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8월26일
연잎 목욕하는 여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가 <연잎 목욕> 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갈 무렵에 연꽃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여름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 나무들이 하늘로 기럭지를 올리고 배롱나무도 저 홀로 활활 타오른다. 시골집 텃밭에는 자고 일어나면 풀들이 쑥쑥 몸을 키우고 대추도 배부르게 햇살을 먹고 하루가 다르게 익어간다. 농로를 따라 걸으면 논에서 밥 냄새가 폴폴 난다. 킁킁거리며 배고픈 아이처럼 밥 달라고 조른다.
연잎 한 장 가져오는 일도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주변에 연밭이 많다. 연 저수지가 두 곳이 있고 밭에서 연을 키우는 곳도 몇 군데 있다. 연잎 한 장 꺾어서 오는 일이 숫기가 없어선지 세상이 험하니 주인에게 허락 없이 가져오는 일이 불편하다. 해마다 같이 산책하는 벗이 한두 장 꺾어준다. ‘아무나 연잎으로 목욕하는 거 아니잖아!’하면서 연밭 가장자리에서 작은 잎으로 꺾어준다. 날이 덥거나 비가 올 때는 우산처럼 쓰고 오기도 했다. 올해도 친구가 선물로 꺾어 준 연잎을 욕조에 띄워서 연잎 향이 우러나게 한다. 잘게 썰어서 끓인 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연잎을 띄워 놓고 목욕하는 감성이 좋아서 미지근한 물로 연잎을 차처럼 우려내면 배릿한 향이 난다.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내가 연꽃이 된다.
음악을 들으면서 20분 정도 몸을 담근 채 연잎 목욕을 한다. 여름을 보내는 나만의 의식이다. 절정으로 치닫는 더위와 하나가 되어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의식이다. 휴대전화에 엄숙한 의식을 저장했다. 두 번째 서른 그 여름도 뜨겁고 사랑스러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