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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56승 1무 69패(6위)
타율 .271(1위) 방어율 4.41(7위) 실책 94(최다) 홈런 96(3위) 도루 51(7위)
12년 명가의 마지막. 굿바이 유니콘스
-어수선한 팀분위기, 세대교체의 필요성 드러내
95시즌 후, 현대는 만년 약체이던 삼미-청보-태평양을 이어받아 4번째 인천의 주인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이후 태평양 시절부터 강하다고 평가받던 투수력을 베이스로, 그 당시 최고이던 모기업의 자금력을 앞세운 무시무시한 전력보강, 그리고 명장 김재박감독(현 LG)을 필두로 한 탄탄한 코칭스태프를 앞세워 지난 12년 세월동안 8번의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4회 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00년 인천을 떠난 후의 흥행 급감, 그 후 '왕회장' 정주영의 타계로 인한 모기업의 분열 등 현대의 12년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런 여건에서도 끊임없는 유망주 육성과 탁월한 용병 스카웃을 바탕으로 03,04년 한국시리즈 2연패, 크게 전력이 약화된 지난해에도 정규시즌 2위, 그리고 02~04년 3년연속 신인왕 배출 등 그들은 결코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시즌은 천하의 현대 유니콘스라 해도 견디기 힘들었던 시즌이었으며, 결국 12년의 영욕이 교차하는 팀 역사를 마감하게 되었다. 그들의 마지막 시즌, 결과는 좋지 않게 나타났지만 아무도 그들을 질타할 수는 없었다.
<혼란의 오프시즌, 그리고 07시즌>
현대 유니콘스는 어느 팀보다도 혼란스러운 오프시즌을 보내야 했다.
11시즌동안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재박감독은 06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패한 며칠 후 친정팀인 LG트윈스의 부름을 받아 옮겨갔으며, 역시 현대의 중심 코치였던 김용달, 정진호도 김재박감독을 따라 연쇄이동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은, 그동안 스폰서 형식으로 유니콘스를 지원해주던 현대 계열사들이 '지원 불가'방침을 밝힌 것이었다. 이 와중에 농협, 그리고 해외동포가 운영하는 모 기업에 인수설이 흘러나왔으나, 허보로 밝혀졌고, 그것은 현대 선수단에 더욱 큰 절망을 야기시켯다. 자칫 잘못하면 07시즌을 치르지 못한 채 공중분해될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KBO가 지원금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고, 현대 계열사들도 올시즌에 한해 유니콘스를 지원해 주기로 하면서 간신히 07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김시진감독 이하 현대선수들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고맙다'고 털어놨다.
시즌 출발 역시 어수선했다. 롯데와의 홈개막 3연전을 스윕당한 것을 시작으로 4월 한달간은 두산과 꼴찌를 주고받았다. 현대가 자금난 속에서도 한국으로 유턴시킨 브룸바의 방망이는 연일 침묵을 지켰으며, 정민태는 3경기에 등판해서 난타당하고 2군으로 강등, 결국 올시즌에도 재기에 실패하였다. 지난 2년간 현대 에이스로 활약했던 캘러웨이는 배팅볼 투수로 전락했다. '단독꼴찌 안하는 것이 용하다. 5월부터는 더 깊은 추락을 맛볼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현대는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4월 27일~29일 삼성전 싹쓸이를 시작으로 5월 5일까지 9경기에서 7승2패를 마크, 5할승률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브룸바, 이숭용 등 타선이 각성하기 시작했으며, 중간계투진에서는 고졸 2년차인 조용훈이 신성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혹시나'하는 기대는 너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 좀 팀분위기가 달궈지나 하던 시점에서 8연패(5/13 삼성전~5/23 한화전)로 몰리며 꼴찌로 추락한 것이다. 다행히 광주 기아전에서 2승 1패로 꼴찌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6월에는 타격왕 경쟁을 하던 이숭용이 전력에서 이탈했으며, 캘러웨이는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현대는 도무지 체계있는 야구를 할 수 없었다. 투수진이 전반적으로 쇠락하여 손을 쓸 수 없었다. 김수경만이 분전했을 뿐, 지난해 신인왕을 노렸던 장원삼, 그리고 엄청난 승률을 자랑했던 전준호 등은 나올 대마다 난타당했다(실제로 올시즌 종료 후 지난해 3명이었던 현대의 10승대 투수는 올시즌은 김수경 한 명(12승 7패 방어율 3.88)에 그쳤다). 수비진도 대책없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룸바를 중심으로 하여, 김용달 코치 밑에서 단련받은 타선의 끈끈함을 앞세워 내내 4강권을 드나들며 전반기를 37승 41패, 4위 LG와 2.5게임차로 마감했다. 시즌 전 걱정했던 상황에 비하면 천만다행이었다. 게다가 후반기에는 조용준 이상열 마일영 등 00년대 현대의 숨은 주역들의 복귀가 기다리고 있어, 불안했던 투수진이 더욱 안돈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오는 '슬픈 운명'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을까. 어찌 보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환자가 '약속의 날'이 다가오면서 느끼는 불안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 때문인지 현대 유니콘스는 후반기 더이상 힘을 내지 못했다. 전반기 21개의 홈런을 친 브룸바는 후반기 8홈런으로 페이스가 죽었다. 전반기 .362로 타격왕을 노렸던 이숭용의 타율 역시 영하의 수은주처럼 뚝뚝 떨어졌다. 