 7,500만 건에서 2,200만 건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함. 가난하고 학력이 낮은 여성은 부유하고 학력이 높은 여성에 비해 피임도구를 사용하는 비율이 낮다.
- 그렇다고 낮은 이용률이 곧 접근성 부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계획 분야에서도 교육 분야의 수요-공급 논쟁과 유사한 논쟁이 전개. 공급 지지자는 현대적인 피임법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출산율이 훨씬 낮다는 사실을 근거로 피임도구의 접근성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 반면 수요 지지자는 피임과 출산율 사이의 이러한 상관관계는 자녀를 적게 낳고자 하는 사람들이 남의 도움 없이 적절한 피임법을 찾는다는 사실을 반영할 뿐.
지금까지의 자료는 수요 지지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람들은 피임도구의 접근성을 확보하면 보다 쉽게 출산율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피임도구의 접근성 자체가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다.
-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성생활 및 출산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통제할 방법을 찾는다. 임신은 대가가 큰데도 불구하고 10대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것은 본인의 적극적인 결심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가난한 사람들 역시 나름대로 생각해서 자녀수를 결정한다. 이 결정에 피임법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조건은 큰 제약 사항이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인해 선택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은 남편과 시어머니, 사회적 규범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많은 자녀를 낳으라는 압박을 받는다.
3) 가정의 기능과 공공 정책의 역할
- 가족과 개인은 동일하지 않다. 가족과 개인을 동일시하는 단순한 가정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고, 가족 내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무시하는 정책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이 재산권을 확보할 경우 자녀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이 원하는 자녀수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소유권 확보로 가정 내 여성의 입지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 가장 효율적인 인구 억제책은 자녀를 많이 둘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노령연금 같은 효율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거나 수익성 높은 노후 대비 금융상품을 개발하면,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딸을 차별하는 의식도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