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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이라고 하니 조금 거창해 보이지만, 솔잎을 선별하는 눈을 말하는 것 같다. 우선 순수 국산 소나무를 골라서 5~6월 초에 나오는 새 순을 채취를 해야 한다. 새 순은 한눈에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연한 연두색을 띠고 있고 길이가 성인 솔잎의 절반도 안 된다. 한 나무에서만 많이 따면 소나무의 노화가 빨리 오므로 여러 나무에서 조금씩 따야 하기 때문에 온 식구가 한나절을 산을 헤집고 다녀도 작은 바구니로 한 바구니 겨우 딸까 말까 하다. 어쩌다 욕심이 나서 조금 더 따려고 하면 아버님께서는 "귀해야 약이 되제" 하시며 한 해 먹을 분량 만큼만 따라고 이르신다. 솔잎을 딸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어린 소나무는 건드리지 말아야 하며, 노송도 좋지 않다고 하니 우선 나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또 한 가지는, 멧돼지들에 의한 농작물 피해 때문에 요즘은 멧돼지 사냥을 허락한 곳이 있다고 하니 산에 오를 때는 꼭 밝은 색의 옷을 입고, 혼자 행동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온 가족이 함께 산에 오르면 소풍가는 기분이었는데 올해 아버님께서는 연세가 높으셔서 빠지기로 하셨다. 노닥거리다가 늦어질 때를 대비해서 김밥을 쌌다. 계란도 삶고, 작년에 담은 솔잎차를 한 병 준비해서 배낭에 넣고 남편과 함께 나서는데 아버님께서 다시 한 번 주의를 주신다. "어린 소나무는 건딜지 말아야 혀." 아버님의 당부를 앞세워 서둘러 출발했다. 산 속은 정말 좋다. 언제나 푸근하고 머리가 맑아진다. 향긋한 솔 내음은 또 어떻고! 처음 보는 온갖 야생화가 다소곳이 피어 있고 산나리는 화사한 미소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새참을 먹던 멧새가 우리의 발자국 소리에 놀랐는지 푸드득 날아오른다. "아유 미안해라. 야, 거기 있다고 말을 하지." "당신이 먼저 전화를 하지 그랬어." 남편과 나는 썰렁한 유머를 주고받으며 산의 푸르름에 취하고 향기에 취했다.
이제부터 담그는 방법은 솔잎차는 매실차 담그는 방법대로 하고, 송순주는 매실주 담그는 방법대로 하면 된다. 건더기를 건지는 시기는 두 가지 다 3개월만에 건져서 3개월 정도 숙성을 시킨다. 너무 오래 담궈 두면 송진이 나와서 좋지 않다고 한다. 재미있어 하며 차를 담그는 나를 보시며 아버님께서는, "니가 귀찮아하지 않아 참 다행이다. 니하고 애비는 책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라 솔잎차는 떨어뜨리지 말고 먹으먼 좋제. 옛날부텀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프거나 책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며, 향긋한 솔 향으로 인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고들 허더라, 또 눈이 침침할 때 마셔도 좋다잖냐?" "아버님, 송근주는 안 담그나요?" "이, 그건 지금은 못허제, 시기가 늦어부럿시야. 송근주는 사오월에 담아야제." "그럼 올해는 송근주 먹을 수 없나요? 조금밖에 없던데." "올해도 대접할 손님이 많은겨? 올해는 내가 다리에 힘이 읍어서 못담궜씨야. 내년부텀은 애비가 햐."
나와 가까이 지내시는 분들은 한 번씩 다 드셔 봐서 그 맛에 반한 나머지 시골집으로 송근주 담그는 방법을 배우러 온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몇 번인가 나도 배우려고 시도해 봤지만 좀처럼 잘 안 된다. 남편이 해 주면 좋으련만, 남편은 아버님처럼 나의 청을 무조건 들어 주지는 않는다. 내년 이맘때도 아버님이 건강하셔서 송근주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내후년에는 내가 담근 송근주를 반주로 드셨으면 참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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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기행님! 내는 이것 보니 약산님의 송화주가 생각나는디, 언제 꼭 한번 마실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