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의 통계(2005년)에 의하면 기혼 부부 7쌍 중 1쌍은 불임이며, 그 비율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자녀를 갖지 못하는 고통은 아마 부부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불임부부들이 아기를 갖고자 하는 노력은 실로 눈물겹다.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이 성공하면서, 그 방법(체외수정)이 불임 극복을 위한 보편적인 방법이 되어버린지도 이미 오래이 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인정받고 있고, 이 기술은 이미 생명공학 분야에도 응용되어 복제배아연구, 줄기세포연구 등으로까지 그 범위를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불임부부들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 불임부부가 시험관아기 시술을 4~5번 시도할 경우 그 비용은 1000~1500만 원이 들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잦은 실패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극심하기 때문에, 보다 쉽게 임신에 성공하기 위하여 난자매매의 유혹에 빠지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리모 거래로까지 발전하게 된다고 한다.
난자 매매의 경우 대개 400~500만 원으로 거래되고, 대리모는 1000만 원 이상씩 받고 불법시술을 해주는 병원도 있다고 하나,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행태이어서 정확한 통계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온갖 불법이 난무하고, 생명윤리는 실종된 현실이다.
예컨대 아들을 원하면서 대리모 계약을 했는데 딸이 임신되었다면 낙태는 당연하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니, 자녀를 갖기 위해서는 그 어떤 끔찍한 일도 서슴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대리모 임신이란 건강한 난소를 가지고 있으나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아기를 임신할 수 없는 여성의 경우 다른 여인의 자궁을 빌려서 임신하는 방법이다. 곧 생물학적인 부모는 자신들의 생식세포를 채취하여 몸 밖에서 수정시키고, 그런 다음에 수정란을 다른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인데, 이때에 자궁을 빌려주는 대리모는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며 출산 후에는 생물학적인 부모에게 아기를 넘겨줌으로써 대리모의 역할은 끝난다.
가계의 고유한 혈통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모두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돈으로 고용된 임산부와 그녀가 가지게 되는 모성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는것이다.
대리모와 출산된 아기와의 관계가 사랑 없이 돈으로 고용된 관계라면 그 사태의 심각성은 더 크다. 태어날 아기에게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생겨나는 내적 친밀감의 연대는 전혀 없을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대리모가 생물학적 부모에게 유전적 및 생물학적 결함을 가진 아기를 낳아준다면 어떤 일이 생겨나겠는가?
또 대리모가 난자를 제공한 여인의 어머니이거나 여동생과 같은 가족 관계 안에서 선택될 경우 생겨나는 법적·윤리적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건전하지 못하고, 또 많은 상처를 주는 수많은 문제들이 야기될 것이고 그에 따라 자연적이지 못한 여러 과정들이 연달아 생겨날 것이 명백하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자. “대리모는 모성적 사랑의 의무와 부부간의 정결, 그리고 책임있는 모성으로서의 의무를 객관적으로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가 자기 어머니 자궁 속에서 임신되고 발달되며 바로 그 부모에 의해 세상에 나와 성장되어야하는 권리와 아이들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인 동시에, 가정에도 피해를 주어 가족의 기본 구성 단위인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도덕적 요소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한다.” 자식을 갖고자 하는 지나친 욕심은 벌써 복제인간이라는 방법까지로도 확대되어가고, 이 욕심이 급기야는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올 것이라는 두려움은 점점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