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남자이면서 여자가 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는 일은 종종 있다. 하지만 우리 영화에서 그려지던 그 들의 모습은 코믹하거나 이상한 변태처럼 전형화 된 모습이어서 그 들의 속내를 이해가기는 쉽지않았다. 섹슈얼리티한 캐릭터를 많이 등장 시키며 뒤죽박죽 재미있게 인간사를 버무리는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생각하면 너무 시대착오적이다 싶을 정도였다. 그렇던 한국 영화계에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퀴어 영화의 등장은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물론 이 영화를 보면서 그간 보아 왔던 휴먼, 코믹, 또 다른 퀴어 영화.등 다양한 영화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또, 그런 장점을 잘 소화해 낸 두 감독의 연출력이 깔끔해서 보기 좋다.
주인공 동구는 뚱뚱한 몸을 가졌지만 마돈나를 꿈 꾸고, 중국집 종업원의 차이나 원피스를 입고 장만옥의 미모를 넘보는 예쁜 소년이다. 현재 동구는 500만원만 있으면 여자로 성전환 할 수 있다고 아침에 막노동 까지하는 현실적인 아이다. 어느 날, 인천씨름대회 우승 시 상금 500만원이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씨름부에 입단한다. 쉽지않은 씨름이라는 운동과 주위의 편견을 이기고 동구는 꿈을 이룬다.
그러나 씨름부 주장이 동구를 바라보는 편견과 가족이 동구를 바라보는 편견, 친구들의 편견은 다르지만 모두 이겨내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 시선들은 동구를 힘들게 하지만, 또 단련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마음 아픈 것은 가족이다. 특히 아버지다. 해 준 것도 없이 고생만 시킨 아들을 사랑하지만 여자가 된 아들을 볼 수는 없다. 씨름장에 온 아빠는 눈물로 남자인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래도 동구에게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예쁜 엄마가 있다. 그래서 마지막에 예쁜 여자가 되어 신나게 "Like A Virgin"을 부르는 장면은 동구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보는 내가 눈물이 다 났다. 우리 현실의 퀴어들도 이렇게 신나면 얼마나 좋을까?
동구야, 너무 예쁘고, 멋지다. 행복하게 살아야 돼~~~
그리고 영화 속 캐릭터의 다양함이 재미를 준다. 씨름부 감독, 선배들, 가족, 단짝 친구 등. 다 특이하지만 많이 튀는 이 없고, 그렇다고 설명이 부족한 이들이 없다. 두 감독이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많은 캐릭터들이 하나도 뭍히는 캐릭터가 없이 잘 만들어냈다. 물론 캐릭터들이 전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 역할들이 너무 딱딱 들어 맞는다. 그러나 동구의 꿈을 찾아 방황하는 단짝 친구 종만이라는 캐릭터는 그 또래의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감초 역할 중 가장 멋진 배역이다. 물론 종만이를 연기하는 박영서가 연기를 참 잘 한다. (이 배우는 <짝패>에도 나왔다.) 그리고 동구가 짝사랑하는 일본어 선생 초난강의 등장도 재밌다. "전화 해~" 할 때.ㅡㅡ;; 난 그만 닭이 되는 줄 알았다. 특별출연한 이상아, 백윤식, 김윤석 등의 중견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이러한 주변 배역의 세심한 구성도 좋지만, 동구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은 이 영화가 내 뿜는 가장 큰 매력이다. 큰 덩치로(사실 류덕환은 좀 작다.)요렇게 여성적인 아이를 마치 진짜 자신 처럼 연기하는 이 작은 배우의 힘이 대단하다. 종만이나 씨름부 선배들과 있을 때, 어둡고 침침한 집에서 가부장적인 아빠랑 있을 때, 자신을 이해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지만 보기만 해도 마음 아픈 엄마와 있을 때...넘다드는 감정의 기복을 모두 잘 받아들이고 보여준다. 너무도 무겁거나, 가볍거나 할 수 있는 퀴어라는 주제를 이렇게 상큼하게 보여주는 영화의 재미에는 류덕환이 앞장 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