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갈리폴리3 - 와인을 구경하고는 부고를 미리 쓰는 사람들을 생각하다!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남부 의 뒷굽에 해당하는 풀리아주의 해변 휴양도시 갈리폴리 에
도착해 해변에서 5월 중순임에도 벌써 방파제와 모래사장에 선탠하는 여인들을 본다.
그늘집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한잔 들고는 일어서서 섬에 들어선
갈리폴리 구시가지 Riviera Sauro 길을 따라 걷는다.
갈리폴리는 구시가지 골목 양쪽으로 해산물과 올리브 오일, 와인숍과 레스토랑 이 즐비하며
약국은 일본인이 펴낸 건축 서적에 나올정도로 오래되어 주술사의 집처럼 보인단다.
섬 안에 위치한 여기 구시가지는 사방이 바다에 둘러쌓인 원형 형태로 해안도로에
쇼비니어숍과 젤라토 가게, 와인숍과 레스토랑이며 카페가 넘쳐난다!
거리를 걷다가 레스토랑 간판에서 이탈리아 4대 와인이라고 일컫는 바르바레스코 를
발견하고는 호텔 주인이 일러준 그 레스토랑인가 싶어 다시 한번 살펴보니....
이런? 이 가게는 와인 바르바레스코 Barbaresco 와는 철자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La Briciola 라는 피자 레스토랑이라.....
내친김에 주인의 말을 기억해 한블록 떨어진 La Pardai 레스토랑을 발견한다.
유럽의 호텔에 체크인을 하거나 여행사 투어를 하면 가이드 설명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이 도시에서 먹을만한 레스토랑 소개 이다!
우리와는 다른 서양인들의 문화라고 보면 되는 데.....
우리 호텔 주인은 갈리폴리에서 제일가는 여기 La Pardai 레스토랑 에서
와인을 겻들여 식사하면 40유로가 든다던가?
해서 아니? 우리 부부 두사람 식사 요금 이 그리 비싸냐고 되물었더니
묘한 표정을 지으며 으쓱 어깨를 올리고
양 손을 펴면서 하는 말이 “아니 총액 이 아니고 1인당 요금 입니다” 라던가???
우리나라가 EU 와 자유무역협정 FTA 를 체결하면서 수입 관세가 인하된 탓인지
이탈리아 와인이 국내에도 많이 수입되는 데.....
이탈리아 4대 와인이라면 피렌체 근처 카안티 클라시코 Chianti Classico 와
브루넬리 디 몬탈치노에.....
이탈리아 서북부 토리노 피에몬테 지방에 바를로 Barolo 와 바르바레스코 라고 하네?
피에몬테 지방의 바르바레스코 와인 의 대표로는 라 스피네토 La Spinetta,
부루노 로카 Bruno Rocca 그리고 안젤로 가야 Angelo Gaja 가 있다.
바르바레스코 Barbaresco 와인의 명가 “가야”의 대표 가이아 가야 씨가 가야를 일군
아버지 안젤로 가야를 대리해 서울에 왔는데 자기들은 최고등급만 생산하는지라.....
포도 작황이 나빴던 1,972년, 1,980년, 1,984년, 1,992년 그리고 2,003년에는
아예 와인을 만들지 않아 그해 빈티지 와인 이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여러 포도밭의 포도를 섞어 만드는데 1,967년 가야에서는
산 로렌조라고 하는 한 포도밭의
단일 포도만으로 양조한 상품은 불과 1,200병 정도이니 엄청 비싸다나?
하지만 나는 가난한 배낭 여행자라.....
비싼 와인은 엄두를 낼수가 없어 늘 맥주 한 두 글라스 혹은 300ml 짜리 한두병으로
만족하는게 보통이고 가끔 잔술로만 와인 을 마시지만 그래도 미련이 없지는 않다!
가야 대표는 한국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많은데 놀란다면서
마늘을 즐겨하는 취향이 같으니 불고기에 와인 이 어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던가?
풀리아 지방 북부에서는 마늘 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 도시 갈리폴리(Gallipoli) 의
특제품인 생선 수프에서는 마늘보다는 양파 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네.
그러고는 Chiesa di Santa Maria della Purita 라는 이름을 가진 성당에 들어가
의자에 앉아서는 성화들을 구경하며 생각나는게 "사람은 한번은 죽는다" 는 것이라!!!
인간은 삶이 힘들어 사회 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서 종교 를 만들었다고 했던가?
요즈음 세상에서는 "자기 부고" 를 미리 스스로 쓰는게 유행이라던 데....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2월 8일자 동아일보에
언론인 진학문 씨가 사전에 자기자신이 쓴 부고가 실렸으니...
“ 그동안 많은 총애를 받았사옵고 또 적지 아니한 폐를 기쳤습니다.
