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밥차 대표 정진애 목사
정진애 목사는 야탑역 근처 노숙인 분들에게 주일마다 식사 한 끼 나눔을 하며 따뜻한밥차(이하 따밥)를 몰고 찾아가는 사역을 하고 있다. 따밥은 100인분 밥을 짓는데 20분이면 가능할 만큼 성능이 좋고, 봉사하는 교회들마다 유산슬 덮밥, 짜장밥, 마파두부밥 등 메뉴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사단법인 하모니포씨티를 통해 협력하고 지원받으며 올해 2년 차에 접어든 따밥의 대표 정진애 목사를 만났다.
어떤 계기로 노숙인 사역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각각 자기에 맞는 옷을 입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일에 대한 관심은 신대원 시절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 밖 현장 실천 수업으로 서울역 노숙인 사역을 하시는 ‘소망을찾는이교회’를 방문하게 되었고 이후에도 계속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제가 자주 다니는 야탑역에 앉아계시는 노숙인 분들에게 시선이 머물기 시작했어요. 제가 해야 할 무엇이 있다는 고민을 하다가 노숙인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년까지 부교역자 생활하다가, 올해 개척한 거죠. 밥차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되었고요. 예장 통합 총회에서 하는 ‘선교형 교회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어요. 제게 공모전에 지원해 보라는 지인이 두 분이 계셨어요. 노숙인 봉사 사역을 교회 모델로 그려보게 된 거죠. 그러면서 밥차 사역도 그리게 된 거고요. 그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걸 그림으로 그려놨고, 입상 순위에 점점 올라가면서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죠. 이게 부르심인가 하는. 상 받기 전까지는 사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하다가, 상 받으면 하나님 사인인가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때 2등 우수상 받았어요. 상금 받았으니까 빼지 못하고 하게 된 거죠. 사역하던 교회 목사님께 사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작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어요. 부서 선생님들과 함께 봉사처럼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지역 노숙인 사역
따밥과 교회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저는 오늘도 교회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전통적인 교회도 중요하고, 시대와 흐름에 맞게 새로운 형태의 교회도 필요한 것이지요. 따밥은 지역의 필요를 따라 성도들(노숙인)을 찾아가는 교회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지역의 노숙인 분들이 많이 계시고, 그들에게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예배의 시작이죠. 설거지 소리도, 밥 짓는 소리도, 때로 봉사자들의 웃음소리도 다 하나님 앞에 드려지는 고백이 되고 찬양이 됩니다. 그들을 직접 찾아가 함께 위로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님을 고백하고 또 서로 교제하는 모든 행위가 예배이며 교회 공동체로서 세워진다고 믿어요.
◇ 따뜻한밥차(따밥) 사역
주일에만 따밥 사역을 하고 계시는 이유는요?
인근에 노숙인 분들이 꽤 많아요. 노숙인 분들께 식사를 제공하는 교회와 단체가 많이 있어요. 저희가 사역 시작할 때 코로나 기간이기도 했고, 이미 사역하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협력하고 싶어서 찾아가서 물어봤어요. 어떻게 하는 게 지혜롭게 잘하는 것인지 조언을 구했어요. 그분들이 주신 답이 주중에는 급식을 제공하는데, 그분들이 주일에는 교회 가셔야 하니까, 주일에 식사를 못하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할 거면 주일에 하면 좋겠다 하셨어요. 그래서 그렇게 주일에 시작하게 된 거죠. 저희가 연합 사역을 하는데, 주차별로 교회들이 봉사를 와요. 함께 사역하는 기쁨이 크고, 오시는 분들도 너무 좋다고 말씀하세요.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 자기 안에 있었다고 이야기하시고, 실제로 저희가 만나는 아버님 중에는 열심히 고물 줍고 나름의 삶을 사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저희가 주일에 뿔뿔이 흩어져서 사역하니까, 다른 곳에서 일어난 일은 몰라요. 그런데 사역 마치고 다 같이 모여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고받거든요. 지역 교회와 함께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좋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요?
