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님 우리 아이와 토토로를 보려하는데, 한글 더빙이 되어 있나요? 그리고 할인권은 어디서 구하는지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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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꼭 봐야지 했었는 데,
벼르다가 겨우 어제서야 봤거든요.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고 문학 작가인듯한 아빠가
딸 둘을 데리고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영화가 시작되더군.
우리 나라와 비슷한 모습을 지닌 농촌 풍경을 보면서
언젠가 시골로 돌아가고 싶다던 친구 생각이 나대요.
글구 그 만화에 나오는 엄청나게 큰 나무를 보며
8백년 먹은 우리 동네 은행나무도 생각했지요.
애들이 더 크기 전에 이 은행나무 아래에서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 할 텐데...라고
나는 과연 고향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갖고 있을까?
미아리 송천 초등학교 앞에서 20년을 살고, 시골이라곤
어쩌다 방학 때 가 본 할아버지 댁 조치원 양짓말에 대한 기억 뿐인데...
그래도 제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
언니랑 오빠 손잡고 나가 본
지금의 대지 극장 앞 길엔
소 달구지 지나가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지금은 사라졌을 지 모르지만 대한병원 근처
허름했던 우체국이 보일 것도 같은 데...
어제 이웃집 토토로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 사는 이 동네가 고향이란 생각을 했어요.
아스팔트로 덮힌 아파트 안에서
그래도 지들은 끽끽거리며 친구들과 어울려 재밌게 논다지만,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스케쥴 맞춰 다니며...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아이들 머릿 속엔 고향이란 게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려는 지...
때로 현실에 부딪쳐 막막하거나
세상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우울해할 때도
확 트인 하늘 아래 서 봤던 기억이 나면
다시금 일어날 힘이 솟아날 것도 같은 데...
아님 쉴새 없이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본 기억이나,
아스팔트 사이 작은 구멍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보려 발버둥 치는
작은 풀을 보더라도 다시금 일어날 힘을 얻지 않을까 싶은 데...
문득, 게을러 애들 데리고 여행 다니기를 싫어했던 제 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이 밀려왔어요.
내가 귀찮고 힘들더라도...
그렇게 직접 자연 속으로 끌고 다니며
가족이 함께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기억에 남게 해주어야 하는
건데 싶은 생각에 더 늦기 전에 마니 돌아다녀야겠단 생각을 했네요.
애들 입에서 이젠 엄마 아빠 안 따라 다니겠단 소리가 나오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겠단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