나는 오늘 먼저 가니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또 2,007년 1월 18일자 뉴욕타임스에는 전날 죽은 칼럼니스트 가
스스로 제작한 육성 동영상 부고 가 올라 왔으니
“안녕하세요? 아트 부크월드입니다, 제가 조금전에 사망했습니다”
일본에서는 2,011년 대지진 이후 자신의 부고나 유언을 미리 써 놓는 사람이 대폭
늘었다는 데... 몇년전 개봉한 일본 영화 “엔딩 노트”는
딸이 위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정년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던 스나다 도모아키는 건강검진을 통해
말기암 판정 을 받게 되는 데....
예상치 못한 죽음 앞에서도 다른 사람들 처럼 망연자실 슬퍼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실하고 꼼꼼하게 자신만의 “엔딩노트”를 준비하는 데,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지금껏 한번도 찍어보지 않았던 야당에 표 한 번 주기”.....
그리고 “일만 하느라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가기” 등 위트 있고 솔직한 마음을
담은 리스트를 작성하며 아빠는 가족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
그렇게 “엔딩 노트”가 채워질수록 가족들과의 긴 이별의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는 딸이자 감독인 마미 스나다 의 시선........
그러니까 이제는 “웰빙”을 넘어 “웰다잉”의 시대일런가???
죽는 것도 본인에게는 일생일대의 가장 큰 프로젝트 일진대....
지난 달에는 미국 시애틀타임스에 여성작가 제인 로터가 자신의 부고를 올렸으니...
“나 자신의 부고를 쓸수 있는 시간 을 가질수 있는 것이 암투병의 장점”이라 했으니!!!
교통사고나 다른 급사에 비해 암은 죽을 날을 어느 정도는 미리 예견할수 있다는 것일러나?
그녀는 삶이라는 선물을 받았고 이제는 이 선물을 돌려주고자 한다고 말하네...
또 계로록의 저자 소노 아야코 는 “재미있게 살았으니 어느때 이승을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생의 심리적 결재”라고 말한다.
한 60대 남자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려는 조문객들이 서둘러
화장장으로 가는 버스 에 오르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은 이내 고인을 추억하는 상념에 빠져들었다.
5분여나 흘렀을까..... 별안간 경쾌한 음악 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버스 텔레비전 모니터에 고인의 환한 생전 모습 이 비쳤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궂은 날씨에 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비록 먼저 다른 곳으로 가지만 사는 내내 "아름다운 동행" 이었습니다.
바로 유일한씨를 존경한다며 1억 기부자 명단에 올랐으며 자신의 재산을 우리사주 조합등
사회에 환원한 KSS 해운의 창업자 박종규 회장인데 그는 유언장 도 남겼으니....
"나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고 생각하니 이만하면 수지맞는 인생을 산 셈이다.
또 나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 탓이니 나의 장기는 모두 대학병원에 기부해라.
남은 시신은 화장하여 무덤을 만들지 말고 내가 한 평생을 함께 해 온
바다에 뿌릴 것이며.... 며느리 고생시키는 제사는 지내지 마라.
아침에는 번잡하게 모이지 말고 각자의 집에서 꽃 한송이 꽂아놓고 묵념 추도 로 대신할
것이며 저녁에는 식당에서 만나 저녁을 함께하며 형제들끼리 우애 를 나누어라.
그리고 이런 추도도 너희 대 까지만 하고 손자 대 까지는 물려주지 않도록 해라....
그동안 너희와 함께한 세월이 참으로 "행복" 했단다!"
우리 선인들도 스스로 죽은 후에 사용할 묘비명 을 스스로 미리 쓰는
自銘(자명) 을 통해 삶의 의미를 구했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의 유명 부호가 죽었다는 신문 기사가 오보 로 났는데,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돈에 집착한 수전노 라고 평을 한 기사를 읽고는.....
놀라움에 깨달아서 자선 재단 을 만들었다던가?
성당을 나오니 골목길에는 머리에 곷띠를 두른 예쁜 어린아이들이며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보아하니 결혼식 피로연 을 마친 것일러나?
아님 그냥 단순한 가족 파티 라도 한 것일까?
생노병사 가 인간의 정해진 운명일진대 태어나서 자라 결혼을 하고 후손을 낳으며
아이들을 기르는 중에 본인은 또 늙어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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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래 산다고 해도.....
언젠가는 한번 죽어야하는게 인생이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루하루 후회없이 살다가.....
미련없이 생을 마감할수 있어야 하는데....
부럽기 짝이 없는 여행후기입니자~~~
저런 비키니를 입는 자신감을 가진 그네들의 사고방식에 저는 두 손 들고 맙니다!!!
와인에도 설탕을 타 먹는 나는 참 촌스럽기짝이 없네요ㅠ.ㅠ
오랜만에 와서 댓글 열심히 씁니다~~~
초 비키니......
그렇지요? 자신감의 발로이지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몇년전인가 호주 시드니에서
천여명의 여자들이 완전 나체사진을 찍었더군요?
아름다움의 진수를 표현한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