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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삶의 질’높인다
문화바우처, 연극·영화·전시회 이어 도서까지 확대지원
“얼마전 캣츠를 보고 왔습니다. 아이들은 격식있는 뮤지컬을 처음 대하는 것이라 그런지 푹 빠져들었습니다. 막내아들은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네요. 저희 같은 사정을 지닌 가정들이 이런 문화를 즐긴다는 건 거리가 먼 다른 이들의 삶의 여유라고만 생각했었기에 더 보고 싶었고, 더 누리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여러 바우처들이 만들어져 그나마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그 중에 한 바우처인 문화바우처를 통해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꾸고, 또 키워내 아름다운 열매들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다음세대의 주인공이 될 꺼라 생각합니 다. 문화바우처! 네가 있어서 행복하고 기쁘다.”
“저희는 명절연휴기간에 공연된 맘마미아를 생활인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특히 휠체어 이용 생활인들의 이동이 편리하도록 되어 있어 편안한 관람이 됐습니다. 긴 시간동안의 공연이었지만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감동이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생활인들이 공연장에서의 에티켓을 잘 지켜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공연에 심취해 반듯한 관람 자세를 보여줘서 안심했습니다. 문화바우처에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공연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시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생활인들이 관람 후 귀원하는 내내 재미 있었고 좋았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저 역시도 뿌듯했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큰 아이는 중1 여학생입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미술학원 한번 보내지 못했지만 교내 미술대회는 물론이고 학교 대표로 전국 미술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습니다. 큰아이의 꿈은 포켓몬스터나 도라에몽 같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입니다. 혼자서 공책에 캐릭터를 그리며 노력하는 딸에게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돈을 주고 극장에 가서 보고 오라고 해도 착한 큰아이는 동생들 빼고 혼자만 볼 수 없다며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문화바우처에서 보내는 영화표로 동생들과 신이 나서 집 근처 영화관을 찾습니다. 올 여름방학에도 애니메이션을 3편이나 봤습니다. 저희는 식구가 5명이다 보니 포인트로 영화만 신청하게 되더군요, 영화 몇 편이지만 저는 문화바우처가 우리 아이의 장래희망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바우처, 정말 감사합니다.”
“공정한 사회란 누구나 문화를 누리는 것”
문화바우처 홈페이지 관람 후기란에 올라온 글들이다. 후기란에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공연을 보고 난 후의 감동을 전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특히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문화바우처 제도의 대폭 확대를 공고히 하며, 문화바우처에 대한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
▲ 문화바우처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문화복지협의회는 바우처대상자 뿐 아니라 문화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 등에 대한 단체공연 관람 혜택도 마련하고 있다.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문화는 ‘삶의 양식이다’라는 사람부터 ‘공기와 같은 것이다’ ‘향유하는 것이다’ ‘사회 통합적 개념이다’ ‘소통이다’등. 다양한 말들로 문화를 정의하고 있지만 이들 정의가 공통적으로 갖는 분모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보편적으로 누려야한다는 것’. 가난해도, 도시가 아니어도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문화는 여전히 소득과 지역에 따라 풍요와 빈곤의 차가 크다. 2008년도 문화향유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 연간 예술행사 관람 횟수는 0.55회로 국민 평균 4.88회에 크게 못 미친다. 그만큼 경제적인 여건 등으로 문화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많다는 것.
이같은 빈부격차에 따른 문화생활의 양극화는 연간 예술행사 관람율에서도 나타난다. 2008년 조사한 우리국민의 연간 예술행사 관람률은 2년 전인 2006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1.5% 상승했다. 그러나 월소득 100만원 미만과 100~199만원인 가구의 관람률은 오히려 각각 4.6%p, 6.4%p 줄었다.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70.6%가 연평균 5.12회의 예술행사에 참여하지만 군 지역은 58.9%가 2.63회를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 어려워지면 문화생활비부터 줄여”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문화복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계비 지출 항목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이 문화생활비지만, 문화생활이야말로 어른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고, 아이들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희망의 씨앗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어린시절의 풍부한 경험이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있다. 영국 던디대 연구팀의 연구결과, 어린 시절에 본 TV 색깔이 꿈의 색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세 이하 사람들 중 5%만이 흑백 꿈을 꾸었고, 55세 이상은 25%가 흑백 꿈을 꾸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의 깊은 인상이 평생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 시기에는 풍부한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담당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누적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상황에 따라 문화생활비가 비례하는 일관된 추세가 뚜렷하다”고 했다. 이 실태조사에서 가계소득 대비 문화여가비 지출 추이를 살펴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듬해 문화여가비는 전년의 5.2%에서 4.5%로 감소했고,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4.6%로 떨어졌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권영옥 기획부장은 “협의회 자체에서 집계한 통계에서도 월소득 기준 100만원 이하의 가구는 평균 0.5회 정도의 문화를 즐기고, 400만원 이상은 4회 이상 문화 생활을 즐기는 등 격차가 크다”며 “저소득층의 문화향유를 위한 기회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0년 예산 67억원, 대상자 3.3% 해당”
