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스팬Wingspan* - 김보나
한 사람이 곁에서 걷고 있었다 나는 산을 오르고 있었다
산악인이 아니어도 산을 즐겨 오를 수 있듯 나는 사랑의 전문가가 아니면서 한 사람의 손을 잡기도 했다
땅거미가 찾아오고 박쥐 무리가 날아가는 저녁
시력을 포기했으니까 박쥐는 어둠을 헤쳐 나갈 초음파를 얻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어둠 속을 같이 걷고 싶은 사람에겐 이렇게 말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같이 진화하자 겨우 날개가 달린다고 해서 천사가 되지는 못할 테지만
양팔과 날개를 교환할 기회가 생긴다면 두 팔을 남겨 사람을 안아보자
검은 날개를 달고도 악마가 될 수 없다면 사람과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하자
산에서는 한 사람이 곁으로 다가서면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했다
포개지는 그림자의 윤곽 무언가가 강림하는 저녁이다
* 새가 양 날개를 펼쳤을 때, 한쪽 날개 끝부터 반대쪽 날개 끝까지의 폭.
ㅡ시집 『나의 모험 만화』(문학과지성사, 2025) ****************************************************************************************** 한 사람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피가 끓던 젊은 날에는 눈이 닿지 않는 먼 곳에까지 눈길을 보내며 안달했건만 서리 내린 늘그막에는 무릎걸음으로 맴도는 좁은 방안도 그저 벅찬 넓이입니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에 둔감해지고 잘 보이지 않는 것에 덜 궁금해하며 지냅니다 지금 옆에 잇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조차 버거운 나이가 됬으니 포개지는 그림자의 윤곽에 마음을 모아주며 저승사자의 현신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두 팔 벌려 하루를 맞이하고 조심하며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