전반기 나이를 잊은 활약을 하던 김동수, 전준호는 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투수진에서도 전반기 블론세이브 0, 방어율 2.09로 철벽계투를 자랑하던 조용훈은 구질 노출 때문이었을까, 후반기 5블론세이브를 추가하며 방어율도 3.21까지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이상열, 마일영이 복귀하기는 했으나, 각각 7경기 13.50, 21경기 4.72의 형편없는 방어율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7월까지 4강꿈을 포기하지 않던 현대는 결국 8월 3일 한화전~8월 17일 롯데전서 7연패를 당하며 올시즌에 대한 희망은 완전히 접어야 했다. 그나마 후반기 4할대 승률(19승 28패, .403)이라도 한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결국 현대는 한화와의 시즌 최종전을 1,444명의 수원팬들 앞에서 2-0승리로 이끌며 롯데를 제치고 6위를 마크,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하기에는 왠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그들의 07시즌이었다.
<신임 코치진, 그리고 세대교체의 필요성>
구단의 자금난이라는 원인을 차치하고 본다면 올시즌을 통해 본 그들의 과제는 '새 코치진에 대한 적응'과 '세대교체의 필요성'이었다.
올시즌 현대 코치진을 평가해 본다면 결코 '못했다'고는 할 수 없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두 팀을 밑에 깔고 시즌을 마감했다는 것은 오히려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어쨌건 그들에게 주어진 전력은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한 지난해와 대동소이했다. 쇠퇴기의 서튼 대신 브룸바가 들어왔다는 점은 오히려 보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꼴찌를 했던 LG가 현대출신 감독, 코치를 받아들인 후 지난해보다 11승을 더 거두며 5위로 급상승한 반면, 현대의 승수는 지난해보다 14승이 줄었다. 물론 현대 코치진이 무능하다기 보다는 전임 코치진이 워낙 탁월했던 탓이었고, 막판에 물의를 일으키고 떠난 캘러웨이(11경기 2승6패 4.18)의 예상치 못한 추락 등의 원인도 있었지만, 현대 코치진들 역시 1군 무대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은 아니었다. 김시진 감독의 시즌 운영은 감독 초년병이라는 점에다 안 좋은 상황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합격점을 줄 수 있으나, 역시 투수코치의 자리와 감독의 자리는 다른 것이었다. 초보감독의 소심 때문인지 현대벤치는 다양한 작전루트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으며, 이는 팀이 OPS2위(.729)를 기록하고도 팀득점은 한화와 공동5위에 머무는 결과를 낳았다(한화의 1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된 상황이므로 6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수교체 타이밍에서도 지적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물론 신임감독으로서 이러한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이다. 일단 팀분위기메이킹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그이므로, '경험이 약'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역량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그의 감독자리가 안전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첫시즌을 보낸 현대 코치진의 가장 큰 미션은 '세대교체'일 것이다. 올시즌 현대 베스트9의 평균 연령은 32.78세이다(한국나이 기준). 게다가 무려 세 포지션의 주전 멤버가 36세 이상이며, 이런 팀은 현대가 유일하다. 문제는 이 포지션이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전준호는 우리 나이로 39세임에도 무려 121경기에 출장했다(.296 1홈런 13타점 11도루). 그나마 전준호는 외야수이므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김동수는 40세에, 그것도 가장 힘들다는 포수라는 포지션임에도 무려 111경기나 출전했다(.278 4홈런 39타점). 물론 김동수의 투혼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마땅한 백업포수가 없는 현대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시즌까지 공격형 포수의 면모를 보이던 강귀태는 .231 6타점으로 몰락했으며 군문제까지 걸려있다. 허준과 유선정은 아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앞에도 말했듯이 전반기 3할타율을 보이던 두 선수는 후반기 들어 현격히 힘에 부쳐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전라인업에서 유일하게 25세 이하인 지석훈(84년생)은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허약한 공격력이며(.182 2홈런 17타점), 백업인 차화준의 공격력도 신통찮아(47경기 .173) 합작 10개의 실책만을 기록한 탁월한 수비마저 빛을 잃게 하고 있다. 삼성으로 간 박진만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나마 20대 중반의 정성훈(.290 16홈런 76타점) 이택근(.313 11홈런 56타점)이 팔팔하게 활약해준 다는 것은 현대의 완벽 붕괴를 막아주는 요소였다. 특히 이택근은 사직구장의 올스타전에서 사상 최초로 그라운드홈런을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또한 후반기 중용되기 시작하며 .300 2홈런 12타점을 기록한 21세의 황재균도 현대의 희망이다.
