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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황매산 철쭉꽃밭에서
집을 나서며 이팝나무 꽃이 눈을 뒤집어쓰거나 흰쌀밥을 연상케 하더니 활짝 핀 아카시아가 한 입 밥을 물고 있는 것 같다. 모내기할 무렵 찔레꽃이 피면 가문다고 하는데 눈치도 없이 하얗게 피어 존재를 드러낸다. 포도송이 같은 보랏빛 등나무꽃이 주렁주렁 피었다. 붉은 함박꽃 작약도 자태를 뽐내고 오동나무꽃이 보랏빛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저 향기를 몸에 감고 자라 좋은 가구에 악기가 되면 결 고운 소리 쏟아낼 것이다. 봄이 되면서 수많은 꽃이 피고 졌지만 아직도 많은 꽃들이 피고 있다. 신록이 출렁이면서 꽃 못지않게 건강하니 희망이 넘치는 초록빛이다. 그래서 오월의 산행은 더 특별하고 더 활력이 넘치는 듬직함이 묻어난다.
황매산을 오른다. 주말에는 사람들로 오가기도 어려워 짜증스러웠다는데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길이 텅 비어 한적하다. 오전의 산길은 신선하다. 바람이 갓 돋아 물정 모르는 갈참나무 잎을 흔드는 소리가 들린다. 황매산 찾아가는 길목에 사람들은 어디 갔는가. 들녘에 마늘밭이며 양파밭 감자밭이 풍성한데 사람은 보이질 않아도 벌써 모내기를 하여 놓았다. 산에도 철쭉꽃이 벌건 불길처럼 번져나가는데 왜 이리 조용한 것이냐. 구름을 벗어나 따갑게 쏟아져 해찰하던 햇살이 나뒹굴며 반짝거린다. 너무 눈이 부셔 찡그리면서 어설픈 숲 그늘을 찾아든다. 만발한 철쭉꽃이 서로 곱다고 키들거리는 소리가 묻어난다. 포롱 포롱 작은 새 날갯짓이다.
황매산 정상이다. 황매산에는 황매(黃梅)가 없다. 저쪽 줄기의 하봉, 중봉, 상봉의 그림자가 합천호 푸른 물에 잠기면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수중매라는 별칭에서 황매산으로 불리는 것이다. 황매산(1,108m)의 오른쪽은 산청군 왼쪽은 합천군이 경계를 이룬다. 철쭉도 능선 따라 좌우에 균형이라도 맞추듯이 골고루 자라나고 있다. 여기에 서로 경쟁적으로 공들이니 나날이 규모가 확대 되면서 유명세를 탄다. 봄철의 철쭉군락 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는 무성한 갈참나무숲을 거닐고 가을이면 은빛 억새군락이 출렁거린다. 겨울 눈꽃축제에 계절에 관계없이 은백색 화강암 기암괴석들로 아슬아슬 비명을 내지르는 모산재가 있다.
이처럼 쏠쏠한 볼거리에 영화주제공원까지 곁들이고 있는데다 산행이 아니라도 차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많은 발길이 오가는 곳이다. 높은 산상에 펼친 드넓은 초원 목장지는 이국적인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황매평전을 거닐고 있다. 오른쪽 한 번 왼쪽 한 번 바라보기도 하고 산청에 갔다 합천에 발을 디뎠다 한다. 뜨거운 햇살에도 바람이 저 억새를 억세게 키웠기에 지금껏 누런 대궁이 꼬장꼬장하니 당당하게 흔들린다. 이 드넓은 고원의 목초지는 간 곳이 없고 이처럼 억새의 군락과 함께 철쭉밭 철쭉꽃으로 푹 빠져버렸다. 저 산자락까지 번져 붉게 타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바람과 함께 철쭉꽃을 찬미하며 철쭉꽃이 되고 있다.
억새는 마치 검게 염색한 머리카락 밑으로 하얀 머리털이 무수히 돋아나듯 누렇게 바랜 억새줄기 그루터기서 시퍼런 새싹이 밀쳐 오르고 있다. 다시 새로운 세상을 화려하게 열어갈 준비에 가을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철쭉이 제철 제 시기를 만났다. 꽃잔디밭으로 자리를 잡았다가 자운영꽃밭이다가 농익은 수박을 쪼개 놓았다. 그 속에서 도란거리기도하고 킥킥거리기도 하고 아예 말을 잊고 그냥 셔터 터지는 소리만 들려오기도 한다. 황매평전은 당초 목장지대로 목초지였다. 목장이 쇠퇴하면서 자생하던 철쭉이 번지고 집단을 이루면서 철쭉 명소가 되었다. 무더기 무더기로 가파른 산자락에 다랑이논밭 같기도 하다. 저들이 한꺼번에 꽃불을 지폈다.
하산길 뻐꾸기는 왜 저리 울어쌓는가? 가정의 달에 너는 내 새끼라고 목이 쉬고 날개가 아프도록 이 산 저산을 날아다니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의 품에서 자라는 자식에게 핏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나 보다. 꿩꿩, 꿩은 왜 저리 산자락이 울리도록 울어 쌓는가? 너도 가정의 달에 새로운 짝을 찾아서 사랑을 고백하거나 2세가 될 알을 품었다가 태어난 새끼들을 돌보는 새로운 삶에 온 세상 마냥 즐거움에 푹 빠졌나 보다. 이 산도 저 산도 저토록 풋풋한 신록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던 곳이 한 치 앞도 드러나지 않도록 치렁치렁하다. 넘치는 생동감으로 활력을 찾고 푸른 하늘 아래 철쭉꽃으로 오월이 충만하기만 하였다. - 2013. 05. 15. 文房
꽃을 보면 꽃이 될 수 있으니 남아있는 감성과 더불어 황매산을 오른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햇살 온통 철쭉이 놓은 꽃불 오월 하늘 푸른데 햇볕에 타고 꽃불에 그을려 귀갓길 근질근질 철쭉꽃이 되었나, 화끈거린다. - 황매산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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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님 여전하시구랴 항상 즐산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온누리
자비를 베풀 듯
좋은 일
기쁨으로
가득 하옵소서!
문방님의 멋지신 글! 언제 읽어도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군요. 수고 많으셨구요. 소중하고 귀한 선물 잘 읽을께요. 감사합니다
하루치 산악대장
톡톡히 해내시고
거뜬히
모산재까지
바람처럼 휘돌며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