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복더위 ♣
요즘 한창 더위가 기승(氣勝)을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4절기 중에서 더위에 관한 절기가 바로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이지요
소서(小暑)는 열한번째 절기로 음력으로는 6월절(六月節), 양력으로는 7월 7, 8일께이지요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에 있어요
옛 사람들은 소서 15일간을 3후(三侯)로 나누어서
①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②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다니며,
③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하였지요
이 시기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며 장마전선이라는 불연속전선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질러 장기간 머물러 습도가 높아지고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지요
예전에는 하지(夏至) 무렵에 모내기 끝내고 모 낸 20일 뒤의 소서(小暑) 때는 논매기를 했어요
팥, 콩, 조도 가을 보리를 하였던 자리에 하지 때 심고 소서에 김을 매주었지요
이 시기엔 퇴비를 장만하기 위하여 밭 두렁의 잡초 깎기도 하였지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철이므로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되지요
특히 음력 5월 단오를 전후하여 시절식으로 즐기는 밀가루 음식은
이때 제일 맛이 나서 국수나 수제비 해먹기를 즐겼지요
소채류로는 애호박이며,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 철이지요
잘생긴 민어를 다량으로 사다가 배를 따고 깨끗이 씻어 밝은 볕에 말려 포를 만들면
그 짭찔하고 쫄깃한 맛으로 해서 찬밥 물말이 해서 먹는데 반찬으로 최고였어요
싱싱한 민어로는 회 떠서 먹고, 따로 매운탕 끓이되 애호박을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 풀고 수제비 건 듯 띄워 먹는 맛도 일품이지요
또 대서(大暑)는 열두번째 절기로 음력으로는 6월중, 양력으로는 7월 23일 께이지요
태양의 황경(黃經)이 120도에 이르는 계절인데
일년 중 제일 더운 때라서 큰대(大)자와 더울서(暑)자를 써서 대서(大暑)라 지어진 이름이지요
옛 사람들은 대서 기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하였는데
제1후에는 썩은 풀이 화하여 반딧불이 되고,
제2후에는 흙이 습하고 무더워지며,
제3후에는 때때로 큰비가 내린다고 하였어요
대개 중복(中伏) 때이고 장마가 끝나며 더위가 가장 심해지는 때이지요
그러나 때때로 장마전선이 늦게까지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있으면 큰비가 내리기도 하지요
뇌성벽력(雷聲霹靂)이 대단하고 다부지게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는데
한 차례 비가 내리면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하나 다시 뙤약볕의 노염(老炎)이 뒤통수를 벗기지요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난 마당에 난데없는 미꾸라지들이 떨어져 버둥거리기도 하지요
빗줄기 타고 하늘로 치솟았던 녀석들이 비가 그치면서 땅으로 떨어진 것인데
그런 놈으로 지져 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했어요
참외나 수박 등이 풍성하고 햇밀과 보리를 먹게 되고 채소가 풍족하며
녹음이 우거지는 시기로, 과일은 이때 가장 맛이 나지요
그러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단물이 많이 없어지는 반면 가물었을 때는 과실 맛이 매우 달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을 삼복더위라고 하지요
24절기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초복, 중복, 말복을 뜻하는 삼복은 '복종한다'는 뜻의 업드릴 복(伏) 자를 쓰는데
이처럼 삼복은 “여름 불 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속절(俗節)이지요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이라 하는데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지요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하지요
금년이 바로 월복하는 해이지요
복의 어원에 대해서는 신빙할 만한 설이 없어요
다만 최남선의《조선상식(朝鮮常識)》에 의하면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지요
'서기(暑氣)'는 여름의 기운을 말하고
`제복(制伏)'은 복날을 꺾는다는 뜻인데 더위를 꺾어 정복하는 날이 복날인 셈이지요
복은 원래 중국의 속절로 진(秦)·한(漢) 이래 매우 숭상된듯 하지요
조선 후기에 간행된《동국 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어요
이로 보아 삼복은 중국에서 유래된 속절로 추측되고 있지요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하는데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 하였어요
복중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 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간계곡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즐겼으며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하였지요
옛날에는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속신이 있었는데
이러한 속신 때문에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초복에 목욕을 하였다면 중복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복날마다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초복과 중복, 그리고 말복에 걸친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시절음식으로는 개장국이 있어요
개장국은 더위로 인해 허약해진 기력을 충전시켜 주었지요
허준이 저술한《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 을 온(溫)하게 하고, 양도(陽道)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는
기록이 있어 개고기의 효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먹는 풍속은 여러 세시기(歲時記)에도 나타나지요
이들 기록은 개고기의 효능과 복중에 개장국을 절식(節食)으로 즐기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요
예컨대《열양세 시기(洌陽歲時記)》에 의하면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조양(助陽)한다."는 기록이 있고
또《동국세 시기(東國歲時記)》에는 "개장국을 먹으면서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쳐 보허(補虛)한다."고 하였지요
또〈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는 황구(黃狗)의 고기가 사람을 보한다고 하여, 황구를 일등품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러한 문헌을 통해서 볼 때, 개장국은 우리 민족이 건강식으로 널리 즐겼음을 알수 있어요
개고기 요리법에 관한 기록은 조선시대 조리서에도 나타나지요
조선시대 조리서에는 개고기 요리의 종류와 원리를 다양하게 기록하고 있어요
예컨대《규곤시의방(閨是議方)》에는 개장·개장국누르미·개장고지누르미· 개장찜·누런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 전통 요리법이 자세하게 기록 되어 있지요
또《부인필지(婦人必知)》에 의하면 "개고기는 피를 씻으면 개 냄새가 나고
피가 사람 에게 유익하니 버릴 것이 아니라 개 잡을 때 피를 그릇에 받아
고기국에 넣어 차조기잎을 뜯어 넣고 고면 개 냄새가 나지 않는다."라는 기록이 있어요
그러나 우리 민족이 개장국을 건강식으로 널리 즐겼음은 분명하나
지방에 따라서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고 하여 금기시 하기도 하였지요
특히 88올림픽과 함께 반려견(伴侶犬)인 개고기를 먹으면 야만인(野蠻人)이라는
풍조가 만들어 지면서 많이 줄어 들긴 했어도
옛부터 내려오던 풍습과 애호가들의 미각은 변하지 않고 있지요
이름도 개장국에서 보신탕으로 지금은 영양탕으로 변신 하여
복중에 찾아가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것이 사실이지요
아무튼 지금은 개장국을 대신하여 삼계탕을 많이 즐기고 있어요
삼계탕은 햇병아리를 잡아 인삼과 대추, 찹쌀 등을 넣고 고은 것으로서
원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이외에도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초복에서 말복까지 먹는 풍속이 있어요
팥죽은 벽사의 효험을 가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더운 복 중에 악귀를 쫓고 무병하려는 데에서 나온 풍습이라 볼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