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오니구모 ( をにぐも~むしけらな日々, 2004년 )
영제 Blue Spider
부제 버러지 같은 나날 | Wonigumo
감독 오유남
원작 오유남
각본 오유남
제작 베스트애니메 | 오유남
저작권 ⓒ 오유남 / 베스트 애니메
음악 후카이 카즈에
장르 드라마 / 13세이상 / OVA / 45분 X 1화 / 한국 | 일본
줄거리
북쪽 숲으로 이사와 자리를 잡은 스파이더. 포식자인지 친구인지 아리송한 산비둘기와의 만남을 통해 다른 곤충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 본다. 잔혹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거미라는 점,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고민도 한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그게 순리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던 중 스파이더는 자신의 거미줄에 걸린 아게하라는 나비를 만나면서 자신의 삶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는 이를 통해 소중한 감정과 가슴 아픈 경험을 하게 되는데...
작품소개
하청 구조의 만연으로 창작 의지를 펼치기 힘든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오유남 감독이 제작한 자주 애니메이션. 자주 애니메이션이란 한 사람이 제작의 전반을 담당하여 제작하는 작품을 말한다. 오유남 감독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나 볼 수 있는 작가주의적 단편 애니메이션 아니면 엄청난 투자비용을 필요로 하는 극장판, TV 시리즈로 양분된 시장에서 그 중간점을 모색했다.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기 쉬운 단편 애니메이션의 비대중성. 막대한 인력과 시간을 전제로할 수 밖에 없는 상업 애니메이션. 그 사이에서 내린 결론은 새로운 제작 방식과 새로운 방영 방식이다.
베스트애니메는 이를 위해 이 작품의 제작 지원과 방영을 맡았다. 비지니스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것이 상업 애니메이션계의 흐름이지만 소박해도 여운이 오래가는 애니,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겉멋든 애니의 거품도, 매번 기획만하다가 무산되는 애니를 넘어 욕심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해보자는 첫 걸음의 의의가 컸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감각적인 영상 제작에는 강해도, 뭔가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 구조를 갖춘 작품에서는 그런 번뜩이는 재능을 못살리는 경우가 많은건 실제로 창작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전 제작과정을 밟아본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유남 감독은 마치 러프한 원화를 이어붙여 만든 듯한 이 작품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생명을 주는 것" 이며, 본질적인 스토리 자체를 통해 관객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했다.
나아가 그림만 잘그려서 애니메이션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나 화려한 영상 연출이 있어야만 좋은 애니메이션인 것도 아님을 전하고 싶어했다. 또한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막연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나도 해볼 수있어"라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원했다.
- 본편의 성우 더빙 작업은 일본에서 일본어로 이루어졌다.
- 오니구모란? : 오니(鬼)+쿠모(일본어로 거미)의 합성어. 단어가 합쳐지면서 뒷 단어인 쿠모는 구모로 발음이 변형되었다. 본래 おにぐも로 표기되어야 하나 감독의 의지에 따라 をにぐも로 표기하게 되었다. "잔혹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거미"라는 의미이다.
※ 오유남 감독이 드리는 글
- 이 작품을 보시기 전에 -
이 작품에는 일반적인 다른 애니메이션과 같은 채색이나 동화, 배경이 없습니다. 그건 제작자 스스로가 표현의 한 방법으로 이런 표현도 할 수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그 작품이 드러내는 본질적인 것으로부터 관객들의 눈을 돌리기 위해 화려한 색과 동화를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 TV판 애니메이션의 경우, 작품의 본질은 상품 광고입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제작방법을 목표로 한다면, 천편일률적인 표현 방식이 될 것입니다. 그 차이는 정말 미미해서 매니아들이나 이를 알아챌 것입니다.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작품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생명을 주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과연 오늘날의 TV 애니메이션은 생명을 주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들은 생명을 받고 있으신가요?
전, 비록 그 표현이 투박해도 만드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전하고자 해서 표현한 것이라면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결론은 작품을 보시고 난 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 오유남 감독이 드리는 글 (다른 버전)
왜 이 작품을 만들었냐고 하신다면,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하지 않으신다면 아래를 더 읽어주세요. 현재의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이나 이를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이런 작품을 반기지 않습니다. 그건 여러분들이 원하지 않아서 일까요? 아닙니다.
이런 작품을 바라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안전하고 확실하게 팔리는 상품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험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대로 제작하려고 든다면 수 십 억원 단위의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스폰서들이 모험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몇 명이나 보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의 스토리 완결 구조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면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렴하면서도 완결 구조를 갖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작품과 같은 표현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표현 테크닉은 부족하지만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히 감상하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이 있으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