장원삼(9승10패 3.63), 조용훈(74경기 4승7패9세이브 15홀드 방어율 3.21), 손승락, 그리고 지금은 상무에 있지만 오재영 등이 버티는 투수진은 그나마 젊은 편이다. 하지만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데뷔시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투수들이 발전을 보이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과거 '유망주의 화수분'이었던 현대의 면모가, 특히 타자진 쪽에서는 점점 퇴색해가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현대 코치진의 능력이 판단 가능할 듯하다.
<과연 그들의 운명은>
하지만 유니콘스 선수단은 이런 고민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자칫하면 내년시즌 실직자가 될지도 모르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인기가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프로야구 전체의 고질병인 만년 적자로 인해 기업들은 프로야구단 창단, 인수를 꺼리는 상황이다. 게다가 앞에 말했듯이 현대 야구단은 시즌 전 두 번이나 절망을 겪었기 때문에 더욱 간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분위기는 아주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아직 공식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신흥기업 STX의 현대 인수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봐도 농협 때의 상황보다는 훨씬 믿을만해 보인다. KBO의 일방적 희망사항으로 끝났던 농협 때와는 달리, STX측은 끊임없이 현대야구단 인수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아주 긍정적이다.
하지만 STX가 현대 야구단을 인수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거취에 가장 불안을 느끼는 것은 김시진 감독일 것이다. 현대시절 맺었던 계약이 새로운 구단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자리가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07시즌 최선을 다한 김시진 감독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이 외에 현대의 선수들도 누가 실직자가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팀이 개편되면 으레 실직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고지 문제도 골치아프다. 수원에서의 형편없는 흥행실적 때문에 현대를 이을 팀이 수원에 잔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시절부터 원했던 연고지인 서울, 그리고 STX의 창업 기반인 마창 지역, 또한 새로 구장이 건설될 안산 성남 등이 후보로 떠오르고 잇는 상황이지만, 다들 문제는 있는 상황이다. 8개구단뿐인 한국프로야구에서 무려 3개팀이 서울에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좋은 모양새라 생각되지 않는다. 마산, 창원 지역은 롯데의 입김이 너무 강한 곳이다. 안산 혹은 성남은 규모가 작아 흥행 가능성에 의문이 들지만, 그나마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은 성남이 필자의 생각에는 가장 현명해 보인다.
