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군은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믿는다.
그녀의 할머니는 자신을 쥐라고 생각했다. 정신분열증이다.
정신분열증은 가족력이 있다고 한다. 영군의 어머니도 약간 그런 "끼"가 있지만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을 정도로는 생활을 한다.
영군을 살피던 일순(정지훈)은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던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인한 정신병이라고...생각된다. 그러나 스스로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택할 정도의 멀쩡한 정신은 있다.
어쨌든, 영군도 일순도 사회에서 일반인들과 섞이지 못하고 병원이라는 공간에 격리되어 생활하는 사람들...흔히들 말하는 미친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한다. 일순은..사실은 그녀가 싸이보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그러나 영군이 믿는 그대로 인정해준다. 그리고 그녀에게 치유의 "충전"을 한다. 일순에 의해 영군이 정신분열증이 낫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상태에서도 자신이 상처받은 부분을 들여다보고 내보일 줄 아는 용기 정도는 갖게 된다.
모든 것을...남의 탁구실력이나 지나친 죄책감과 겸손의 병까지도, 목소리까지도 훔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일순은...사실은 그 사람들의 밑바닥까지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게 아닐까? 그가 사람들에게서 중요한 것을 훔쳐갈때 얼굴에 씌워주는(?칠해주는?) 페인트는 무슨 의미일까? 진정한 자신을 감추는 가면?? 미친사람들의...자아라는 건 뭘까? 치매처럼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과는 반대로 자아가 과잉된 것일까? 제정신과 미친것의 경계는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나서 바로 정리가 되지 못하고 자꾸만 이것저것 떠오르고 생각이 바뀌고 그런다....산만해지는 것 같다.
정신분열증은 의학의 영역이다. 그저 따뜻한 사람이 옆에 있고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준다고 낫는 병은 아니다. 하지만..그래도 그들은 행복할 수도 있다. 병 때문이 아니라, 일순같은 사람이..그들 곁에도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 다음은?? 믿는것"...이라고 의사의 입을 빌려서 이야기한다.
"희망은 없다. 그러나 힘내라"
힘낼 수 있는 원동력...그건 "칠거지악"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아는 것..그리고 믿는 것....그것인가?? 지하실의 수술(?) 장면은..참 인상적이었다. 칠거지악 중의 으뜸인 "동정심"이 느껴지는...
박찬욱감독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글을 쓰면서도 정리가 안된다...된장...
예쁜 오르골소리의 곡 말고 Impellitteri의 일렉기타 버전 Over the Rainbow가 듣고싶어 지는군...
임수정이 맡은 영군이란 역은 원래 강혜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강혜정이 좀더 어울렸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치아교정 하기전의 강혜정이.....그리고 정지훈...가수 비의 냄새가 가끔 나는데다가 텔레비전 드라마보다는 연기력이 많이 부족한 티가 나지만...뭐..앞으로 더 좋아질 수는 있겠지..
박찬욱,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그 경계가 무엇이냐고 끊임없이 묻는 그....심각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다. 영화는 난해하기도 했고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좋기도 했다. 하지만 앞자리에 앉은 여중생 둘은 중반을 넘기기 전부터 몸을 비비꼬고 힘들어 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