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는 오랜만에 내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만년 하위권에서 맴돌던 한화 이글스가 선두권을 지키며
유난히도 눈부신 시즌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이기고 또 이기니, 오래된 팬인 나 또한
마음 한가득 기쁨이 차오르는 날들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정식 선수를 했고
포수 마스크를 쓰고 마운드 위에서 꿈을 꾸던 아이였다.
비록 몇 해 지나지 않아 그 꿈을 내려놓았지만
내 안의 야구인은 지금도 살아 숨 쉰다.
연고지는 경북, 부산이었지만
언제부턴가 꼴찌를 견디며 버티는 팀,
한화를 응원하게 된 것도
아마 그런 마음 때문이리라.
그리고 마침내, 올해.
그들은 가을야구에 당당히 초대받고
우승을 꿈꾸어볼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코리안시리즈에서 LG와 맞붙었고,
결과는 아쉽게도 1승 4패.
4차전 승리를 목전에 두고 무너진 경기,
5차전 무기력한 모습까지…
우승 트로피는 멀어지고
우리의 시즌은 너무 일찍 막을 내렸다.
허무했다.
토요일까지 야구를 볼 수 있었어야 했다.
불펜의 힘이 조금만 더 받쳐주었다면,
감독의 선택이 조금만 더 빛났다면.
아쉬움은 자꾸만 다른 탓을 찾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부산 롯데처럼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도
준우승조차 쉽지 않은 것이 야구다.
그러니 이번 성적은
정말로 대단한 도약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마음 어딘가가 허전한 건
아마도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9회 말 2아웃에서조차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 공 하나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돌아보면 인생도 그렇다.
잘 달리다가 마지막 문턱에서
넘어져본 적이 있었다.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했던 그때,
나는 절망 끝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야구도, 인생도
기회는 다시 온다는 것.
한화의 올 한 해가 그러했다.
오래 기다렸고,
기어이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래서 난 믿는다.
내년에는 더 높이,
더 뜨겁게 날아오를 것이라고.
우리가 꿈꾸는 그 우승 트로피를
반드시 들어 올릴 것이라고.
한화 이글스여,
우린 다시 함께 달릴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든 역전은 가능하다.
한화 이글스, 파이팅!
그리고 고맙다.
멋진 한 해였다. 🧡🔥
첫댓글 코리안시리즈가 벌써 끝났습니다.
한화가 1:4로 LG에게 패하고나니 너무 허전합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오랜만에 한화가 선전하여 재미를 더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멍합니다.
한화 팬으로서 우승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컷나 봅니다.
그래도 모처럼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축하를 보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