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화암동굴은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캐던 광산이었다. 과거 이곳에서 천포금광촌을 형성해 금을 캐던 천포광산은 상·하부의 갱도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고저차 90m의 천연동굴로, 365개의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곳곳에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웅장하고 신비롭다기보다는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싸늘한 기운의 성질이 여타 동굴에서 느꼈던 기운과는 사뭇 달랐다. 또한 일제 강점기 때, 광부들의 한 맺힌 혼과 원성이 서려 있던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곳은 기(氣: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되는 힘)를 알지 못하는 일반인도 오싹함을 느낄 수가 있는 곳으로 ‘터가 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터가 센 곳은 많은 사람들이 그 터를 밟아줌으로써 순화될 수 있기 때문에 관광지로의 개발은 매우 기발한 착상이다. 마을 입구의 목장승(木長丞 : 노다지 대장군과 여장군)과 화암동굴 앞 향산에 우뚝 솟아 있는 미륵바위는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비보(裨補 : 살기를 생기로 바꿈)물로도 볼 수 있다. 비보와 기도의 공통점은 생기를 통해 항상 바라던 일과 좋은 일이 생기게 해달라는 염원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기도발이 잘 받기로는 팔공산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도 유명한데, 화강암으로 제작한 갓바위뿐만 아니라 주변의 바위들도 색깔이 밝고 날카롭게 각진 부분이 없어서 좋은 기운이 항상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갓바위 오르는 길에 자리 잡은 사찰은 계곡과 인접해, 습한 기운이 감돌고 주변 바위는 이끼가 많이 끼어 있었다. 그러나 계곡의 물소리는 파동(波動)에 의한 공명(共鳴) 혹은 공진(共振)현상으로 기도발을 받게 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터는 일반인들이 전원주택을 지어 거주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다. 요사이 30~40분 거리 이내에 촌집을 구입해 개조해서 살거나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자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발품을 팔아서 촌집이나 터를 구입하고자 할 때는 기왕이면 생기가 넘치는 마을에서 사는 것이 좋음은 물론이다. 마을 입구에 노거수(老巨樹 :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있거나, 장승이 있거나, 마을 입구가 마치 작은 배 한 척이 드나들 정도로 좁은 곳이면 좋은 마을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솟대’로 알려져 있는 ‘짐대’는 긴 장대 꼭대기에 오리를 앉혀 놓은 것으로 마을 입구에 세워 둔다. 그 목적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거나 지기(地氣)가 센 터를 눌러주는 비보의 상징물로서, 땅의 사악한 기운과 재앙을 눌러서 제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거수나 장승과 솟대 등이 있는 마을은 대체로 주민들이 너그럽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모처에 예닐곱 채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전원주택 부지 감정을 한 적이 있었다. 주산(主山)은 태조산(백두산)에서 뻗어 와 근본이 있었으며, 지맥에 순응해서 필지를 계단식으로 분할해야 하는 ‘터’였다. 앞쪽에 있는 안산(案山)은 잠두형(蠶頭形 : 누에머리 형상)으로 부자가 되는 형국의 터였으며, 부지의 80% 정도인 지기(地氣 : 터의 기운)가 좋은 곳의 위치를 알려줘 건축하도록 했고 나머지 터는 도로와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도록 조언했다.
지기가 나쁜 곳에 주택을 건축하거나, 지기가 좋은 한정된 곳을 도로와 하천 등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건강과 재물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부지를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물이 재물이라 해서 많은 강물이 보인다거나 망망대해가 보이는 것은 오히려 재물이 없어지고 생기가 흩어지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흉하다는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