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모임(기록자 박서연)은
'서머싯 몸'이라는 작가가 쓴 '면도날'을 읽었습니다.
대전의 명물, '오씨칼국수'를 새로이 참여해 준 부지런한 장다혜 선생님 덕분에 맛보고,
거친 비를 뚫고, 둔산동에 위치한 '할리스 카페'에서 홀리한 모임을 가져보았습니다:)
1. 읽으며 느낀 소감 ?
경호)
- 예상보다 분량이 매우 많아서 실물로 책을 보았을 때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서머싯 몸 특유의 개성과 담백함, 세밀한 묘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평소 영화배우를 책 주인공으로 대입해서 읽곤 하는데, 남자 주인공은 '어바웃타임'의 남자 주인공 도널 글리슨, 여자 주인공은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으로 상상하며 읽었다. 선택은 적중했다. 상상의 색채는 강렬했다.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것이 문학이 주는 자유와 즐거움 아닐까?
- 서머싯 몸이 바라본 그레이와 이사벨의 관계를 통해 현재 하는 일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나는 사회사업에 익숙하지만, 과연 이 일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가? 하는 고민을 해보았다. 열정이 식어 버린 건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았던 건 건가,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나에게 과연 열정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 속물이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엘리엇을 보며 나를 떠올렸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웃사이더 래리를 보며 동경했다.
다혜)
- 우연히 '북톡스' 모임에서 처음 읽었던 '달과 6펜스'를 최근 나또한 읽게 되었다. '달과 6펜스'는 이상주의의 끝판왕이었다면, '면도날'은 결국에는 현실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조금 더 내 스타일의 글이었다.
- 주인공을 누구 하나로 한정짓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선했고, '래리'차럼 사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고, 누구에게나 각자의 삶에서 해피엔딩을 그린다는 부분이 좋았다.
-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인도에 다녀와서 달라진 래리의 모습이 '싯다르타'에서 나타난 윤회, 불멸 등이 포함된 인도의 사상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후반부 쯤 자신의 삶에 대해 대화하는 부분에서 '연못에 돌 하나를 던져도 이 우주는 돌을 던지기 전의 우주와 똑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라는 구절이 참 인상깊었다.
-> 경호: '한 번 흘러간 물은 똑같은 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구절이다.
지윤)
- 나도 다혜 선생님과 같은 쪽 다른 구절에 밑줄 쳤다. '물레도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거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도 한 사람이었어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작게나마 영향력을 갖고 있기 마련이죠.' 라는 구절이다. 한 사람의 힘과 영향력이 얼마나 큰 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평소 빨대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거 하나 줄여봤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제하는 사람이 둘이 되고 백이 되면, 결국 세상이 바뀔 수 있는 힘이 되지 않겠나.
-> 서연: 나 또한 너무 공감한다. 직장에서 '나부터 캠페인'을 제안했던 기억이 난다.
- 사실 앞서 읽었던 두 책과 달리 크게 와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결의 소설을 반복해서 읽어서 그런 것인가 생각했다. 다만 작가의 표현에서 인간을 향한 다정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좋았다. 단편적 부분으로 비난하는 결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모습으로서 인정한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 이 책에서 결말 또는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각자 방식으로 그려가는 자기 완성을 이야기 하고 싶은걸까?
제목은 왜 면도날일까?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서연)
- 최근 바쁜 일정들을 끝내고 현실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책을 완독하지 못하였음에 양해를 구한다..^^;;
- 일전에 읽었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을 때는,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답답하고 옥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면, '면도날'은 읽히기도 더 잘 읽혔고, 느껴지는 감정은 '자유로움'이었다.
- 최근 다녀 온 파리에서 공원에 모인 사람들 각자의 모습들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정말 인상깊게 보았는데, 이 작가가 그리는 모습이 딱 그 모습이어서, 얼마 되진 않았지만 그 때의 설렘과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 내 측근 지인들은 '글 속 등장인물 중 나는 누구와 가장 닮았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쩌면 나를 굉장한 이상주의로 바라보고 '래리'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이사벨'과 같은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괴리감 속에서 다시 한번 내 자신에 대해 깊게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2. 글의 제목, 왜 '면도날'일까? '면도날'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경호)
- '무당의 작두'가 생각난다. 신에 들린 무당이 작두 위를 뛰노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몸은 이승에 있지만 그 안에는 저승의 영혼이 들어있는 상태인 거다. 이렇듯 '면도날'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 삶과 죽음, 선과 악, 존재로서 인생에 대한 해답을 안다 해도 혹은 모른다 해도, 우리는 결코 인간사 문턱을 넘을 수 없으리. 마치 인간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저승에서 이승으로 결코 넘어갈 수 없듯이. 그저 내 바탕에서 각자 방식으로 삶을 해석하고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존재일 뿐. 매일매일 깨끗하게 면도하여 신선한 마음으로 내일을 마주하는 삶을 살아보자.
지윤)
- 넘어서려 하지 마라. 우리는 결국 인간이다. 라는 것을 알려주는 단어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다혜)
- 읽고나서 좀 찾아봤는데, 서머싯 몸은 스피노자를 좋아했다고 한다. 스피노자의 유명한 말 중 '신은 고민하지 않고 번뇌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결국 고민하고, 번뇌한다면 결국 인간이라는 것이다.