화려했지만 다사다난했던 12시즌을 보내고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는 현대 유니콘스. 항간에서는 '돈으로 흥해 돈으로 망한 팀' '인천팬들을 버린 팀'이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의 선수,코치 자원들은 매우 훌륭하다. 이런 팀이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팀을 떠나 한국야구 전체를 봐서도 큰 불행일 것이다. 2008시즌 종료 후에는 이런 이야기 대신 '2009시즌 프리뷰 혹은 전력보강'이야기로 가득 찰 이들의 시즌 결산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
LG
58승 6무 62패(5위)
타율 .268(3위) 방어율 4.33(6위) 실책 94(7위) 홈런 78(6위) 도루 130(3위)
라인업 안정화, 팬로열티 회복 성공
-팀 이끌어줄 특급선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아
서울의 자존심이라 불리며, 롯데와 상벽을 이루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 LG트윈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은포스트시즌 근처도 가지 못하면서 팬들에게 분노를 안겨주었다. 90년대를 이끌었던 스타들은 하나 둘 떠났고, 인터넷에는 감독과 프런트를 비난하는 글들 뿐이었다. 잠실야구장에도 파리가 날렸던 지난 몇 년이었다. 그리고 올해도, 그들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포스트시즌 실패, 5할승률 미만 시즌은 5연속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트윈스 팬 커뮤니티는 오랜만에 초상집 분위기에서 잔칫집 분위기로 변했다. 올해 LG는 성적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트윈스는 무엇이 변했으며,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야심찬 오프시즌, 롤러코스터 07시즌>
지난 시즌을 사상 최초의 꼴찌로 마친 후, 트윈스 프런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게 뛰어다녔다. 현역시절 청룡-트윈스에서 명유격수였으며 현대에서 4번의 우승을 이끈 명장 김재박 감독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이다. 그 외에 김용달, 양상문 등 쟁쟁한 코치들도 영입했다. 또한 선수 부문에서는 간판타자 이병규를 일본으로 보내고, 두산의 토종에이스 박명환을 FA로 데려왔으며, 삼성의 에이스였던 하리칼라, 일본 프로야구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발데스를 보강했다. 게다가 지난시즌 중반 봉중근은 이미 LG에 와 있었다. 그러나 시즌 전 전문가들은 트윈스의 어쩔 수 없는 '베이스전력의 한계'로 인하여 그들을 하위권으로 분류했으며, 시범경기 성적(2승1무7패로 최하위)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듯 했다.
그런 예상에 자극을 받았을까. LG는 기아와의 홈개막전부터 박명환이 승리를 따내는 등 초반에는 투수진의 분전으로 6연승(4월12일 롯데전~4월 19일 한화전)을 달리며 8승3패, '생각보다 제법인데'하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2년차 마무리 우규민은 연일 터프세이브를 올리며 LG팬들을 설레게 했다. 타격면에서는 박용택이 생각보다 부진했으나 발데스, 조인성, 이대형이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이 트윈스에 독이 된 것일까. 이후 14경기에서 3승11패로 추락하며 꼴찌까지 추락, 위기를 맞자 '너희가 그러면 그렇지'하는 비아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5월 4~6일 두산전은 그때까지 그런대로 선전하던 투수진이 대붕괴한데다가, 라이벌 두산의 상승 분위기를 만들어준 시리즈라 더욱 뼈아팠다.
그러나 엘지는 그 후 4경기에서 바로 3승1무를 거두며 5할승률을 맞춰 놓았는데, 그것은 위기를 맞으면 바로 추락하던 지난해의 엘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후 엘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계속했다. 선발진의 엇박자로 인해 완벽한 하락세도 없었지만, 완벽한 상승세도 타지 못한채 3~5위를 전전했다. 투수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조직력이 부활한 타선과 '발야구'의 힘으로 트윈스는 전반기 내내 5할에서 ±3을 유지했다. 6월 17~19일 잠실 기아 3연전 이후로는 단 한번도 5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지난 4년간 트윈스의 성적은 6-6-6-8이었다). 트윈스의 전반기 성적은 37승 36패 4무로 4위. 꼴찌후보였던 시즌전 예상에 비하면 의외의 선전이었다.
이렇게 전반기를 만족스럽게 마친 트윈스는 후반기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로 하리칼라 대신 옥스프링을 영입했으며,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중간계투진과 외야 송구력 보강을 위해 최만호, 최길성을 내주고 박석진, 손인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뜻대로만 되던가. 후반기 트윈스는 '어쩔 수 없는 전력의 한계'로 인하여 선수들이 지친 모습을 보였다. 전반기 무피홈런, 무패 행진을 하던 우규민은 8월1일 삼성 채태인에세 홈런을 허용하며 첫 패전을 안는 등, 후반기 6패에 7블론을 당하며 전반기 1.64이던 방어율도 2.65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전반기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조인성, 권용관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투수진에서는 박명환, 옥스프링이 잘 던졌으나 득점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볼 것도 없어, 투타 엇박자가 계속되었다. 전반기에도 그리 믿음직하지 못하던 중간진은 후반기에는 피로누적까지 겹쳐 완전 붕괴되었다. 이런 전력적 한계 속에서도 트윈스는 투혼을 발휘했다. 4강이 멀어져가는 분위기이던 8월 19일 잠실 삼성전서 이대형의 적시타로 5점차를 뒤집은 경기를 시작으로 현대-SK-롯데전까지 10경기에서 8승2패를 거두며 4위 한화를 반게임차까지 추격했다. 특히나 8월 28~30일 롯데와의 홈 시리즈는 LG팬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리즈로, 트윈스는 롯데를 스윕하며 이에 보답했다. 하지만 이후 바로 8월 31일 한화전~9월 9일 삼성전까지 5연패를 당하는 등, 9,10월은 피로누적에 따른 집중력 저하에 발까지 묶이며(이 기간 10도루) 5승 11패로 극도로 부진, 4강의 꿈은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트윈스 팬들은 '4강싸움'을 할 힘이 생겼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낀 한해였다.
