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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放後攻
허지만.
방역대원에게 ‘너 우아영이지’ 라고 도치씨가 쏘아 붙이긴 했지만 완전한 증거는 아니어서 한편 불안했다.
만약 그들이 진짜 방역대원들이라면 도치씨는 빠져 나갈 길이 없다. 직감이 때로는 사람 잡잖아?
방역대원들이 후쿠시마에 갔다 온건 사실이냐고 물었을 때. 도치씨는 황당했다. 후쿠시마가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는데 후쿠시마 갔다 왔냐는 말에 별 미친놈 다 본다는 분통이 터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우아영과 연계하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들이 만약 우아영 본인이 아니라면?
며칠 전 혜림과 찍은 황소우럭 인증 샷을 혜림이 자랑삼아 유투브에 게재한 것은 아닐까? 인증샷에 50대 그 사람이 도치씨의 얼굴을 기막히게 포착했는데, 더구나 스마트폰은 혜림의 것이었고. 도치씨 가슴이 또 덜컹했다.
방역대원들이 우아영 본인이 아니라면 이 사람들은 조직들?
도치씨의 머리는 또 빠르게 회전했다.
유투브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질투의 화신 우아영이 보복의 끄나풀들을 풀었을까? 아니면 이 복잡 미묘한 관계를 이용해 금융이득을 챙기려는 사이버피싱사기꾼들?
그러나 양쪽 어느 쪽일지라도 도치씨에겐 치명적인 것이다.
그래서 우아영이냐고 소리쳐 놓고 스스로 놀라 나자빠질 판이다.
전자라면 3:1 무력의 열세에 눌리고, 후자라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경제권을 가진 아내의 2차 보복에 비참하게 굴욕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죄지은 놈은 모로 누워도 편하지 않고 뒤집어 자도 등이 아프다는 속담처럼 도치씨의 불안은 계속됐다.
이 와중에도 도치씨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서를 포착했다.
만약 우아영이 아닌 국가조직원들이라면 후쿠시마에 갔다 오지 않은 것을 이미 확인하고 파악했을 텐데, 갔다 온 게 사실이냐고 어수룩하게 묻는 그 자체가 조직원이 아닌 개인이고, 개인이라면 우아영 하나 밖에 없다고 재 확신했다.
번갯불 보다 빠른 도치씨의 역회전 순간판단이었다.
내가 왜 후쿠시마에 갔다 와요? 라고 반문했다면 도치씨의 모든 상황은 우아영의 질투에 의해 종료되었겠지만 도치씨의 정확한 순간판별력이 그를 그 위기에서 구했다.
인간보다 훨씬 검색능력이 뛰어난 컴퓨터와 인간의 비교 불가한 우수성을 꼽으라면 바로 인간의 이런 순간대처능력이다. 도치씨의 순간대처능력은 아마, 세 여자들 사이에서 터득한 연애기교의 내공 때문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연애는 어떤 위기에서도 진실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이 없다면 연애할 재능이 없다.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치씨는 그 재능이 우수했다.
도치씨의 역질문에 방역복을 입은 세 사람이 움찔했다. 그 미세한 움직임은 3사람이 우아영의 일당이 분명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움직임이 포착된 이상 물러설 도치씨가 아니다.
전투만상戰鬪萬狀 불변법칙不變法則 선방후공先防後攻이다.
무슨 말이냐면?
모든 전투의 변하지 않는 법칙은 먼저 방어하면 꼭 공격할 기회가 생긴다는 말이다.
방역대원들이 우아영이란 것을 확신하자 도치씨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제 정의는 도치씨에게 있고 칼자루는 거꾸로 잡힌 격이 되었다. 이런 게 구생역전口生逆戰이야! 도치씨가 그렇게 속으로 부르짖었다.
도치씨가 의기양양하게 방역대원들을 아니, 우아영 일당을 향해 호통쳤다.
“너희들은 방역대원이 아니야! 너희들은 공무를 사칭한 사기꾼들이야!”
단번에 기가 오른 도치씨는 방역대원들의 자외선차단 유리마스크 안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안면 있는 눈동자들을 비로소 분간할 수 있었다.
둥글고 서구적인 윤곽인 우아영의 뚜렷한 눈.
쌍까풀 없는 오진숙의 민 눈도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유달리 눈썹이 두텁고 새까만 이감독의 눈도 그 자외선차단마스크 안에 있었다.
