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때문에 못 본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영동지방에 눈이 왔다는 소식도 있으나, 예정된 여행이었기에 우리는 떠났다.
자정 넘어 출발했음에도 영동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마치 차들을 전시해 놓은 듯 도로는 꽉 막혔다.
대부분 틈없는 곳에서 찾아온 사람들.
틈없이 늘어선 공간, 그리고 그 빈틈에 합류한 나.
가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밤은 깊은데 불야성처럼 늘어선 차꼬리를 따라, 줄곧 시속 20km 이내로 ‘서다’, ‘가다’를 반복하면 모든 것이 귀찮아지는 법. 차선을 잘 바꾸지 않는 흐름에 앞차와의 거리를 늘리자 서울, 대전, 부산, 경기, 인천 등 전국에서 모여든 차량들이 끼어들며 자연스럽게 차간격을 좁혀갔다.
말동무도 없어, 졸음을 참다 못해 껌을 씹으면 단물도 잠시, 애꿎은 껌만 씹다보니 아래턱과 위턱이 저려오는 같았다.
창밖은 영하 15도 이하의 얼어붙은 세계. 나는 졸린데 눈을 감은 사람들은 춥다고 온도를 높였다.
‘눈을 뜬 것과 감은 것은 이런 차이일까?’
사람이 잠들면 체온이 내려가기에 춥다고 하지만, 나는 하나도 춥지 않은데 온도를 올리자 졸음이 몰려왔다.
갓길에 수없이 늘어선 차량들. 지난 밤 정체에 시달려 쉬고 있으련만, 평온한 모습보다는 마치 전쟁터에서 무용지물이 된 차량 같았다.
새말을 지나자 시원스럽게 흐르는 자동차들. 지금까지 나를 막았던 것은 사고 난 차량이었다.
‘자슥들 잘 좀 몰지.....’
차량흐름은 원활해지고 시속 40km에서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속도감을 느끼게 되었고, 쾌감을 느낄만큼 밟자 속도는 60km를 상회하였다. 그러나 한참을 달리다 머리 위에 설치된 사진기를 보자 ‘아.. 과속인데...’하며 발을 옮기는 순간, 내가 달리는 곳이 제한속도가 100km임을 느꼈을 때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다.
적군 없이 모두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소리 없는 해맞이전쟁, 새말을 훌쩍 지나도 정체는 쉽게 풀리지 않고, 피로는 쌓여만 갔다. 그런데 갓길로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차량들... 얄밉기만 했다. 그 길 몰라서 안 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로막고 싶었으나 그 차들이 휴게소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집을 나온 지 7시가 넘은 것 같은데...
세상은 점점 밝아오고 있는데....
구난차들이 요란하게 울려가고 있는데....
진부령 터널에서도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날밤 새우며 장시간 운전한 노력은 한 순간에 날아갔지만,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태양은 떠오르고 차 안에서도 볼 수 있겠지...’
막힌 원인은 또 교통사고. 새해 벽두부터 재수에 옴이 붙었는지 진드기가 붙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나가며 그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해는 이미 밝아 사람들은 모두 깨어나고, 이제 고속도로답게 속도를 내고 있는데 몽롱하게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첫댓글 그래 잠은 잘 잤쑤~~~..........동해안 일출도 좋지만 서남해안 일출도 그만인데.......
그렁깨로 광주 무등산으로 와야하는 것인디...ㅋㅋ 운전대도 안잡고 황홀한 일출을 본 사람이 여기 나말고도 허벌나게 많은디...ㅎㅎ
아 글씨 말이에요. 강원도를 한번도 못가보았다는 광주사람 데리고 가느라고... 우히히.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