문화바우처제도는 이러한 문화체험 기회로부터 소외된 저소득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의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원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택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05년 서울, 대구, 전북 등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후 2010년 현재 전국 16개 지역에서 확대·시행하고 있다. 예산은 2005년 5억원, 2006년 26억원에서 2007년 20 억원으로 떨어진 이후 2008년 27억원, 2009년 40억원, 올해 67억원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2010년 예산 67억원으로는 지급 대상자로 추산되는 400만명 중 3.3%에 불과 한 13만4000여명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 부장은 “내년은 100억원이 목표”라며 “현재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알면서도 상황이 여의치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사업을 키워나가며 저소득층의 문화권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화바우처는 한국문화복지협의회가 사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전국 16개 시·도 주관처를 통해 각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공연, 영화, 전시 등 관람 비용을 연간 5만원 한도 내에서 직접 보조해 주고 있다. 문화바우처에 회원가입을 하면 5000포인트 한도내에서 프로그램을 예매 후 관람할 수 있다. 공연프로그램 등이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되는 만큼 1년에 최대 10만원에 해당하는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문화예술행사 중 ‘영화’ 예매률 높아
문화예술행사 중 단연 인기는 영화다. 2009년 문화바우처 이용자 가운데 40.4%가 ‘영화’를 가장 많이 봤으며, 이어 뮤지컬(21/1%), 연극(11%), 문화·일반(9.1%), 음악(7.1%), 전시(4%) 등으로 순으로 나타났다.
권 부장은 “아직 영화부문이 공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시행 초기에 비해 수혜자들의 공연선택 경향이 많이 변하고 있다”며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최대한 많은 예술행사를 보기 위해 낮은 포인트의 공연부터 예매했다면 이후부터는 한 공연을 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기 위해 포인트를 비축하거나 적절히 배분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 관람시 장애인, 노인, 아동은 동반인의 관람이 가능하며 30인 이상 단체관람시에는 1시간 이상 이동거리에 한해 버스도 지원해 준다. 또 관람비 지원 외에도 이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이나 교통이 불편한 산간벽지 거주자를 위해 버스 및 식사지원 서비스를 마련해, 소외계층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권영옥 부장은 “어떤 기관에서 단체 관람을 왔는데 초기에 예약한 사람 중 한 명이 빠져 있었다”면서 “알고 왔더니 예약자 중 한 아이가, 부모님이 전시회장까지 오는 차비를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됐다고 하더라. 이런 웃지못할 이유로 못 오는 사람들을 위해 1시간 이상 이동거리에 한해 버스 및 식사를 제공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한 켠에서는 공연만 보여주면 되지 식사까지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곱지못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며 “최대한 수혜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풀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올해부터는 도서구매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등 차별화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산간벽지나 중증 장애로 인해 외부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으로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독서의 중요성은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서도 나왔다. 미국 테네시대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에 읽을 책이 부족해 풍부한 독서를 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인지능력 개발이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이 소외계층 학생 852명에게 학년 말에 직접 고른 책 12권씩을 3년간 집에 가져가게 하는 실험을 한 결과 읽기 성적이 크게 올랐다. 책을 많이 읽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한 계단 위로 ‘계층이동’을 했다고 여겨 삶의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바우처는 도서지원까지 확대하고, 특히 시각 장애인이나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목록에 오디오북도 포함했다.
대상자가 직접 ‘선택’해 관람하는 서비스 도입
이 같은 문화바우처제도가 기존에 문화를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관이나 단체, 기업에서 실시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행사는 대부분이‘찾아가는 문화행사’로 특정 프로그램을 선정해 보여주었다. 반면 문화바우처는 ‘모셔오는 문화공연’을 병행하며 수혜자가 직접 선정해 스스로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시설이나 단체 중심의 공연에서 개인회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문화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기준, 2009년의 경우 전체 이용자의 70%가 개인 회원이 차지했다. 이는 전국 평균 단체 관람이 60~70%이상인 것과 상반되는 것.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유윤미 팀장은 “지원대상자의 선호에 따라 뮤지컬, 무용, 연극, 영화 등 선택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수혜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시설이나 단체보다는 개인회원의 활동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훈련”이라며 “본인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해 개인의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인프라를 구성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는 저소득 및 차상위계층 외에도 문화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단체 예술행사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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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옥 부장은 “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대상자들을 문화와 접촉하게 하는 작업이었다”며 “문화공연이 좋은 건 다 알지만 대상자체가 저소득층 또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이 많다보니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 접촉한 사람들은 만족도가 높았고, 이후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아직 문화 공간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공연장의 관계자, 기획사들의 대한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문화복지협의회는 많은 대상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운영 협력네트워크를 구축,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 출처 - 복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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