정성을 들였던 아버님 한 분이 계셨어요. 어느 날 야탑에서 쓰러지셨어요. 눈 주변이 찢어져서 청년들이 119에 신고를 하고, 제가 보호자 신분이 되어서 아버님 모시고 병원에 갔어요. 그러고는 팀원들이 매일 찾아가서 괜찮으신지 묻고, 죽도 사다 드리고, 속옷도 빨아드렸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자며 매일같이 정성스레 도와드렸죠. 텐트를 구입해서 집도 마련해 드렸는데, 지난 12월 셋째 주 혹독한 추위 속에 돌아가셨어요. 모두에게 충격이었어요. 그러다가 늘 아버님이 말씀하셨던 아들 분과 연락이 닿았죠. 아드님은 처음에 아버지 시신을 포기하겠다 할 만큼 큰 상처가 있었죠. 그런데 그날 늦은 저녁에 찾아와서 저희가 아버지 이야기를 해 드리고 일기장도 건네드렸어요. 한참 고민 끝에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었고, 다 마치고 아드님이 저희를 찾아와서, “가족도 외면한 아버지를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셔서 감사하다, 종교가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다”라는 이야기를 하셨죠. 저희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던 사건이었습니다.
◇ 따밥 사역 봉사자들
노숙인 사역을 할 때 여성이어서 더 어려운 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우선 주변에서 걱정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많이들 도와주세요. 제가 심방을 간다고 하면, 꼭 같이 가겠다고 좇아오는 청년들이 있어요. 혼자 가게 안 하는 거죠. 제가 사역하는 연구소나 법인에서도 목사님들이 염려하면서 많이 도와주시죠. 그래서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더 큰 강점이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할 때 더 많아요.
아버님들과는 주로 어떤 대화를 하시나요? 자립에 대한 제안 같은 것도 하시나요?
처음에는 물어도 대답 안 하시고 그랬는데, 6개월 지나고 나서는 서로 웃어주고요. 1년 가까이 되면 자기 이름 이야기해주고, 주저하지 않고 자기 가정사를 조금 이야기하는 정도죠. 지금 이 정도까지 관계가 형성되었어요. 사실 그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루트를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아는 바로는 노숙인 분들을 위한 자립센터가 꽤 있더라고요. 제가 그쪽하고도 좋은 관계를 맺어 놓으면 네트워크가 되어서 아버님들이 어느 시점에 자립 의지가 생기셨을 때 연결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혼자 다 하려고 하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따밥 후원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따밥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서 계좌 안내를 받으실 수 있고, 온라인 CMS도 가능합니다. 저희는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서, 후원 천사라는 이름으로, 1004명의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어요. 밥을 하는 곳이다 보니 물품 후원도 필요해요. 매주 컵라면, 생수 등 기본적으로 나가는 물품을 후원해 주시는 것도 저희한테 굉장히 힘이 되죠. 연락 주시면 직접 와서 봉사 활동하실 수도 있어요.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속 가능한 게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저는 그냥 오늘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주중에 심방도 해요. 오늘도 아버님 만나고 어려운 이야기 듣고 해요. 저희는 찾아가는 형태니까요. 그분들은 찾아와주기 때문에 반겨 하시고. 어지간한 분들은 이름 알아서, 이름 불러가면서 대화해요. 관계가 형성되니까 그분들이 살아온 이야기나 어려운 이야기를 주저 없이 다 이야기하시거든요. 밥 한 끼 전달하면서 그분들과 깊은 관계 안에서 저희가 위로받고, 바라기는 그분들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하고 있는 거죠. 장기적인 계획은 모르겠어요. 흔히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따밥이 지역 사회의 빛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노숙인 분들에 이웃이 되는 게 지금의 기대와 기도 제목이죠. 우리 편에 참 좋은 일일뿐만 아니라 노숙인 분들에게도 참 좋은 이웃으로 따밥이 그려지길 소망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요?
교회가 세상 가운데 힘을 많이 잃었다 싶은 요즘에, 저는 역으로 우리가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사실 우리 주변에 알려지지 않고 선하고 좋은 일들을 하시는 교회든 목사님이든 그리스도인이든 너무도 많아요.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그리고 그 선한 영향력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고 믿습니다. 우리도 그 선한 영향력을 꿈꿔보면 어떨까요?
첫댓글 제목부터 넘 마음에 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