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캅이 춤춘다!
카캅이 춤춘다!
학처럼
날개를 펴고
앞으로 나가며
하늘 우러르고
뒤로 물러서며
땅을 굽어보고
하느작 하느작
춤을 춘다
그 날, 새벽 세 시!
폭도들에게
집이 불 탈때
맨 몸으로 도망쳐
정글 속에서
초주검의 아내와
우는 자녀들
껴안고 다독이며
하늘 향해 울었다.
나무 열매,
풀 뿌리 먹으며
6일 밤낮
살 길 찾아
산 넘고
또 산을 넘었다
쉼 없이
눈물로 기도하며
사선을 넘었다
추르찬드푸르에서
난민캠프를
배정 받고
처음으로 세수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따스한 밥을 먹었다
다 잃었지만
살아 있음이 기뻐서
춤을 추었다
빼앗긴 땅,
집 생각으로
못견디게 슬플 때
춤을 추었다
짓밟힌 행복,
사라진 꿈으로
미칠 것 같을 때
춤을 추면서
울고 또 울었다
피난살이 고달파
살 길, 갈 길
무너진 삶이
너무 두려워
춤을 추면
감사와 불평,
순종과 의심,
평안과 고통이
밀려오며 밀려갔다
카캅의 춤!
끝없는 어둠,
처절한 고통,
소박한 비원이
어우려진
춤사위로
허공에서
번제물이 되어
어둠 밝히면
미치지 않고서
출 수 없는
그의 춤이
내게 말하였다
그만 분노해라!
인내하라!
춤을 추어라!
마지막인 것처럼
그냥 사랑하라!
카캅이 춤춘다
고통의 불에
벌겋게 데이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두 팔 벌리고
하늘 우러르며
땅 굽어보며
하늘 하늘 춤춘다
2024년 8월 21일 아침
실맛신학교에서
우담초라하니
*카캅은 작년 5월 3일 마니푸르주의 주종족인 메이테이들의 방화와 공격으로 집과 재산을 잃었다. 그는 캉폭피에서 6일 밤낮 살 곳을 찾아 헤매는 중에 추르찬드푸르까지 왔다. 그는 현재 난민 40여 명과 함께 실맛신학교 안에 있는 난민캠프에 살며 씰과 의복 등의 조달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온유하고 겸손하며 목소리가 작다. 키도 작다. 몸집도 작다. 아담한 체구의 그가 무아지경에서 추는 춤은 예배였다. 고통의 불을 가슴에 담고 있는 그의 춤은 기도였고 찬미였고 메시지였다. 단순한 춤사위에 실린 그의 아픔과 슬픔, 감사와 원망, 순종과 탄원에 경악하며 두 손을 모았다.
*2023년 5월 3일에 시작된 마니푸르의 폭동은 다수 부족민이 소수 부족민의 권리와 소유를 법적으로, 물리적으로 강탈하려고 한 것이 발단이 되어 일어났다. 대대적인 적대행위는 멈추었지만 170여 명이 살해를 당하였으며 근복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그들은 버퍼존을 사이에 두고 계속 대치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