<프런트, 선수단의 혁신 그리고 로열티의 회복>
KIA의 실패 원인을 '프런트-현장-팬의 불협화음'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지난해까지 LG가 바로 그런 팀이었다. 프런트, 벤치, 팬이 완전 따로국밥처럼 노는 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역사에 없던 꼴찌로 추락하자 LG프런트는 얼음물을 맞은 것처럼 태도가 바뀌었다. 김재박감독을 비롯하여, 김용달 정진호 양상문 등 명코치를 영입하며 실리를, 그리고 김용수 윤덕규 등 지난날 LG에서 뛰었던 이들도 코치로 받아들이며 명분까지 챙겼다. 또한 박명환 등 선수 보강에 있어서도 현장과의 충분한 상의 끝에 결정한 것도 바뀐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실제 올시즌 트윈스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90년대 트윈스의 '신바람야구'를 이끌었던 주역인 김용달코치는 팀플레이가 부족했던 트윈스에 딱 적합한 타격코치였다. 개개인의 기량 향상도 중시하지만, '팀을 위한 타격'을 더 중시하는 그의 성향은 올해 트윈스에 그대로 묻어났다. 팀볼넷 6위(431)에 팀최소삼진 5위(687)였다. 얼핏 봐서 대단한 기록은 아니지만, 지난 몇년 볼넷-삼진 비율에서 부동의 최하위를 달리던 트윈스로 봤을 때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타자도 4명이나(발데스 이종열 손인호 최동수) 되었다. 김용달코치의 가장 큰 ;은총'을 받은 선수는 단연 이대형으로, 지난해까지 발만 빠른 선수였던 그는 올해 .308 1홈런 31타점 68득점 53도루를 기록하며 LG팬들에게 최고선수로 꼽혔다. 원래도 빨랐던 발이 출루능력까지 생기면서 더 빛을 발해, 트윈스의 종전 도루기록(94년 유지현 51개)도 경신했다. 지난 4년통산 19/86이라는 극악의 4사구/삼진 비율을 보였던 그는, 올시즌 43/54로 선구안에서도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박흥식-노찬엽-이병규로 이어지는 'LG표 명중견수'의 명맥을 그가 공백기없이 잇게 된 것이다. 이대형 외에도 조인성(.282 13홈런 73타점) 이종열(.285 4홈런 53타점) 최동수(.306 123홈런 58타점) 정의윤(.280 3홈런 20타점)등 김용달코치의 손길은 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02,03년 이동현, 이승호를 조련해내며 팀방어율 상위권을 이끌었던 양상문 투수코치는 비록 올해는 이렇다할 투수조련은 해내지 못했으나,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해주면서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코치들이 선수들을 잘 조련시켰다 하더라도 김재박 감독 없이는 허사였을 것이다. 지난해 트윈스는 단 2명만이 규장타석을 채우고 50타점을 넘겼으나, 올해는 무려 8명이 규정타석을 채우고 5명이 50타점을 넘겼다. 그것은 김재박감독이 코치들을 신뢰했다는 증거인 동시에, 뿌리깊은 패배의식을 씻기 위해서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끝에 나온 조치였다. 실제로 트윈스 주전라인업 대부분의 선수는 '근 몇년간 최고로 야구할맛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김감독은 경기, 시즌 운영 능력에서도 융통성을 보였다. 현대에서는 '번트왕'이라는 별명을 안고 살았으나, 트윈스 선수들의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간파하고 번트를 줄인 대신, 트윈스의 장점인 기동력을 극대화하는 야구를 했다. LG의 팀도루는 3위이나, 도루성공률은 73.9%로 8개구단중 1위로, '가장 잘 뛰었던 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이것은 LG가 팀OPS(6위, .713)에 비해 많은 득점(4위,532)이 가능토록 만든 요인이었다. 시즌 운영에서도 그의 힘은 돋보였다. LG의득실마진은 -68로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LG가 끝까지 4위다툼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김재박감독의 '버리는 경기와 잡는 경기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전략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어, 이길 때는 접전이 많았고, 질 때는 대패가 많았다. 트윈스 전력의 한계를 생각해서 낸 고육지책이었지만, 어쨌든 트윈스느 전반기 5할승률을 했다.