- 우리가 흔히 보는 '질레트' 같은 면도날이 아니라, 시대 특성 상, 어릴 적 엄마가 손수 깎아주던 그 네모난 면도날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면도를 해 가는 과정(가끔 피도 나고. 상처도 나다가 점점 면도를 잘 하게 되는!)을 그리는 게 아닐까?
- 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면도날 또한 다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무딘 칼날, 어떤 사람은 아주 뾰족한 칼날 등....
서연)
- 오... 너무 대단하다. 모두 해주신 말씀이 맞는 말이라고 느껴진다.
-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면도하는 걸 생각했다. 털이 없는 모습을 '단정한 모습? 또는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가정한다면, 인위적으로 면도를 아무리 하더라도, 계속 깎더라도 털은 계속 나기 마련이지 않냐. 인간의 한계가 드러나는 비유라고 생각했다.
3. 현재 추구하는 삶?
경호) 열정을 찾고 싶다.
- 생각해보면 나는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인데, 최근 그 열정이 없다고 느껴 공허했다. 그래서 래리라는 인물에 굉장히 많이 감정 이입된 것 같다. 어린 시절 순수한 열정을 되찾고 싶다.
-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동료 지윤 선생님은 약자를 위해 살리라 주님에게 약속했다. 신념과 소명이 있기에 사회사업 현장의 어려움은 슬기롭게 극복하고, 즐거움과 보람은 두 배로 만끽하고 있다. 믿음직함 단단함 참 닮고 싶은 부분이다. 흔들리는 마음 부여잡게 해준 지윤 선생님에게 고맙다.
다혜) 잔잔한 삶
- 나는 잔잔한 삶을 추구한다.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지만, 힘든 경험을 한다면 너무 힘든 경험 또는 좋은 경험을 한다면 너무 좋은 경험과 같이 갭이 큰 경험들로 채워지기 보다, 잔잔하게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것 같고, 지금 남편도 비슷한 결의 사람이어서 잘 맞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 경호: 다혜 선생님은 '칡 냉면 같이 가늘고 길~고, 질긴! 삶을 추구하는군요!(농담)
지윤) 고요한 삶
- 조용하게 살고싶다는 게 아니다. 마음이 흔들림없이 잔잔했으면 좋겠다. 작은 일에도 쉽게 동요하는 사람이라 더욱 고요하고 싶다. 바위든 돌멩이든 비슷한 파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 서연: 정말 경호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과 같이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하는 편인지?
지윤: 그렇다. 나의 직업적 소명은 성경말씀 중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구절이다.
어릴 적부터 생각해왔기에 사회복지를 택했다.
서연) 함께하는 삶
- 최근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나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의 기쁨을 더 많이 느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 내가 만나는 당사자(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들도 그 기쁨을 경험해볼 수 있길, 내가 함께하는 이들에게 그런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4. 오늘 모임에서 비운 것과 채운 것!
지윤)
- 비운 것: 인간에 대한 편견,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 채운 것: 쾌감!!
500쪽에 달하는 책을 다 읽었을 때의 상쾌함🌊 혼자였다면 절대 소화하지 못할 분량이다.
경호)
- 비운 것: 열정에 대한 강박
- 채운 것: 크나큰 이상보다 현실 속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삶
서연)
- 비운 것: 압박감
- 채운 것: 에너지
4) 다혜
- 비운 것: 나는 최근 잘 비워내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오늘은 채운 것이 더 많은 하루였다.
- 채운 것: 나눠주신 의견들 하나하나다 다 특별했다. 사회복지를 벗어난 지 꽤 되었는데, 각자 자기 일에 열정가득한 모습들이 인상깊었다. 특히 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올곧게 세워가는 생각과 신념이 새로운 자극이 되어 다가왔다.
무엇보다 7월 이끔이로써,
평균 나이 35세의 성인 4명이 모여, 비가 와구와구 쏟아지는 날 열정적으로 소감을 나누기 위해 비 속을 함께 걷는 추억을 채울 수 있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 모임에 함께할 분 댓글 달아주세요. 환영합니다.
* 다음 모임 날은 8월 26일 월요일입니다. 책은 조지 오웰 작가의 '1984' 읽습니다.
첫댓글 장경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참가자가 한 말을 기록하기보다 그냥 책의 문장을 발췌 공유하는 방식으로 후기를 쓰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모임에서 한 말이 모임 밖으로 나간다는 점이 부담스럽고
녹취하듯 기록하는 일이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담 없이
책 읽고 나누는 데 힘쓰면 좋겠습니다.
각자 나누고 싶은 문장 두어 군데 발췌하고
간사가 취합하여 모임 후기로 공유해 주시면족하겠다 싶습니다.
제안 감사합니다 한선생님! 그렇게 하는 편이 모임에 더욱 집중할수 있을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장경호 선생님 후기 고맙습니다.
저도 때가 맞으면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장경호 선생님, 7월 북톡스 모임 후기도 잘 봤습니다. 유익한 만남, 좋은 동료와 오래도록 이어가길 응원합니다.
거친 비 - 오씨칼국수 - 할리스커피 - 책나눔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대전 책사넷의 꾸준한 모임이 고맙고 좋은 책 나누어주어 감사합니다.
8월 [1984] 모임도 응원합니다~
최선웅, 정수현, 김상진 선생님 응원 감사합니다 관심가져주시니 기운이 솟아납니다 큰힘이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