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가 이상보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연하장
내가 한실 이상보 선생님과 인연을 맺은 때가 30대 초반이었으니 어느새 40년이 넘었다. 그러나 굳이 인연으로 따지자면 고등학교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선생님의 수필 <갑사(甲寺)로 가는 길>을 읽고 감명을 받아 수필가로의 꿈을 키우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실제로 당시 대학교 입학 시험에 이상보 선생님의 <갑사(甲寺)로 가는 길>이 자주 출제되었기에 대학교 입학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문장의 상당 부분을 암송할 정도였다.
이상보 선생님은 책 욕심이 많으신 분이었다. 그래서 <사색의 편린>, <초원의 백마>, <시간의 흐름 속에>,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불빛 하나>,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눈을 감고 바로보기> 등 수핍집을 10여 권이나 출간하셨다. 그리고 연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으시어 <박노계 연구>, <불교가사의 연구>, <한국가사문학의 연구>, <한국고시가의 연구>, <조선시대 시가 연구> 등 연구 서적도 10여 권을 출간하여 가사문학 연구 분야에서 우뚝하셨다.
이상보 선생님은 ‘이상보 붓글씨 모음집’을 출간할 만큼 서예가로서의 평판도 높으신 분이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85년(乙丑年) 1월, 선생님께서 직접 붓으로 쓰신 연하장을 보내주셨다. 연하장에 쓴 ‘賀正(하정)’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이고 그 옆에 ‘乙丑之旦(을축지단)’이라 부기했으니 ‘1985년의 아침에’, 또는 ‘1985년 해 돋을 무렵에’라는 뜻이다. 그리고 ‘李相寶(이상보)’라는 존함 아래 ‘相寶之印(상보지인)‘이라는 낙관을 찍었다.
선생님의 경해(謦咳)를 가까이 할 수 있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내게 끊임없이 글솜씨를 갈고 닦을 것을 권고하셨다. 그러나 몇 번의 습작을 통해 뒤늦게 나의 글재주가 보잘것없는 것임을 깨닫고 문학에의 꿈을 접었으니 선생님께는 대단히 송구스런 일이다. 몇 해 전 선생님께서 아흔넷의 일기로 소천하셨다. 연하장을 보니 뵐 때마다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시고 "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는가?"하고 물으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첫댓글 귀하디 귀한연하장입니다
나처럼 무능한 사람이 보아도
글씨체나뭐로보나
고개가숙여집니다
받을만하니
받았을겁니다
나는 근접도 못하는 그런 이야기들 잘보았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