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봤다고 생각하자, 후반기에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본격적으로 고양시키기 위해 '9회 3아웃까지 포기하지 않는' 전략으로 총력전을 펼쳤다. 비록 후반기 결과는 21승 2무 26패로 좋지 않았지만, 전반기 1번이었던 7회 이후 역전승이 후반기에는 9회로 늘어나는 등, 점점 어려운 싸움에 적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수원에서 최동수의 2사 만루홈런, 잠실에서의 5점차 역전승 등은 모두 후반기에 나왔으며, 트윈스 전성기의 모습이기도 했다. 또한 내년을 기대하게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트윈스의 선수 영입도 오랜만에 합격점을 줄 만 했다. 박명환은 트윈스의 가슴아픈 FA전력 때문에 걱정을 많이 받았지만, 10승6패 방어율 3.10으로 에이스노릇을 했다. 승수는 에이스치고는 많지 않았지만, 26번 등판중 19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3위)했다. 발데스는 장타력이 용병치고는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었지만, 트윈스 역대 용병 최다타점에다가, 72/48의 볼넷 삼진 비율로 비교 불가의 선구안과 끈질긴 타격을 과시했다. 비록 수비문제로 LG와 결별이 유력하게 됐지만, 그의 선구안은 모든 트윈스 선수들이 본받을 만한 것이다. 옥스프링은 후반기 합류, 승패전적은 4승5패로 좋지 않았지만, 배짱있는 투구로 3.24의 좋은 방어율을 마크했다. 롯데에서 버려지다시피 LG로 온 손인호는 이렇다할 성적은 없었지만(.246 1홈런 9타점) 엘지에 부족한 선구안(볼넷 7 삼진 6)과 뛰어난 송구력으로 LG가 끝까지 4강싸움을 하는 데 이바지했다. 봉중근(6승7패 5.32) 하리칼라(6승8패 5.21) 박석진(1승 4.50)의 부진은 아쉬웠지만, 현장과 트런트가 함께 고민하는 자세로 인해 성공이 실패보다 많았던 것이다.
이렇게 현장-프런트가 잘 맞물려가고, 선수들도 예전에 비해 투혼넘치는 모습을 보이자, 팬들은 90만관중으로 보답했다. 지난해에는 두산에도 밀렸으나, 올시즌은 당당 관중동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외야에 걸린 김재박감독 응원 플랜카드, 프런트에 배달된 간식 등은 신뢰를 회복해가는 트윈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훈훈한 풍경이었다.
<아직 환호하기는 이르다>
그들은 분명 올시즌 절망보다는 희망을 많이 보여줬지만, 아직 환호하기는 이르다. 그들은 어쨌건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실패했고, 그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야 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투수진 중에서도 '불안한 계투진'이다. 올시즌 트윈스 선발진 방어율은 4.48로 7위였으나, 58퀠리티로 이 부분 3위를 차지하며 그런대로 구색은 갖춘 모습이었다. 마무리 우규민은 5승6패30세이브, 방어율 2.65로 세이브부문 2위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13블론이라는 멍에가 있긴 하지만, 그는 아직 젊고, 좋은 볼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 트윈스 사상 최고 마무리 김용수도 마무리 첫해에는 9패의 멍에를 썼으니까. 그런데 우규민에게 이렇게 많은 블론을 선물한 주역(?)은 WHIP 1.47(8위)에 방어율 4.14(7위)를 기록한 중간진이었다. 이들이 주자를 채워놓고 간 덕에 우규민은 올시즌 터프세이브도 많았으나, 블론도 많았던 것이다. 이들 중간진 중에서는 원포인트 류택현(81경기 3패 23홀드, 2.70)정도를 제외하고는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인 이가 없다.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등판한 김민기는(69경기) 7승5패1세이브, 17홀드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단순한 구질과 떨어진 구위로 4.28이라는 높은 방어율을 기록하며 믿음직하지 못했다. 이 외의 다른 중간진은 볼 것도 없었다. 김건우 LG전문 해설위원은 이 원인을 '중간계투의 요건은 확실한 구위인데, LG에는 145이상을 던질 수 없는 투수가 전무하다'고 분석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양상문, 김용수 코치의 올 겨울 미션일 것이다. 다행히 내년에는 과거 강속구를 뿌리며 마무리로 좋은 모습을 보인 이동현도 돌아오며, 이형종, 정찬헌 등 좋은 투수자원도 오랜만에 입단해서 해볼 만은 하다.