여섯 개의 눈을 일일이 확인하자 도치씨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타 올랐다. 당장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생한 생각하면 잘게 세꼬시 쳐 죽여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뭐야? 너네들 뭐하는 짓거리야? 이게 장난이야? 사람 잡는 백정! 종신형은 살아야 할 사기꾼들 짓이지!”
허지만 도치씨의 겁난 항의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세 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도치씨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방역대원인줄 알았던 이감독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장난하는 줄 알아?”
“그럼 뭐야? 당신들이 공무원 나부랭이야?”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치씨를 확인할거요!”
“뭐라고? 뭘 확인해?”
“방사능!”
“뭐야? 방사능? 이 우리질 인간들아! 내가 방사능으로 보여?”
“볼 수 없으니까 기계로 검사하려는 거지!”
오진숙이도 거들고 나섰다.
“도치 형부! 방사능이 눈에 보이면 뭐 하러 이 비싼 기계 대여 해왔겠어요?”
우아영이는 이미 이감독의 수하로 세뇌되어 있었다. 도치씨의 애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애인이란 돌아서면 남이다 란 말이 딱 맞았다.
“감독님 말이 백번 맞아요. 도치오빠는 우리의 검사에 진실하게 응해야 해요. 우리의 안전과 나아가 국민의 건강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에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잠간이면 돼요.”
“차라! 별잡소리 다하고 자빠졌네? 문디문둥이 코구멍에 마늘이나 꼬자라! 너그하고는 인자 상종도 안 할끼다!”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심한 경상도사투리가 도치씨의 입에서 불시에 터져 나왔다. 도치씨가 무의식중에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것은 약이 오를 대로 올랐을 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일어나는 태생언어 습관이다.
“도치씨 우리하고 약속했잖아?”
“머라카노? 무신 약속? 내가 버러지같은 너그하고 무신 약속했다카노?”
“조금 전에 우리에게 무조건 협조한다 했잖아?”
“도치형부, 그새 변절했어요? 꼭 반역자가 돼야겠어요?”
“우끼고 자빠졌네! 그기 말이가? 반역자? 에라이! 인간 말종들아! 내가 너그들 인신모독에 공갈협박범으로 다 처넣을 끼다!”
펄펄 날 뛰는 도치씨와 달리 이감독은 차분하고 냉엄하게 말했다.
“그건 나중 일이고. 우리는 일단 도치씨를 검사할꺼야!”
“검사 같은 소리하고 쳐자빠졌네?”
도치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감독이 두 여자에게 지시했다.
“말로 될 일이 아니야! 강제 집행!”
이감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여자와 한 남자가 왜소한 한 남자를 깔아뭉개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온 몸의 근육을 다 동원해 결사항전 했다.
이 모양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미찌마카페 여주인의 안색이 공포로 질렸다.
미찌마카페여주인이 카운터에 놓여 있던 자신의 파스텔톤진달래색 스마트폰을 잽싸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 까만네일손톱으로 익숙하게 단축다이얼을 눌렀다.
삐삐 삐!
첫댓글 선방후공 연애 박사 도치는 과연 천제적인 순발력입니다.
실력없으면 연애 안합니다...ㅎㅎ
고운밤되세요
분명 도치생각대로 우아영이 꾸민 각본이로 생각 되는데
또 50대는 왜일끼요.
아~
50대..김진희님이 몇회지난 글 안읽으셨군요.
연재소설은 건너뛰면 해독불가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흥미를 잃게되구요
건너 뛰어도 이해할 수 있게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ㅎ
좋은 밤되세요
사태가 심각 했나봅니다.
아영이의 씨나리오에 카페 주인도 놀랐나?
증거가 될만한 사진을 찍고 말입니다~~
아휴 심각하죠...당사자들은요.
카페 주인은 다연히 신고해야죠...ㅋㅋ
즐거운 밤되시구요
先放後攻 가슴에 닿는 말씀입니다.
도치에게는 그게 하나의 피해가는 작전이되겠슴니다.
고맙습니다. 천일염님하고 동지애가 느껴집니다...ㅋㅋㅋ
행복한 밤되세요
장난이 너무 심했군요..
카페 주인 까지 화나게 만들었으니요..
오늘도 수고 하셨슴니다.
편히 쉬세요.
갈수록 태산일겁니다
즐거운 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