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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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전공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듯, 문학도 문인들만이 글 쓰는 건 아닐 겁니다.
시(詩)는 기본적으로 상징, 은유, 함축성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언어의 경제성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 이전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보고 느낀 대로 표현하면 가장 좋은 시가 아니겠는지요?
그래서 모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시인이라고 하는 말에 공감합니다.
이런 점을 강조하는 시인의 시(詩) 작법(?)인것 같습니다.
25.1.14.화.
버스정거장에서/오규원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
경찰의 불심 검문에 내미는
내 주민등록증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주민등록증 번호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안 된다면 안 되는 모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어리석은 독자를
배반하는 방법을
오늘도 궁리하고 있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며
오지 않는 버스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시를 모르는 사람들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배반을 모르는 시가
있다면 말해보라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배반을 안다
시대의
시가 배반을 알 때까지
쮸쮸바를 빨고 있는
저 여자의 입술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