그리고 팀을 리드할 특급선수의 부재 역시 LG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LG는 올시즌 중요한 순간에서 무릎 꿇는 경기가 많았는데, 이 때마다 트윈스 팬들이 느꼈던 것은 '롯데의 손민한, 이대호같은 선수만 우리팀에 있으면 어느 팀 안부러울텐데'였다. 선발진에서는 일단 박명환을 받쳐줄 투펀치가 부족한데, 올해 박명환 다음으로 많은 선발승은 6승(봉중근 하리칼라 최원호)에 불과하며, 이것은 트윈스가 완벽히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큰 원인이 되었다. 타선쪽은 그나마 김용달 코치의 조련으로 구색이 잘 갖추어져 있으나, 거포 부재가 절실하다. 올시즌 트윈스 최다홈런 타자는 박용택으로, 14개를 쳤을 뿐이었다. 실제로올시즌 LG는 대량득점 찬스에서 장타 부재로 1,2점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LG코치진은 올 겨울 이성열(.248 1홈런 14타점)을 정통거포로 집중조련한다는 계획인데, 내년시즌 용병 두 명을 모두 투수로 갈 가능성이 많은 LG로서는 그의 성장이 매우 절실하다. LG팬들이 라이벌 두산의 김동주를 탐내고, SK로 간 과거 LG의 강타자 김재현을 그리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주전멤버들 중 한 명이 리더로 성장해야 하는데, 팬들은 박용택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 박용택은 .278 14홈런 66타점 20도루로 '팀의 간판'으로는 못미치는 성적을 냈으며, 칭찬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본인을 위해서나, 팀을 위해서나 더욱 더 분발이 필요하다.
또한 은퇴한 김정민을 현역으로 복귀시킬 정도로 좋지 못한 포수사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조인성은 124경기에서 마스크를 쓰며 강민호(롯데)다음으로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 마땅한 백업포수가 없기 때문이었는데, 최승환은 22경기 .250을 기록한 후 6월 부상으로 시즌아웃되었으며, 내년 시즌까지 출장이 어려운 상태이다. 박영복, 최승준 등은 겨우 1경기, 4경기 출장에 그칠 정도로 경험이 미미하다. 이성열은 내년시즌 외야수로 전환이 확정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런트가 FA 조인성과 재계약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지만, 설령 그를 잡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이다. 올시즌 김재박감독과 최고의 궁합을 보이며 프로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낸 그이지만, 올해 많이 무리했기 때문에 그 활약이 내년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다. 이 부분은 다른 대안이 없이, 내부 성장을 바라는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조인성은 김동수보다는 7살이나 어려 아직 시간은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이 외에도 김재박감독의 말처럼, 선수들의 기본기도 아직 부족하며, 8개구단중 2번째로 많은 실책수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9월 7일 김우석의 실책으로 패한 경기는 평생 엘지팬들에 회자될 뼈아픈 경기로 남을 것이다. 김재박감독이 트윈스를 어느정도 살려준 만큼, 이제는 선수들이 성실한 겨울훈련으로 보답해야 할 차례인 것이다.
그리고 프런트 역시 전임자들의 실수를 거울삼아 어렵게 찾아온 팀 재건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올시즌의 작은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주마가편의 자세로 직무에 임해야만 '제2의 김성근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올시즌 후에는 KIA, 롯데 프런트도 대폭 개혁을 선언한 상태이니 더더욱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올시즌 LG팬들은 분명 잔칫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은 작은 자축연일 뿐이다. 올해 기울인 노력에 2%를 더하여 내년 시즌에는'잠실 대축제'를 10월말에 열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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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랜차이즈 및 커리어 하이에.. 희소성 가치 마저 추가 됐군요. 안그러리라 믿지만 조인성 선수가 무조건 튕겨 작전 나오면 피곤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