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상은 “상주”를 의미할 정도로 상주는 경상도의 오랜 전통도시이다.
상주는 원래 三白의 고장이라 하여 흰 쌀, 누에고치 그리고 곶감이 유명한 곳이다.
전국 곶감의 60%를 생산하는 상주에는 마을마다 감나무가 즐비하고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있을 정도이다.
감은 토양과 기후 조건에 따라 크기와 맛이 다르고 산지마다 특성이 있다.
상주는 서쪽이 높고 동남쪽으로 서서히 낮아지는 지형인데 전체가 분지형이라 곶감 건조에 적당하다.
토질 역시 사질 양토로 배수가 잘되어 감나무가 자라기 좋은 곳이다.
감은 종류에 따라 ‘반시’, ‘고둥시’, ‘둥시’로 구분된다. 떫은 맛이 없어
홍시 재료로 사용되는 ‘반시’, ‘고둥시’는 경남 진영, 경북 청도, 전북 남원 등지에 많이 난다.
상주 감은 떫은 맛을 내는 ‘둥시’로 ‘둥글게 생긴 감’이라는 뜻인데
산봉우리처럼 둥글고 소담스럽게 생겼다 해서 ‘봉옥’ 또는 곶감을 깎으면 분이 많이 난다고 하여 ‘분시’ 라고도 한다.
둥시는 탄닌 함량이 많고 물기가 적어 그냥 먹으면 단감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대신 곶감 재료로는 최적이라 한다. 곶감이 되면 떫은 맛은 없어지고 당도가 원래
당도의 두 배까지 증가하여 다른 지방의 곶감보다 한결 낫다
.
25번 국도로 상주시를 가로질러 보은방면으로 10분 정도 가면 남장이라 불리는 전통 곶감마을이 나온다.
말갛게 익은 감 때문에 가지가 축축 늘어지는 감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빨갛게 끝부터 물들어가는 감나무 잎 사이사이로 익어가는 감들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진다.
마을 전체가 감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감 건조대가 곳곳에 있는 이곳은 10월부터 한창 감 건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곳에서는 현장 체험을 할 수 없고 현장 체험을 하려면
11월 10일 이전에 상주시 산림과 곶감계에 미리 연락하여 내서면에 따로 마련된 체험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현장 체험은 감을 나무에서 따서 꼭지를 잘라내고 타래를 만들어 건조대에 너는 것까지 할 수 있다.
11월 10일 이후에는 감 건조 작업이 끝나기 때문에 체험은 힘들지만
10월초에 건조되기 시작한 반건시가 나오기 시작하므로 이를 맛볼 수 있다.
남장마을의 감나무 숲을 지나 노악산 방면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평균 남자 어른키 정도 되는 석장승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 석장승은 얼굴이 남달라 눈길을 끈다. 머리가 전체 키의 반을 차지하는데
약 15도 각도로 비틀어져 있고 눈은 위로 커다랗게 찢어져 부리부리하다.
코와 입이 한 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웃는 듯, 꾸짖는 듯 알쏭달쏭하다.
이 석장승에서 차로 5분정도 올라가면 남장사 일주문이 나온다.
남장사 일주문은 보기에는 여느 일주문과 다를 바 없는데 양 기둥을 비스듬히 받치고 있는 기둥이 특이하다.
떠받치는 기둥의 머리는 용이고 다리는 까치발이다.
석장승과 남장사의 일주문 기둥에서 조상들의 유머와 해학을 느낄 수 있다.
남장사는 그 역사가 깊은데다 보물 930호인 비로자나철불좌상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목각탱이 있다.
그러나 이런 보물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남장사는 절다운 미덕을 지닌 곳이다.
절 규모는 크지 않지만 조용하고 고즈넉하다. 깊은 산세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맑은 바람이
복잡했던 머리와 마음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어느 새 고요함이 깃든다.